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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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이지만, 한창 뭔가 끄적이고 싶어하던 시절, 한 자폐적인 성향의 남자에 대한 단편 미스터리소설을 쓰려고 한 적이 있었다. 기이한 체험에서 비롯한 그 소설적 아이디어는 머리속에서만 빙빙 돌뿐 끝내 문자로 실현되지 않았지만, 한 남자의 자폐성인 성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추적하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 한 이십년 전쯤, 친하게 지내던 선배의 결혼식에 갔었다. 그 때그 결혼식장에서 평범한 내 인생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주 기이하면서도 민망한 체험을 했다. 식이 끝나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찍는 포토 타임때, 신부측 친구나 선후배 하객들이 우르르 단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는데, 신랑측 친구들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순간 단 위에는 모두 여자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랑측 친구들이 단 한명도, 정말 단 한명도 없었다. 신부측 친구들이 신랑측 친구들 자리까지 차지할 정도로 많이 온 것에 반해, 신랑측은 단 한명의 친구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 순간, 놀라움과 민망함이 교차했다. 여자들만 있어 단 위로 못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을 둘러봐도 신랑측 하객중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휴, 그 때의 그 민망함이란, 빨리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로 가던 어찌하던지 간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적인 장면이 스냅사진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단 한명의 친구도 가지고 있지 않는 남자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강렬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살았길래 친구 한명 없을 수 있지! 개차반같은 인생을 살아도 적어도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 한명 정도는 있지 않나. 결혼 전에 신혼집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책이나 다른 물적 대상이 친구를 대신할 만큼의 취미생활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문득 그 때의 그 일을 떠올리면 그 선배가 여전히 남편이랑 잘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단 한명의 친구도 오지 않은 사람과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분명 장애라고 할 정도의 자폐는 아니지만, 타고난 천성으로 혹은 살아오면서 어떤 계기로 인해 사회적 폐쇄성이 강한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선배 결혼식 이후 누군가에게 그 선배가 아들 낳았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더 이상 그 선배랑 연락하지 않아 선배가 여전히 그 남자와 사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결혼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아니 어쩌면 이런 모든 의미없는 추측은 억측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중년의 고독을 이야기했다는, 하루키의 이번 신작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상황이 바로 저 결혼식날 아무도 오지 않았던 한 남자의 에피소드였다. 결혼식에 단 한명의 친구도 오지 않을 만큼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배의 남편. 하루키의소설 캐릭터와 와 뭔가 닮은 듯한 느낌,  그게 뭘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기노>라는 짧은 단편에서 어렴풋이 알아챘다. 하루키의 캐릭터들의 폐쇄성 그리고 외로움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단 하루키의 소설 캐릭터들은 자발적인 자폐성향이 뜻하지 않게 모험속으로 빠져들며 그 모험의 과정에서 캐릭터의 내면이 외로움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닌 더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될 때부터 하루키 전작주의자는 아니지만 그의 대부분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를 확실하게 좋하하게 된 작품이 <렉싱턴의 유령>에 나왔던 고독 이라는  짧은 단편이었다. 고독이라는 설정이 그의 전체적인 작품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모른 체, 그 짧은 단편은 나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아마 그 작품 이후 그의 소설은 다 읽으려고 했던 것 같다(소설은 다 읽었지만, 에세이는 읽기를 미적거리는 작품도 많다).

 

작가(소설로 독자의 애정을 갈망하는)와 독자(팬으로서 작가의 글을 갈망하는)로서, 나는 왜 그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의 소설이 지난 과거의 제국주의 역사를 다루는 것도, 그렇다고 진지하게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그의 소설에 끌리고 끌렸을까? 모르고 읽었다. 개인적인 취향이 맞아서 일 수 도 있고 그의 세련된 글이 좋아서 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느낌이 좋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면 텅빈 공간의 뭔가 꽉 찬 정적인 느낌이 나는데, 나는 그 느낌, 태양이 내리쬐는 한 낮의 정적인 오후 느낌같은, 그 텅빈듯하면서도 꽉 찬 정적인 느낌을 좋아하고 그 텅빔의 혼자라는 강렬한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다 이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건 그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독한 캐릭터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처럼 흥미진진한 모험과 어떻게 엮이고 주인공의 자아든 세계관이든 간에 그 모험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가는 길의 지도를 읽으며 가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는 그 과정의 여정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가후쿠는 아내가 죽은 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거부한다.

<예스터데이>의 기타루는 훌쩍 외국으로 떠나 여기저기 떠도는 듯하며

<독립기관>은 비록 사랑에 눈뜬 독신주의자인 도카이의 이야기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상상력이 가장 빈약했으며,

 <세에라자드>는 자신이 짝사랑했던 한 남자의 비어 있는 집에 머무는 작은 모험을 강행하며,

이 단편집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노>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모험을 떠나는 하루키 소설의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기노>에 대한 기시감은 그의 소설이 대부분이 이런 이야기 구조(고독한 캐릭터가 모험의 여정을 떠나는 것)는 흔히 소설 구조의 전형(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오래된 이야기 구조는 식상할만도 한데(그래서 포스트모던을 지향하는 소설들이 나왔겠지만), 여전히 독자를 사로 잡는 이야기는 관습적인이고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 단지 하루키같은 소설가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완전히 자기내면화함으로써, 자신만의 캐릭터(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를 만들어 내고 자신만의 이야기(모험으로 뛰어드는)를 만들어 냈기에 새롭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단편집에서 놀라웠던 건,이 노장 소설가가  여전히 젊은 감각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젊음이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무엇이 그의 글쓰기를 이토록 젋게 만드는 것일까?

 

 

덧: 하루키의 <여자없는 남자들>의 제목은 1927년에 헤밍웨이가 발표한 <여자 없는 남자>라는 소설 제목에서 따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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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1-1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예약판매때 그 헤밍웨이 단편을 사은품으로 받았어~ ^^

기억의집 2015-01-16 15:5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몰랐어요. 한참 지난 후에 하루키 신작 소설 되었다는 글 읽고 사서... 저는 빌 브라이슨의 여름,1927년 이라는 작품에 1927년을 이야기하면서 훼밍웨이의 여자 없는 남자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고 써 있더라구요. 그 때 어, 하루키 소설제목이 여기서 땃나 싶었는데..나중에 빌려주삼~

유부만두 2015-01-17 10:03   좋아요 0 | URL
주려고 찾는데.....안보임... ㅠ ㅠ 이사하면서 흘렸나봐... 그나저나 팟캐스트에서 헤미웨이의 단편 낭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신형철 낭독).. 지금 ㅁㅇㅅ 판으로 단편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중.
어제 황석영 한국 단편 (해설집?) 10권을 질러놔서 .. 참아야하는데 ^^

blanca 2015-01-1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를 소설가로서 이제 막 만나가려는 참이라 이 리뷰가 참 반갑네요. 와, 친구가 한 명도 안 온 결혼식의 남편 이야기. 여자는 비슷한 경우를 들어봤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요? 직장 동료도 없었는지... 하루키 소설 캐릭터들이 원래 좀 비슷한 전형이 있군요. 맞아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나이 듣고 소설에 등장하는 감성이랑 도저히 매치가 안되더라고요. 그것도 예전에 쓴 소설이 아니라 최근에 쓴 소설이 그래서... 와,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기억의집 2015-01-16 22:53   좋아요 0 | URL
그쵸! 딱 맞는 표현이네요. 소설의 감성. 진짜 젋게 썼더라구요. 이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저는 이십대시절부터 하루키 작품을 읽었던 사람이라... 소설도 나이를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블랑카님이 쓰신 하루키 페이퍼 읽었는데, 순례는 아직 안 읽었어요. 제가 정신을 딴데 두고 살아서 작년만 해도 뭐가 뭔지 모르고...사실 하루키가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인 건 사실이지만, 주 수입원은 일본과 우리나라 동양권임에도 한국에 한번 안 오네요. 목돈만 받아 챙기는 하루키가 얄미워 안 읽었어요. 특히나 순례~ 하루키의 작품은 기노의 연장판이라 생각이 들어요. 얼마나 더 고급스럽게 포장했느냐에 달라질 뿐. 그래도 글 잘 쓰라 사람인지라..신간 나오면 관심이 생겨요~

사실, 그 선배한테 차마 물을 수 없었어요. 왜 남편은 친구가 없는지. 그 선배가 결혼을 일찍해 갔다온건데, 젊어서 가서 그런가,,여튼 엄청 충격받고 왔어요. 그 때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정도로.. 그런데, 동기와 선배들은 그때의 일을 암묵적으로 침묵을 지켜요. 아마 요즘같이 sns가 발달한 세상이었으면 난리났을 듯 하지 않을까 싶어요. 동대문에서 장사한다고 한 사람인데,,, 장사하는 사람치고 별나긴 별나죠. 진짜 궁금했어요. 무슨 연유로 친구가 한 명도 없는지...
 

 

 

명예훼손 당한 것 같은 메일 받고 기분 잡쳐서 페이퍼를 쓸까말까 하다가, 오늘 불새출판사에 관한 페이퍼 쓰기로 아침에 작정한 게 있어, 불새출판사를 응원하기 위해 씁니다.

 

사실 이 SF의 작가도 내용도 모른 체, 단지 불새출판사가 다시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18,000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오늘 주문해서 저녁에 받았습니다.

 

불새출판사 대표가 이 땅의 척박한 SF 쟝르 소설 시장에 일인 출판으로 고군분투하는 마당에, 뭐 18,000원이 대수겠습니까....라고 쓰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장바구니에서 뺏다넣었다를 족히 수십번은 했을 겁니다. 그냥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살까? 아냐, 아냐, 불새사장이 그래도 다시 시작하겠다는데, 군생각 말고 그냥 사자 쫌! 아,,,,,사기엔 너무 비싸, 그냥 담달에 살까(망설임과 결정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갈등갈등갈등)......

 

마침내, 다음 달에는 돈 들어갈 일밖에 없어(명절과 네명의 졸업생), 이번달에 사기로 했네요. 

 

사실 지난 10월 홍대에서 열린 와우북페스티벌때 북스피어 코너에서 불새출판사 책이 전시 판매되어, 북스피어와 파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 책과 더불어 불새출판사 SF 소설 한권 샀을 때만 해도, 불새출판사가 서울에서 멀어서 사장님은 여기 와우북 페스티벌에는 오지 못했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제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SF를 좋아하는데, 불새출판사가 하인라인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해 줘서 북스피어 부스에서 불새출판사 책들을 보니 반갑더라구요. 전 이상하게 하인라인이 쓴 책은 술술 잘 읽히서, SF 소설가인 하인라인 좋아합니다. 하인라인의 책 읽으면서 그 때 불새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지명도 찾아보고... 제가 스마트폰 만들고나서 지금까지 책 읽으면서 관심가는 출판사 위치 찾아봤는데, 저 멀리 경상도에 위치한 출판사는 여기가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장사 안되는 SF 소설 내느냐고 경상도쪽에서 출판사를 차렸구나, 하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 때만해도 불새출판사가 척박하긴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줄 알았어요. 알라딘이나 다른 책 사이트에 잘 안 들어가서 책과 관련된 정보를 잘 몰랐어요. 게다가 와우북 페스티벌의 북스피어 부스에 책이 쌓여 있었으니깐. 그런데 우연찮게 뭐 읽다가 불새출판사 대표가 더 적자를 감당 못해서 여름에 회사를 접었다는 거에요.  설마, 설마 하면서 찾아 읽은데, 왠지 미안한 맘이 생기더라구요. 더 사 줄 걸, 하는 맘도 들고. 와우북페스티벌때 잔뜩 쌓여져 있는 책들이 생각나면서, 맘이 찹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불새 출판사 사장님의 책에 대한 애정이 돈이 목적이 아니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모든 것을 던졌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 일같지 않더라구요. 말로는 실패가 좋은 경험이라고 하지만, 사는 것이 팍팍하다 보니 실패는 곧 생활이 삐그덕 거리는 것을 뜻해서 말입니다.

 

 

열정이 실패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며칠 전에 하이드님 페이퍼 읽는데, 불새가 다시 되살아 났더라구요. <최후의 성>을 출간하면서. 다시 돌아와 반갑긴 한데, 컴백 책 가격이 너무 쎄게 불러서 망설여진 건 사실입니다. 책쪽수도 많지 않구만. 정가 이만원. 한참 갈등한 끝에 독자의 의리로 사자고 선택 결정했네요. 2015년에는 대박책이 나오길 바라면서요. 사는 게 힘들어서, 요즘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 잘 되길 하는 맘이 큽니다. 불새뿐만 아니라 작은 출판사도 2015년에는 대박나는 책 한권 있었으면 해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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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1-0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불새출판사를 읽었을 때 불새출 판사에 대한 얘기를 하시려나 했아요~~~.^^;;;
암튼 저도 올해 불새 출판사가 대박 나기를 바랍니다.

기억의집 2015-01-08 10:52   좋아요 0 | URL
말 되네요. 불새출 판사! 뭔가 잭팟이 터지는 그런 작품은 출판사에게도 로또겠죠. 로또나 팡팡 터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경상도에서 서울쪽으로 이사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icaru 2015-01-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비아롬나비모리 님,, 전 이런 유머가 진짜 좋으니 ㅋㅋ

의리를 갖게 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 우아! 출판사 사장님 든든해해야 해요!
이 책 컴백하면서, 기억님도 컴백하는 거예요??

수학 관련 책들이 보이네요~ 캬,,

기억의집 2015-01-08 10:58   좋아요 0 | URL
불새출판사 사장님의 열정이 무모하다는 걸 알아서... 게다가 전 저런 용기 없어 응원해주고 싶어요. 사실 올해는 열심히 알라딘 해야지 했거든요. 어제 아침만 해도 최후의 성 사기로 결정하고 페이퍼 쓰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완전 망한 기분으로 썼어요!

저 미분적분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산 거에요. 진짜 너무 쉽게 미분에 대해 설명해놨더라구요. 물론 중간부터는 많이 막히는데 그래도 다른 책들에 비해 작가가 쉽게 설명해서 아들 읽으라고 샀어요!

폴 에딩턴은 신기한 수학나라의 알렉스란 책 읽다가 안 수학자여서 이번에 구입했어요. 나중에 페이퍼로 쓰겠지만... 왜 나는 수포자가 되었는가 싶어요.

낭만인생 2015-01-0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이 출판사가 꽤 되는 군요! 하여튼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의집 2015-01-08 11:00   좋아요 0 | URL
저도요. 큰 출판사든 작은 출판사든 대박나서 성과급 팍팍 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출판 풍토가 되었으면 해요.

아영엄마 2015-01-0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 문학 분야의 책은 아무래도 많이 팔리지 않으니 운영이 힘들 수 밖에 없지 싶어요.
둘째 아이가 고2 되면 배우기 시작하는게 미적분인지라 저도 EBS 인강을 조금씩 들어보고 있는데 아는 게 거의 없고 새롭네요.(문제 풀라면 한 문제도 못 풀 듯...-.-)
저도 수.포자였는데 최근에 인강 들으면서 그 때는 왜 이걸 이해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집 2015-01-08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수포자인데... 요즘 수학관련책 읽으면서 고등시절이 아쉽다는.... 저 책 그나마 미적분 책 관련해서 쉽게 나왔어요..
 

오랜 만에 알라딘 서재 둘러보니, 마립간님의 화두가 흥미롭다. 사실 학부모라면 자녀의 영어공부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고 나 또한 내 자식의 영어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우석훈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세상보는 방법을 좋아하는데, 우석훈 또한 이 책에서 자녀의 영어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외국어(특히나 영어)는 중학교 들어가서 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 한다. 배울만치 배운 우석훈 박사가 영어는 중학교 다닐 때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이, 외국어에 대한 성급한 배움보다 느긋함과 여유로 다가와 위안을 준다.

 

사실 내가 올 1월부터 우리 큰 애와 영어공부를 같이 하면서, 영어는 중학교때 해도 늦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우석훈 박사의 글이 크게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인데,  큰애를 처음 영어학원에 보낸 것이 아마 초등 4학년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때도 주변에서 늦었다고 난리였었는데, 학원만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탓에, 중 2학년까지도 영어를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 큰 애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교육에서 요구하는 것이 영어독해이니 엄마인 나랑 같이 공부하는 것이 어떤지 의향을 물어보았고 큰 애가 엄마랑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영어공부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아이랑 같이 영어 독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게, 학원을 보내도 본인 의지가 없다면 외국어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과 중학교 들어가서 흔히 말하는 머리가 커질 때 영어공부를 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 초 큰애와 큰 애 친구와 같이 영어 공부 하면서, 아이들이 지금까지 배운 영어중에서 아주 기초적인 Be동사에 대해 정의 한 번 해보자 할 때, 두 아이 모두 Be 동사에 대해 잘 몰라했다. 지난 오년간 영어를 배우면서 Be 동사의 활용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문장 한문장씩 독해를 하기 보다는 문장 전체를 대강 이해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인 것 같았다.

 

외국인으로 내가 Be 동사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 

 

1, be 동사는 독립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예를 들어 I am, You are., She(He) is. 처럼 비동사 하나만 써도 간단하게 의미가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자만, 비동사에 형용사나 전치사를 쓸 경우 글이나 말이 더 정확하고 풍부해진다. She is a pretty 나 She is with me. 같은 문장은 그녀의 상황을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묘사한다는 것과

 

2. Be 동사는 일반 동사와 만날 수 있는데, 그러면 비동사의 형태가 시제형이 된다는 것, 일반 동사 work를 예를 들면, 현재 진행형 Be working, 현재 완료형 Have been worked이나 과거 완료형 had been worked등과 같이 공식적인 be 동사의 시제 쓰임을 외우면, 영어 독해가 쉽게 이해될 수 있는데, 아들이나 아들 친구은 지금까지 그 어떤 선생도 be 동사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고. 결국 아이들은 be 동사가 동사긴 동사인데, 어떨 땐 일반동사와도 같이 쓰이니 be 동사의 정체를 몰라 헷갈려했고 be동사가 일반 동사와 결합되도 그게 왜 그런지 개념정리가 안 된 체, 영어 문장을 대강 이해하고 지금까지 문제풀이만을 해 왔던 것이다.

 

학원을 한두해도 아니고 몇 년을 다녔는데도(학원비가 적은 돈이면 모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보통 학원비가 삼십에서 삼십오만원이었으니... 길거리에 그냥 돈을 뿌린 거나 마찬가지임), 영어의 이해가 정립이 안 된 것을 보면, 학원에 대한 기대치가 실망감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초등학생의 경우 영어회화 위주고 초등 6학년 들어가면 보통 영어문장 독해를 하기 시작하는데, 초등 저학년인 경우 나이가 나이니 만큼 회화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긴 힘들다.

 

자, 그러면 대강 초등저학년때 학원 다니며 회화를 마스터한다해도 중학교 이후 과정은 문법과 독해를 얼마만큼 이해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므로, 지금까지 배운 회화는 저 뒤로 내 보낸 체 초등 고학년과 중등과정은 독해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독해는 사실 우리가 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글쓴이가 쓴 글의 주제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글의 이해하는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 외국어 독해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회화에서 독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독해의 과정의 낯설어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평소 독서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영어 독해 또한 독서 과정의 일부분이므로. 그렇다고 독해를 안 하고 중등, 고등 영어과정을 회화나 가르칠 수 있나. 그건 말도 안 된다.

 

올 수능 시험 끝나고 포털 사이트에 한 외국인 여학생인 우리나라 영어 수능 시험 문제 푸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댓글이 우리 나라 영어 교욱의 문제점을 꼽았다. 영어를 배워도 말 한마디 못하고 너무 어려운 독해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영어를 못할 수 밖에 없다는 글이 거의 도배했는데, 나는 그 댓글 읽으면서 든 생각이, 그럼 대학은 학문의 전당인데, 어려운 영어독해를 요구하는 게 문제가 되나? 꼴랑 영어회화로 대학을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 더 우스운 거 아닌가. 제대로된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문의 능력이 회화정도의 수준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렇게 하위 학문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나의 불평등한 생각이 평등 정신에 어긋나고 비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대학에서 어떤 분야의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하고 그 수준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대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영어 독해를 요구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글을 쓰다보니 글이 다른 방향으로 샜는데,  한국땅에서 외국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배운다는 건 결코 쉽지 않고(외국어에 욕심이 많지 않은 이상),  차라리 외국어를 잘할 필요 없다고 받아들이면 이렇게까지 학원시스템에 아이들을 가둬두지 말아야하고, 학원 다닌다해도 본인의 외국에 욕심이 없으며 돈만 길거리에 뿌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이 외국어에 대한 가치를 알까? 사실 모른다고 본다. 영어소설정도는 읽는 나 또한 책읽기에 대한 욕심이 없었더라면, 굳이 영어(외국어)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는데, 아이들이 학원 다니면서 영어의 가치를 얼마나 잘 알고 받아들일까 싶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어 학원을 보낸다고 해도 영어에 대한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어 학원에 맹신하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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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12-10 16:38   좋아요 0 | URL
하하... ! 기억님 반가워요~ 제가 오늘 서재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어서 (조금 한가 ^^;;) 바로 올라오는 따끈한 글과 만나네요~

불황 10년에서 우석훈 의견은 그랬군요.. ^^

불황 10년 90년대 대학생이었던 세대에게 호소하는 바가 크다 하기에, 궁금턴 참이었어요~

기억의집 2014-12-11 10:23   좋아요 0 | URL
흑.... 이카루님, 이 글을 다 못 쓰고 나가야해서 비공개를 돌렸어야했는데, 왜 공개 페이퍼로 올라갔을까요... 제가 왜 이리 정신이 없죠.. 못 살아요.`


불황 10년, 괜찮아요. 저는 평소 우석훈 글 좋아해서 저 양반 에세이도 사서 읽거든요. 박사라 좀 차갑고 그럴 것 같은데 굉장히 심성이 따스해서 좋더라구요.

icaru 2014-12-10 16:39   좋아요 0 | URL
제목의 숫자 1은 무슨 뜻여요?? ㅎ

기억의집 2014-12-11 10:24   좋아요 0 | URL
좀 있다 글 정식으로 써서 올려야지요!

마립간 2014-12-11 08:49   좋아요 0 | URL
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미리 정해놓고 그에 대한 근거를 찾으려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저의 결정에 자신감을 주는 글입니다.

기억의집 2014-12-11 10:27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흐흐 좀 더 써서 올릴게요. 맞아요. 마립간님이면 충분히 아이와 함께 공부 할 수 있어요. 하다가 혈압 오를 때도 있는데, 정말 꾸~욱 참고 하면 되더라구요. 저는 요 며칠 아이와 교재때문에 쉬고 있는데, 다음주부터 같이 공부하려요~

다크아이즈 2014-12-12 17:55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부터 해도 당연히 따라갈 수 있다고 봐요. 그 옛날 반기문 총장이 초등 영어 조기교육 받지는 않았겠지요.
어려운 독해 공부에 대한 불만은 아마 회화도 안 되는데, 그것을 능가하는 학문적 탐구로서의 영어 공부가 무슨 소용 있나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 같아요. 학문의 전당인 대학 공부를 위해서는 당연히 독해 실력도 묻긴 해야되는데, 회화가 안 되면서 거기에 치중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

기억의집 2015-01-06 22:32   좋아요 0 | URL
사실 회화는 독해처럼 따로 공부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미국소설 읽어보면, 그 나라도 회화를 따로 돈 주고 배우는 거보면..회화가 학교교육만으로 소화 못 시키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인 것 같은데, 뭐랄까, 우리 나라 대학입시 영어 비판하는 것중 하나가 너무 어렵다란 것이거든요. 근데 제가 애들을 가르쳐보니 책을 안 읽어 독해능력이 안 되는 거더라구요. 한국어로 된 책도 독해 능력이 안 되고 영어로 된 글도 독해 능력이 안 되는 게 현실인데, 자꾸 본인들 책 안 읽고 독해 능력이 안 되는 건 생각 안 하고 영어출제가 어렵다고 하는 거 보면..진짜 한심해요. 오늘도 아들냄 가르치면서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본인이 엉망으로 해 놓고는 짜증내는데, 이건 뭐지 싶어요....그나저나 답글이 너무 늦었죠~

라로 2015-01-01 02:38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2015년에는 북플에서도 만나고 싶어요!!! 얼렁 북플하시고 알라딘에 좀 더 자주 오시고~~~.ㅎㅎㅎㅎ
암튼 2015년 우리 희망차게 행복하게 시작해 보자구요!!!^^

기억의집 2015-01-06 22:27   좋아요 0 | URL
저 방금 북플 깔았어요. 근데....아롬님 제가 할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워낙 sns를 아예 안 하거든요.........아롬님도 희망찬 한 해가 되시길~

단발머리 2015-01-12 08:0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영어에 대한 님의 의견에 솔깃해서 꼼꼼히 읽었어요.
영어는 영원한 우리의 .... 우리의 사랑은 아니고, 우리의 원수?

기억의집 2015-01-12 08:50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애들을 가르치다 보니 생각보다 아이들이 비동사에 대한 정리가 안 되어 있더라구요. 저의 애들이나 울 아들 친구 가르치는데 학원을 그렇게 다니고 학교 수업을 받고 있어도 비동사의 정체를 몰라 페이퍼에 잠깐 올려봤어요~
 

 2001년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 E=mc²> 가 웅진출판사에서 재출간되어, 내 스마트폰 알라딘 화면 속에 추천목록으로 떴길래, 이 책의 재미난 일화가 생각나 서재에 들어와 끄적거려 본다. 워낙 잘 만들어진 책이라 다른 출판사가 작가와 재계약해 재출간할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재출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 E=mc² 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방정식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누구나 다 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이 방정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과학 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쓴 대중과학서인데, 이 책이 과학책이긴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얽힌 일화와 이론에 불과한 방정식을 실제 핵으로까지 발전시킨 아인슈타인 이후의 여러과학자들의 역사적 기록과 비화를 다뤄,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데, 그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이 책의 집필 동기이다. 그가 이 책에 쓴 서문(생각의 나무판)을 빌려 잠시 여기에 쓰자면, 

<프리미어> 라는 잡지에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디아즈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말했다. 디아즈의 대답은 이랬다. "글쎄요, E=mc²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 그리고는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디아즈는 "농담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내가 그 기사를 큰소리로 읽자, 모여 있던 친구 중 하나가 "디아즈가 그걸 정말 알고 싶었을까?"하고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으나 방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 건축가, 프로그래머 두명, 그리고 역사학자인 내 아내까지도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디아즈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 역시 그 유명한 공식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 나는 한가지 생각에 사로 잡혔다. 누구나 E=mc² 이라는 공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공식이 너무 단순해 보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겠거니 했던 사람들은 공식을 이해하려하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상대성 이론을 다룬 책들은 제대로 씌여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상대성 이론의 모든 것을 담은 또하나의 해설서를 쓰거나, 그동안 지겹도록 많이 씌여지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또 하나 보태는 대신,단지 E=mc² 에 관해서만 써 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중대한 한가지 이유는 E=mc²이 아인슈타인의 방대한 업적중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공식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읽게 해 준 책이 바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이 책을 읽고 부터이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내가 처음 과학책다운 과학책을 접한 건,  <모든 것을 바꾼 사람>이란 맥스월의 전기였다. 솔직히 맥스웰의 평전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흥미가 생겨 구입해 읽었지만, 맥스웰의 일상의 편린만 눈에 들어오고 전체적인 삶을 이해했다뿐이지 그가 남긴 과학적 업적이 무엇인지 읽으면서도 잘 몰랐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과학적 이해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넘겨, 다 읽었다.  맥스웰의 평전 이후  왠지 과학책을 한번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나서 두번째 선택한 과학책이 바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작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맥스웰의 전기처럼 딱딱하고 용어도 낯설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는 그런 책을 두번째 과학책으로 선택했다면, 어쩜 나는 두번 다시는 과학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 인생에서 과학이란 용어는 특정 집단의 성과물이나 스마트폰같은 과학기술의 한 분야로만 인식되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아주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정말 과학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싶어, 과학책에 대한 오기라고 할까, 호기심이라고 할까, 여하튼 뭔가 색다른 걸 읽고 싶다는 발동이 걸려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아인슈타인을 숭배하는 독자가 되어, 아인슈타인과 관련된 양자역학까지 넓혀져 읽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EBS에서 방영된 빛의 물리학 다큐 1부중 베른에 보존되어 있는 아인슈타인 집 내부

 

보더니스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 E=mc²에 관해 썼지만, 그의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도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아인슈타인은 천재이다란 의미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의 위대성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EBS에서 발간된 <빛의 물리학>의 PD 정영두가  왜 빛을 알기 위하여, 제일 먼저 아인슈타인을 거론했는지,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해 1905년을 재현하기 위하여 스위스까지 날아가 그의 자취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는지, 다큐를 보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나 또한 아인슈타인을 읽으면서 버켓리스트란 간절하게 내 인생에서 해 보고 싶은 목록을 짰는데, 거기 목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바로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 1905년의 역사적 기록을 찾아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5편의 논문을 발표한 1905년으로 돌아가 그가 일한 베른특허청에 가 보고, 그가 그의 동료였던 베소와 담소를 나누었던 카페나 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였기에, <빛의 물리학> 다큐를 보면서 느낀 전율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은, 지난 달에 영등포에 사는 김모씨가 만든 자신의 무한동력 영구기관은 열역한 제 1법칙을 위배했다는 그 열역학 제 1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에서 시작 된다. 모든 질량은 어떤 변화를 가해도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란 점을 기억해 두자.

 

 E=mc²에서 E는 에너지를 뜻하고 M는 material 질량을, C는 빛의 속도 celeritas를 의미한다. 수 백년동안 에너지와 질량은 별개다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질량과 에너지는 같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말은 예를 들어, 우리가 들고 읽고 있는 한 권의 책의 질량이 그 질량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다라는 이 비범한 통찰력은 그가 평생을 뒤쫓는 빛과 관련있는데,

아인슈타인의 공식은 그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가를 보여준다. 어떤 질량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계산해낵 위해서는 빛의 속도의 제복이라는 엄청나게 큰 환산 인자가 필요하다. 그 환산 인자와 물질의 질량을 곱하면, 그 물질이 내 뿜을 있는 에너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변환되는 질량이 클수록 더 무시무시한 힘이 방출된다. 1 파운드의 질량을 m에 자리에 대입하고c²에 해당하는 거대한 수 448,900,000,000,000,000을 곱하면 , 원칙적으로 100억 킬로와시까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치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발전소가 생성해 낼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큰 수치이다 (생각의 나무판, p 111~112) .

아인슈타인 이전 그 누구도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것을, 그리고 에너지와 질량이 빛과 만나면 어떤 역활을 하는지 연결도리를 찾지 못하다가 아인슈타인에 이르러, 그의 빛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핵을 만들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간단한 방정식은 결국 우리 인류에게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고, 이 책은 이 방정식을 시작으로 어떻게 핵이 만들어졌는가하는 역사적 과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하나의 원자핵에서 나올 수 있는 에너지는 적은 양이어서 자칫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상징적인 이론에 불과했다가, 1933년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인근의 다른 원자핵을 순차적으로 붕괴시키는 연쇄반응을 이용하면 우라늄 원자핵 하나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수조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발견의 발전가 바로 원자력이나 원자폭탄인 것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을 소개하는데 있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글솜씨는 감탄스럽기까지 하지만, 사실 나는 언제나  이 방정식을 보면서, 두 개의 마음이 공존하는데, 이 방정식으로 인해 원자력을 만들어 그 에너지덕에 일상의 편리성을 누리지만, 한편으론 그 핵으로 인한 공포감 또한 불러일으키는 야누스적 방정식이란 것이다.

 

결국 이 공식이 위대하다 하더라도 완전(혹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저 위대한 공식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리 모두 알아야하고 파멸로 가지 않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저 방정식의 위대성과 동시에 파멸성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보더니스의 책을 소개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 이제 노후화된 부산의 고리 원전 폐쇄해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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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8-07 10:3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저 책을 무척 읽어보고 싶지만, 쉽게 쓰여졌다 한들 제가 읽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는 안될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섣불리 읽을 생각을 할 수가 없네요. 과학이라면 제가 정말이지 '너무너무' 몰라서 말이지요.

이 글을 읽고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거요. 카메론 디아즈가 이 책을 읽었기를, 읽고나서 기억의집님 처럼 과학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기를 바라요. 그렇다면 정말 세상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말이지요.

기억의집 2014-08-07 23: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젤 궁금했어요. 이 책을 과연 카메론 디아즈가 알까 하고 말이에요. 여기저기 몇 군데 찾아봤지만 카메론 디아즈가 이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아요. 디아즈에 대한 언급이 저 때 이외엔 없더라구요~

저도 과학에 대해 잘 몰랐다가 읽어보니 소설분야만큼이나 요란한 곳이더군요. 글 잘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미국은 정말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라던데, 그 말이 맞나봐요.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세요. 전 요즘 도서관에 신세를 많이 지네요~

군자란 2014-08-07 15:33   좋아요 0 | URL
열심이 읽고 계시네요^^ 이 더위에 화이팅!!!

기억의집 2014-08-07 23:39   좋아요 0 | URL
할줄 아는게 읽는 거라서...읽긴 읽는데,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네요. 스마트폰을 끊던지, 아니면 알라딘을 열심히 들어오던지 해야겠어요~ 오늘 말복이라던데 날씨가 밤 되니 선선하네요^^

2014-08-09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9-20 10:51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일단은 이 책을 꼭 한 번 찾아서 (도서관에서) 읽어봐야겠다, 다짐했어요.
(어려울까요?T.T.)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한 가지. 고리원전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꼼꼼히 읽어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유민아빠, 사진..... 기억의집님이 댓글 다실때마다 유민아빠 생각나고, 세월호 생각나고, 아이들 생각날 거 같아요.... 잊지 말고, 기억할께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370원 오른 5580원이라고 뜬 기사를 읽었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자영업자나 기업주입장에서 보면 사실 그 최저 임금도 벅찰지 모르겠다만, 5580원은 물가를 감안하면 적어도 너무 적다.

 

올 상반기에 언니와 내가 장사 좀 해 보겠다고 이리저리 장사할 거리를 알아보면서, 자영업의 가장 걸림돌이 임대료와 인건비 문제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와 언니는 인건비를 좀 더 후하게 주자는 쪽이긴 한데(언제나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루 매상 삼십만원이 넘어도 사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올해는 자영업에 대한 계획을 져버렸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둘이 하루종일 번갈아 가며 주말도 없이 운영해야 한사람당 백오십에서 이백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요즘 세상에 백오십에서 이백이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거 벌겠다고 주말까지 반납하는 건 생각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게다가 알바까지 쓴다면 저 금액조차 가져가기 힘들다.

 

자영업을 알아보면 가장 먼저 인건비문제에 맞부닥뜨리게 되었는데, 사실 임대료만 낮춰져도 좀 더 높은 인건비 책정은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구조가 부자들을 위한 받침대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고 할까나.

 

우리집는 상봉코스트코와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에 있어, 캐리어 끌고 자주 왔다갔다했는데, 간혹 엘리베이터벽에 붙어 있는 아르바이트 공고문을 볼 때가 있었다. 근데 말이다. 여기 시급이 알바치고는 제법 쎄다. 근 만원에 가깝다. 올해는 회원권을 끊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작년 기준으로 9천원 가까이 주었으니, 올해는 아마 시급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코스트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궁금했다. 우리 나라 최고 유통기업인 이마트보다 더 많은 시급을 주는 회사다보니, 미국 자본주의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코스트코에서 왠일로 왜 이렇게 시급을 많이줄까?하고 말이다.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읽어봐도 미국의 노동시장은

근로자에겐 너무나 열악하고 혹독하다. 시급은 시급대로 낮고 복지는 개뿔,  근로자의 환경이 최악인데다 핑크빛 미래가 없어 보일 정도로 암울해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을진데, 어, 왠일로 미국의 코스트코는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나라 최저입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줄까?  두배는 아닐지라도 두배에 가까운 입금을 지불하는 회사라니! 궁금하다.

 

그래서 검색하다가 조선 비즈에서 코스트코 창업주인 짐 시네갈과 인터뷰한 기사를 읽게 되었고 미국에도 이렇게 돈 많은 창업주중에서 근로자에게 소득과 분배를 나눠주는 창업주가 있구나,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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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
“품목별로 가장 좋고, 싸며, 제일 큰 하나만 공략…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게 우리의 힘”

시애틀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동쪽으로 30㎞쯤 달리니, 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는 세계 최대 창고형 할인점 기업인 코스트코(Costco) 본사가 보였다. 미국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 또는 ‘전설(legend)’로 불리는 코스트코 창업자이자, 29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짐 시네갈(Sinegal·76)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회장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자 9㎡(약 3평)짜리 칸막이 수십 개가 펼쳐졌다. 복도를 걷는데 한 칸막이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짐입니다”라며 손을 불쑥 내밀고 나왔다. 하얀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시네갈 창업자다. 그의 집무실에는 유리창과 문이 없었다. 그래서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크기도 일반 임원 사무실과 거의 똑같았다.

 

시네갈 창업자는 “저희 회사는 신입사원이든 CEO든 따로 방이 없습니다. 또 서로 이름으로만 부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티셔츠에 붙은 명찰에는 ‘짐, 1983년부터 직원(JIM, employee since 1983)’이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놓고 있는 그는 되도록 첫 벨소리에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매주 평균 50여 통씩 고객들에게 직접 편지 답장을 보낸다. “매일 최소 6~7번에서 최대 12차례 매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지켜보는 게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그의 별명은 ‘진솔하고 실천적인(down to earth)’ CEO이다.

 

시네갈이 1983년에 창업한 코스트코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誌)가 선정한 ‘포천 500대 기업’ 랭킹에서 24위(2012년)이다. 마이크로소프트(37위·매출 699억달러)나 아마존(56위·480억달러)보다 높다.

 

미국을 포함한 9개국에 매장 592개, 임직원 12만8000여명, 멤버십 회원 6400만명, 889억달러(약 101조원)의 매출…. 지난해 이런 ‘성적표’를 달성한 코스트코는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시기인 6년 만에 매출 30억달러를 달성했고, 주가와 매출은 상장 당시인 1992년과 비교해 각각 800%, 700% 올랐다.

 

월마트와 카르푸가 한국에서 2006년 철수할 때도 버텼던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 유통 기업이다. 코스트코의 서울 양재점 연간 매출(약 5000억원)은 세계 코스트코 매장을 통틀어 1등이다.

 

“월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은 가격을 어떻게 하면 높게 책정해 이윤을 늘릴까 고민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더 낮춰 이익을 최소화할지 고민하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존 뮬린스·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시네갈 창업자에게 직접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으로 4가지가 돌아왔다. 첫째, ‘법에 복종(obey the law)’이다. 편법을 동원한 로비와 관시(關係)가 절대적인 중국 시장에 코스트코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중요 이유 중 하나는 이 원칙의 훼손을 우려한 때문이다. 둘째는 ‘고객을 정성껏 대우하라’이다. 코스트코는 창업 때부터 ‘마진 15%룰(rule)’을 엄수한다. 마진이 더이상 생길 때는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혜택을 나눠준다.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20~25%), 백화점(50%)의 마진율보다 크게 낮다. 다음은 ‘직원에게 최고의 혜택을 준다’이다. 코스트코 직원들의 연봉은 유통업계 평균보다 40% 정도 더 많다(시간당 평균 20달러). 매출의 1.25%(지난해 11억1200만달러·약 1조1391억원)를 직원 건강의료보험 및 복지혜택에 쏟아붓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품 공급업자를 똑같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존중한다”고 했다.

 

“주주(株主)에 대한 보상은 맨 마지막으로 신경 쓸 일입니다. 월가는 매주 월~목요일까지 실적으로 회사를 평가하지만, 저희는 50년 뒤까지 평가받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고객이 구입하는 제품의 품질을 희생시킬 수 없고 직원들의 행복도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Weekly BIZ는 2년여 동안 공을 들여 시네갈 창업자를 본사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올 1월 CEO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사회 멤버로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영원한 ‘코스트코 맨’인 그를 통해 세계 5위 소매기업 코스트코의 ‘정신’과 ‘비즈니스 세계’를 해부했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스타벅스 열혈 팬이다. 그는 손에 든 스타벅스 컵을 가리키며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다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코스트코가 스타벅스에서 대량 공급받는 커피 가격이 비싸 스타벅스에 ‘제품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통보했다는 것. 그랬더니 슐츠 CEO가 “나한테 이럴 수 있나? 당신이 ‘가격 경찰’(price police)인가?”라고 펄펄 뛰어 몇 개월간 냉전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네갈 창업자는 “내가 이겨 결국 가격을 낮췄다”고 했다.

“비즈니스에선 친구도 절대 봐줄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가격을 깎고, 흥정하고, 또 깎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뼛속 깊이 박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는 만 18세 때 대형할인점인 ‘페드마트’(FedMart)에서 매트리스 하역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적자였던 페드마트의 여러 매장을 흑자로 전환했고 창고형 할인점의 효시(嚆矢)인 프라이스클럽(Price club)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지냈다. 그는 47세에 투자가인 제프 브로트먼(Brotman)과 함께 750만달러를 들여 시애틀 시내에 코스트코를 창업했다.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5초 정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전하고 싶은 갈망이 컸습니다. 남들은 저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합니다. 그와 한 가지 닮은 것은, 저도 제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죽기 전날까지 일한 그처럼, 저도 제 일에 몸과 열정을 다 바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하나를 팔되 최고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팔아라”

―창업 당시 가졌던 원칙이 있나?

“‘돈은 매장에서 버는 것이고, 경영진은 매장의 직원과 고객을 왕처럼 대접해야 한다’는 철학을 세우고 창업했다. 사무실 벽에 ‘매장에서 연락이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매장 일에 집중하라’는 문구를 써 붙였을 정도다. 나는 지금도 매장의 계산대 현금 출납기에서 울리는 ‘링링!’ 소리가 가장 즐겁다.”

―CEO 시절 연간 평균 200일 정도 매장을 방문했다. 일에 지쳐 회의가 든 적이 있을 법하다.

“성공하려면 항상 일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건강이나 가족도 챙긴다. 1주일에 3차례 라켓볼을 치고 일요일엔 반드시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 휴가도 간다. 하지만 가족과 저녁 먹기 전에는 문서 작업에 몰두하고 휴가지에서도 코스트코 매장을 꼭 방문한다.”

―경영 철학 가운데 왜 제품 마진율은 15%를 고집하나?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하는 적당한 기준이다. 그 이상 이익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discipline)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된다. 나아가 고객들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한다.”

―코스트코의 이익률은 2%대인데 어떻게 성장이 가능했나?

“월마트는 14만개 아이템을 진열해 놓지만 우린 4000개만 판다. 품목별로 가장 품질 좋고, 값이 싸며, 큰 사이즈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 4~5개를 고객이 고르다가 결국 안 사가는 것보다, 확실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게 낫다. 이런 방식으로 코스트코는 1년에 재고가 13차례 소진된다. 월마트 등 경쟁 기업은 연간 9차례 재고가 소진된다.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게 우리의 힘이다.”

 

―초창기 인지도가 없을 때 어떻게 회사를 키웠나?

“보통 5달러짜리 햄버거가 잘 팔리면 대부분의 매장은 6~7달러로 가격을 올린다. 그러나 우리는 3~4달러로 가격을 낮춘다. 중요한 건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 제품 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제품 공급자들을 설득해 이들이 먼저 양질 제품을 내놓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과거 우리는 대니시 쿠키(danish cookie) 1파운드를 3~4달러에 팔았다. 그 뒤 해당 공급 업체를 잘 설득해 쿠키 2파운드를 5달러에 내놓았다. 그러자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더니 그들이 먼저 5파운드짜리 쿠키 제품을 7달러로 만들어 찾아왔다.”

 

기자가 찾아간 이달 3일 낮, 코스트코 본사 1층 로비에는 제품 공급자 수십여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쪽 벽에 ‘제품 공급자들에게 : 어떤 비판과 조언도 환영합니다. 다만 최대한 낮은 가격의 품질 좋은 제품을 부탁합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매일 코스트코 제품 담당자와 만나기 위해 평균 1시간 30분을 기다린다고 했다. 제품 선별 과정은 ‘낙타의 바늘 구멍 통과’를 연상케 한다. 500대 1에서 1000대 1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시장점유율을 넓혀라

―경영 철학이 위협받아 가장 흔들렸을 때도 있을 법한데.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을 때였다. ‘이익률이 낮아지니 인력을 줄이고 마진을 높여라’는 압박이 극심했다. 그러나 진짜 훌륭한 기업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업이라고 믿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가격을 높이는 것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모든 제품 공급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오히려 제품 가격을 내렸다. 금융 위기 때는 가격을 내려도 어차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동일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즉각 거부반응이 온다. 결국 우리는 위기를 극복했다.”(코스트코는 2010년과 지난해 각각 9.13%, 14.07%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스트코는 일정 금액(40~50달러)을 연간 회원비로 받는데 불황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소비보다 저축이 미덕인 지금 상황에선 부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기업이 ‘충성심’(loyalty)을 만들며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충실해진다는 점이다. 회비를 내면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묶어놓는 효과도 있다(웃음). 연간 멤버십 경신 비율은 90% 정도다.”

 

‘내실 경영’을 실천하는 코스트코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은 직원이다. 코스트코의 계산대 직원(정규직)의 연봉은 4만9000달러이다. 월마트 등 경쟁 유통 기업 직원들은 연봉의 25%를 건강보험료 같은 의료 비용으로 지출하지만, 코스트코 직원은 연봉의 8%만 낸다. 차액(差額)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는 덕분이다. 직원 정년(停年)도 없어 코스트코 매장에는 60~70세의 ‘정정한’ 노인이 점원으로 상당수 활동 중이다.

 

―직원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닌가?

“아니다. 혜택을 많이 주면 좋은 업무 분위기가 절로 생겨난다. 우리는 후배를 칭찬하는 문화 못지않게 후배가 상관을 칭찬하는 문화도 있다.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내 상관이 잘 돌봐줬다’는 칭찬들이 회사 안에서 매일 생겨나 회자된다. 적자가 나더라도 기업은 직원들에게 가는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의무의 일부다.”

▲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의 집무실은 직원들과 찍은 수백여 장의 사진과 코스트코를 상징하는 다채로운 물건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는 “CEO도 지속적으로 배우며 경영 노하우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자기 사업장은 물론이고 경쟁자들의 사업장도 자주 방문해 학습과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사콰=이신영 기자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에게 회사 가치관을 전하고 훈련시키는 일이다”

“CEO는 단 한 번 도약해 고층 빌딩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수퍼맨’이나 ‘총알보다 빠른 사나이’가 절대 아닙니다. CEO는 조직의 ‘선생님’일 뿐입니다. 저는 항상 중간 관리자 이상급 직원들에게 ‘만약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깨닫지 않는다면, 그 직업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CEO의 열정만큼 직원들이 현장에서 똑같은 열정으로 일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CEO의 1순위 과제는 직원들에게 회사 정신과 가치관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이를 공유하는 ‘코치(coach)’가 되는 일입니다.”

 

그는 매년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서 높은 성과를 낸 이른바 ‘고성과 임원(high performing executives)’ 24명을 뽑아 직접 본사로 1년에 4차례씩 불러 교육한다. 세계적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 같은 경영 서적을 읽고 몇 시간씩 토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외부에서 유능한 직원을 영입하지 않는 ‘순혈주의’로 비판받고 있다.

“우리 회사의 모든 임원은 회사 내부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외부 영입은 없다. 외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우리 사람만 생각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장점이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 원칙 중 하나다.”

 

―매년 연봉을 35만달러(약 3억9500만원) 받았다. 코스트코 매출의 절반에 불과한 코카콜라의 켄트 CEO는 당신보다 연봉(1447만달러)이 47배나 많다. 너무 적은 연봉을 받은 게 아닌가.

“35만달러조차 너무 큰돈이다. 비용에 민감한 조직을 경영하려면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 CEO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보다 100배, 200배나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국 CEO들에게 조언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해야 한다. 분기 실적에 얽매이면 비즈니스에 손상이 간다.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간 적자를 견뎠다. 그 후에 흑자로 만들었다. 경영진 회의 때마다 ‘한국 시장은 잠재력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성공의 때를 기다리며 끈기있게 버티자’고 다독거리면서 살아남았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출생: 1936년 미국 피츠버그

학력: 1959년 샌디에이고 주립대 졸업

경력: 1954~79년 페드마트 입사, 수석부사장
1979~83년 프라이스클럽 수석부사장
1983~2012년 1월:코스트코 CEO
2012년 1월~현재:코스트코 이사회 멤버

기타: 비즈니스위크지‘최고의 CEO’(2003년), 타임지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2006년)

취미:라켓볼

 

원문 : 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7/2012081701238.html 접힐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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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이 창업주 혼자만의 돈이 아니고 노동자와 함께해서 쌓은 공동의 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돈을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하는 창업주가 미국에 존재하는다는 게 놀라웠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분배에 인색한,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짐 시네갈같은 창업주가 빨갱이라고 비난받지 않는 게 더 의아하다.

 

자기계발서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자신의 성공이나 자랑하거나 떠벌리는 경영주보다 그가 존경받을 수 있는 건,  노동의 가치와 분배를 실천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쩜 자본조의 국가에서 최저 임금은 가장 기본적인 분배이며 그 파이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때 경제는 악순환의 되풀이일지 모르겠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임금인상은 경제를 원활하게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근로자의 주머니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나가는 돈도 많아지는 법이니깐. 우리나란 부동산에 대한 혜택이 아닌 자산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늪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을 듯 한데, 역시 우파 정권은 분배에 인색하다. 최저 임금 5580원이라니.

 

궁금증: 짐 시네갈같은 창업주의 자신의 종업원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백인의 80%가 공화당 지지자들이다라고 하는데, 그는 열혈 민주당 지지자. 그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얼마만큼의 지지를 얻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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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9-20 10:56   좋아요 0 | URL
우아~~ 코스트코 자주는 안 가지만, 사장이 완전 다르게 보이네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장님 많아졌으면.....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