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알라딘 서재 둘러보니, 마립간님의 화두가 흥미롭다. 사실 학부모라면 자녀의 영어공부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고 나 또한 내 자식의 영어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우석훈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세상보는 방법을 좋아하는데, 우석훈 또한 이 책에서 자녀의 영어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외국어(특히나 영어)는 중학교 들어가서 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 한다. 배울만치 배운 우석훈 박사가 영어는 중학교 다닐 때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이, 외국어에 대한 성급한 배움보다 느긋함과 여유로 다가와 위안을 준다.
사실 내가 올 1월부터 우리 큰 애와 영어공부를 같이 하면서, 영어는 중학교때 해도 늦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우석훈 박사의 글이 크게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인데, 큰애를 처음 영어학원에 보낸 것이 아마 초등 4학년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때도 주변에서 늦었다고 난리였었는데, 학원만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탓에, 중 2학년까지도 영어를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 큰 애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교육에서 요구하는 것이 영어독해이니 엄마인 나랑 같이 공부하는 것이 어떤지 의향을 물어보았고 큰 애가 엄마랑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영어공부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아이랑 같이 영어 독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게, 학원을 보내도 본인 의지가 없다면 외국어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과 중학교 들어가서 흔히 말하는 머리가 커질 때 영어공부를 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 초 큰애와 큰 애 친구와 같이 영어 공부 하면서, 아이들이 지금까지 배운 영어중에서 아주 기초적인 Be동사에 대해 정의 한 번 해보자 할 때, 두 아이 모두 Be 동사에 대해 잘 몰라했다. 지난 오년간 영어를 배우면서 Be 동사의 활용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문장 한문장씩 독해를 하기 보다는 문장 전체를 대강 이해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인 것 같았다.
외국인으로 내가 Be 동사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
1, be 동사는 독립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예를 들어 I am, You are., She(He) is. 처럼 비동사 하나만 써도 간단하게 의미가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자만, 비동사에 형용사나 전치사를 쓸 경우 글이나 말이 더 정확하고 풍부해진다. She is a pretty 나 She is with me. 같은 문장은 그녀의 상황을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묘사한다는 것과
2. Be 동사는 일반 동사와 만날 수 있는데, 그러면 비동사의 형태가 시제형이 된다는 것, 일반 동사 work를 예를 들면, 현재 진행형 Be working, 현재 완료형 Have been worked이나 과거 완료형 had been worked등과 같이 공식적인 be 동사의 시제 쓰임을 외우면, 영어 독해가 쉽게 이해될 수 있는데, 아들이나 아들 친구은 지금까지 그 어떤 선생도 be 동사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고. 결국 아이들은 be 동사가 동사긴 동사인데, 어떨 땐 일반동사와도 같이 쓰이니 be 동사의 정체를 몰라 헷갈려했고 be동사가 일반 동사와 결합되도 그게 왜 그런지 개념정리가 안 된 체, 영어 문장을 대강 이해하고 지금까지 문제풀이만을 해 왔던 것이다.
학원을 한두해도 아니고 몇 년을 다녔는데도(학원비가 적은 돈이면 모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보통 학원비가 삼십에서 삼십오만원이었으니... 길거리에 그냥 돈을 뿌린 거나 마찬가지임), 영어의 이해가 정립이 안 된 것을 보면, 학원에 대한 기대치가 실망감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초등학생의 경우 영어회화 위주고 초등 6학년 들어가면 보통 영어문장 독해를 하기 시작하는데, 초등 저학년인 경우 나이가 나이니 만큼 회화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긴 힘들다.
자, 그러면 대강 초등저학년때 학원 다니며 회화를 마스터한다해도 중학교 이후 과정은 문법과 독해를 얼마만큼 이해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므로, 지금까지 배운 회화는 저 뒤로 내 보낸 체 초등 고학년과 중등과정은 독해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독해는 사실 우리가 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글쓴이가 쓴 글의 주제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글의 이해하는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 외국어 독해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회화에서 독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독해의 과정의 낯설어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평소 독서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영어 독해 또한 독서 과정의 일부분이므로. 그렇다고 독해를 안 하고 중등, 고등 영어과정을 회화나 가르칠 수 있나. 그건 말도 안 된다.
올 수능 시험 끝나고 포털 사이트에 한 외국인 여학생인 우리나라 영어 수능 시험 문제 푸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댓글이 우리 나라 영어 교욱의 문제점을 꼽았다. 영어를 배워도 말 한마디 못하고 너무 어려운 독해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영어를 못할 수 밖에 없다는 글이 거의 도배했는데, 나는 그 댓글 읽으면서 든 생각이, 그럼 대학은 학문의 전당인데, 어려운 영어독해를 요구하는 게 문제가 되나? 꼴랑 영어회화로 대학을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 더 우스운 거 아닌가. 제대로된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문의 능력이 회화정도의 수준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렇게 하위 학문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나의 불평등한 생각이 평등 정신에 어긋나고 비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대학에서 어떤 분야의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하고 그 수준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대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영어 독해를 요구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글을 쓰다보니 글이 다른 방향으로 샜는데, 한국땅에서 외국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배운다는 건 결코 쉽지 않고(외국어에 욕심이 많지 않은 이상), 차라리 외국어를 잘할 필요 없다고 받아들이면 이렇게까지 학원시스템에 아이들을 가둬두지 말아야하고, 학원 다닌다해도 본인의 외국에 욕심이 없으며 돈만 길거리에 뿌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이 외국어에 대한 가치를 알까? 사실 모른다고 본다. 영어소설정도는 읽는 나 또한 책읽기에 대한 욕심이 없었더라면, 굳이 영어(외국어)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는데, 아이들이 학원 다니면서 영어의 가치를 얼마나 잘 알고 받아들일까 싶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어 학원을 보낸다고 해도 영어에 대한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어 학원에 맹신하지 말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