우리나라 그림책 신간 코너에 가서 몇 권 훑어보니, 단행본 그림책 일러스트 수준이 아직은 전집의 일러스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전집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가 전집의 일러스트는 단순히 글을 전달하는 보조적인 역활에만 그치고 있고, 기법이 전통적인 수묵화 방식이나 대입학용 유화 아니면 수채화 기법 수준이라는 것 때문이다. 한 때 백희나나 배현주같은 그림책 작가들이 반짝 나와 우리나라도 그림책 시장이 전반적으로 다양한 형식과 기법이 넘쳐, 진일보하겠거니 했더니 일,이년 사이에 다시 제자리이다. 그림책의 형식뿐만 아니라 이야기자체도 별반 특이한 소재나 주제, 거의 보지 못했다. 외국에서 상 받았다는  타이틀 내건 그림책 몇 권 보고, 형식은 둘째치고 이야기 내용이 과거 지향이여서, 나로서는 그렇게 좋은 점수 주고 싶은 맘, 눈꼽 만큼도 생기지 않았다.

전집 작가들의 특징은 작가 개인의 개성보다는 보편성에 역점을 두기에, 언제 어디서든지 다른 작가에 의해서도 능히 그려질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런 평범함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좋은 일러스트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 사람의 엄마로서는 점점 커지는 전집 시장의 그림이 반가울리 없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폭발적으로 움직였던 부문이 어린이 그림책 시장이었던 것 같은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시들해진 모양이다. 혹 집 근처에 어린이 전집 시장이 있어  한번 둘러보면, 위인, 과학, 판타지등과 같은 분야만 다양했지 일러스트는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일러스트,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에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사람들은 내용만 괜찮으면 다 괜찮다라고 말할 것이다. 

아마도 그림책에 대한 경시가 나온 결과가 아닐까. 그림책의 일러스트는 예술적인 감각을 가질 수 없다라는 편견과 경시말이다. 하지만 흔히 어린이들만 본다는 그림책의 작업은 사실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수년간 꼼꼼히 그림책을 보는 내가 가장 먼저 그림책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은 글에서 그림을 뽑아내는 그들의 솜씨에 대한 경탄이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궁합이 맞아야 하는데, 이야기에 따라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화면 전환은 영화와 달리 정지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삽입해야하고 이야기의 화면 전환이 착착 끊기지 않고 유연하게 잘 넘어가야 한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화면은 언제나 영화에서 말하는 클로즈업이나 다름없다. 그림책 작가가 글에서 뽑아낸 정지된 이미지를 아이들의 맘 속에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작업, 이런 작업은 이건 완전히 그림책 작가의 예술적 재능이고  일러스트 작가가 글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없으면 좋은 이미지를 글에서 뽑아낼 수가 없다. 일러스트 작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고, 글에서 이미지를 잘 뽑아내서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수립하는 사람들이다. 전집 시장에서 횡행하는 일러스트 작가들은 그림은 잘 그리는, 하지만 글에서 이미지를 뽑아 낼 줄 모르는 사람들뿐이다.  

그림책 시장의 일러스트가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좋은 그림책 작가들이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 일러스트라는 이름하에 아무렇게나 찍하니 몇 장 그리고 그림책을 내는 그런 형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림책이란 한 분야에 끊임없이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자신의 창작욕구를 실험하고  이야기를 긁어모으고 이미지하는, 백희나나 배현주 같은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그림책 작가들이 많아져야 하고 그들이 그림책 시장을 이끌어 가야하지 않을까. 요 몇년 동안 한두권의 그림책만으로 단행본 시장을 이끌어가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모리스 센닥같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일러스트의 반항아 한명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New Clothes for New Year's Day 

Waiting for Mama (Korean Edition) 

미국 아마존에 우리 그림책 

こいぬのうんち 

ソルビム〈2〉お正月の晴れ着(男の子編) 

ふわふわくもパン일본 아마존의 우리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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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11 09: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기억의집님
설빔책을 사려다 땡투를 남기며 새해인사도 전합니다.

기억의집 2010-01-12 11:2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날씨가 추운 거 같은데 점심 따스한 거 먹으세요!
오늘도 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