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놀러간 네이버에서 책쟁이라면 누구나 눈이 확 뒤집힐 만한, 그 동네 하단 기둥에 위치한 지식인의 서재라는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컨텐츠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지식인들의 서재를 훑어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즐거움과 부러움(또는 질시)이 샘솟아 올랐다. 집안 곳곳 여기저기에 뒤죽박죽  쌓여 있고, 꽂혀 있는 우리집에 비하면, 그.들.의 서재는 책과 책장 자체가 멋진 인테리어였다.(그들의 서재를 까려는 의도로 책이 장식용 인테리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진짜 부러워서 이런 말을 썼다), 입가에 침이 질질 흘러가며 부러웠던 서재는 넓직한 공간 한 가득,  네 면의 벽이 책으로 채워진 신경숙의 서재였고(돈 좀 있으면 신경숙의 서재처럼 꾸미고 싶더라는. 헛, 어느 세월에~~~),    

 

 

신경숙의 서재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글은 건축가 송효상과의 인터뷰였다. 네이버를 통해 송효상이란 건축가를 처음 알았는데, 자신의 독서 철학이 확고하고 독특하다고 할까. 난 책을 지배한다던가 책에 지배당한다라는 갈등 구조를 떠올린 적은 없었는데, 왜냐하면 읽다가 나랑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거나 획 던져버리므로, 그 때 책과 나 사이의 행위는 분명 내가 책을 컨트롤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이 건축가여서 그런지 그의 입에서 나온 책과 개인의 지배관계에 대해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는 공감을 했다. 

   
  서재는 오픈 되어 있고 문도 없어서 직원들도 언제나 들어와서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입니다. 공간을 구획하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도록 모두 에게 공유하고자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로재(履露齋)라는 집단 자체가 공유하는 거죠. 책은 지식이고 모두가 공유해야 마땅한 것이니까요. 책의 가치는 모두가 나눌 수 있을 때 커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 지배당하는 게 좋은가, 책을 지배하는 게 좋은가’... 이것은 제가 항상 가지고 있는 의문입니다.
이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참 재미있고 좋은 것 같습니다.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책방에 가서 책을 살 경우, 책이 그저 너무 좋으니까 모든 책을 다 사고 싶다는 생각과, 이 책을 가져가면 시간이 없어 못 읽을 텐데 라는 고민과, 어렵게 산 책을 곁에 쌓아 놓고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 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이자, 책/지식/지혜와의 스트레스인데요. 이런 스트레스는 절대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 않고, 선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책과 갈등 구조를 가지고 살아보시기를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다섯 명의 지식인들이 추천한 추천목록에서 관심이 많이 가고 개인적으로 읽은 책중에서 가장 많이 겹치는 사람은 박찬욱감독이었고, 생소한 목록이어서 더욱더 흥미가 간 사람은 사진작가 배병수였다. 나중에 친구와 수다 떨 가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만화가 <보노보노>라면서...... 아, 보노보노 오프닝곡 듣고 싶다.

그리고 장한나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처음 인트로 부분에서 깔린 백뮤직때문에 지난 주 일요일 내내 이 음악 찾느냐고, 거의 편집광적인 하루를 보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어디서 들었더라, 어디서!), 알듯말듯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때마다 약오른다는. 이왕 서비스해주는 거 배경음악까지 알려주는 세심한 서비스까지 해주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난다냐. 여하튼 편집광적인 하루를 보내고 마침내 찾았다는.   

  

바로 이 음악 비발디의 Nulla in mundo pax sincera (Amor Sacro). 예전에 영화 <shine>에서 나왔던, 유명한 장면의 배경음악이기도 했다. 1996년도 영화인데, 이 장면의 동영상 구하기도, 스틸 사진 구하기도 힘들었다. 한 땐 그래도 아주 유명한 영화였는데...... 아마 지금 30대 후반이나 40이후 세대들은 이 영화의 이 장면, 바바리 코트만 입고 홀딱 벗은 채 헤드폰을 끼고 공중을 뛰어오르던 이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이 배경에서 흘러나온 이 음악, 인상적으로 머리속에 박혀 장한나의 인터뷰시 인트로부분에서 예전의 기억이 환기되지 않았나 싶다.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의 의도는 상당히 관심이 간다. 아마 집중적으로 그 쪽만 들어가지 않을까나. 많은 지식인들의 서재가 소개되겠지만 난, 다른 누구보다도 번역가 박중서씨의 서재 구경하고 싶다. 만권클럽사람들, 표정훈이나 김연수의 책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려나. 말이 만권이지 우리집 경우 그림책같이 합해서 삼천권정도 있는 것도 집이 너저분하고 이건 집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신경숙씨의 서재의 책은 만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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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8 10:00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재밌게 쓰실까 ㅋㅋ 추천 안누룰수 없네요^^

기억의집 2010-04-28 14:50   좋아요 0 | URL
스컷님, 고맙습니당~~~~ 근데 저는 이제 전자책이 활성화 되면 전자책으로 바꾸고 싶어요. 올해 이사가는 해인데..지금부터 걱정이 앞서요. 저 책들을 어찌할꼬 싶은게... 책을 제법 많이 팔아는데도 신간의 유혹에 자꾸 넘어가요.

scott 2010-04-28 20:30   좋아요 0 | URL
저는 얼마전부터 아이리버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 편리한 점이 많아요. 문제는 보고싶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대부분 출판이 안되있거나 있어도 종이책에서 35%정도 싼 정도인데 사실 가격이 더 내렸으면 해요. 비싸다는생각에...소장 하고 싶은 도서와 이북으로 보는 도서가 정해져 있는것 같아요. 콘텐츠가 좀더 다양해진다면 참 좋은데 출판사들입장에서는 이북으로 내놓는게 반갑지 않나봐요. 저도 신간 출간되면 유혹에 흔들리는데.. 책값 진짜 비싸죠 ㅜ.ㅜ

기억의집 2010-04-29 16:10   좋아요 0 | URL
네, 너무 비싸요. 지금 눈독 들이고 있는 가다라의 돼지는 무려 가격이 19,8000원 이더라구요. 10% 할인해서 17,000원 대인 거 같은데, 일단 장바구니에 넣긴 했는데 쉽게 마우스 오른쪽이 안 눌러져요.
이번 주는 장난 삼아 로또나 하나 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