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쪽빛그림책 5
기무라 유이치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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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무라 유이치에 대한 오해는 애니에서 시작되었다. 늑대와 양의 우정이라는 자연계의 먹이사슬에 대 반역을 저지른 기발한 상상력에  호감(호감이라구, 사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나온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한두권이 아니라 식상하긴 하지만 여기서 딱히 생각나는 쓸 말이 없어서! 반감은 일단 아니니깐)을 느끼긴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본 애니 <폭풍우치는 밤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쁘게 포장한 여느 일본 애니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 그래 그림 이쁘지, 내용 교육적이지 그런데 뭘 어쩌라구요!정도.

애니의 상영 후, 작품의 평가는 나무랄 데 없지만 그래도 독자에게 인상적인 무엇인가를 주지 못한다는, 작가에 대한 이러한 사소한 오해는 독자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시무라 유이치가 저 그런 작가일 것이라는 단단한 오해의 층을 풀기에는 나의 편견은 겹겹히 봉인되어 있었고 그 오해를 풀 기회는 그다지 없어 보였다. 도서관에 가서 그의 <폭풍우치는 밤에>를 들춰보기전에는. 게다가  <폭풍우 치는 밤에>를 빌려와 아이들에게 읽어주자 생각보다 상당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거 분명히  영화와는 다른, 그 무엇가의 힘이 그림책 속에 들어 있었다. 그게 뭘까? 아니 왜 아이들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지. 내가 좀 오버해서 읽어줘서 그런가? 영화와 별반 스토리가 다른 게 없는데 ! 왜 이렇게 아이들이 더 읽어달라고 조르지. 6권이나 돼 읽느냐 열나 힘들어 죽겠는데, 씩씩!( 6권 읽어줘 보세요. 한두번도 아니고 나중엔 열 받습니다~그래요. 그래서 전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지만 들고 오면 한숨 푹 쉬는 찡한 그림책 차트도 있어요.)

제법 오랜 동안 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들의 좋아하는 그림책은 어떤 요소들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다른 어떠한 것보다 아이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이 이야기 속에 담겨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흡입의 요소가 이야기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재미 있을 수도 있고 자신과 같은 일상의 담은 잔잔한 감동일 수도 있고  주고니 받거니하는 개그의 만담처럼 언어의 유희일 수도 있고 이야기의 대화의 중점을 둔 언어의 강약 등  아이들을 매료시키는 요소가 이야기 그림책 속에 분명히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무라 유이치의 그림책의 경우는 연극과 같은 과장된 대화체를 잘 살려서 읽어주면 , 특히 대화의 강약을 잘 살리면 이야기의 당김 효과가 상당하다. 그리고 작가 자신도 그 효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폭풍우치는 밤에>의 양과 늑대의 대화처럼, 이 <흔들 흔들 다리 위에서>에서의 여우와 토끼의 먹고 먹히려는 위기 일발의 순간을, 정말 과장해서 읽어주면 아이들은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듣는다. 기무라 유이치가 그림책계의 세헤라자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듣는 사람이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등장인물의 강약의 구어체와 유머 그리고 호기심의 절정에서 딱 끊는,  기묘한 이야기 솜씨가 아이들을 확 잡아당기는 이야기의 재주때문이다. 덤으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낙천적인 결말도. 들려주는 이야기의 당김이 무엇인지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든다.

오랜 경험상  커버스토리만 보고도 작품에서 뿜어나오는 이야기의 분위기나 힘만으로 아이들의 호불호을 대강 감지할 수 있는데, 존 버닝햄이나 앤소니 브라운, 알스버그 작품의 경우 일러스트나 이야기가 안정적이어서, 급격한 호흡을 요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그림책 작가들의 일러스트나 이야기가 안정적이어서 발화의 톤은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스타이거같은 유머와 장난스러운 작가의 이야기는 장난스럽게 읽을수 밖에 없어, 외국 작가가의 이야기나 일러스트가 안정적이라는 말로 일반화, 보편화 시킬 수 없지만 특히나 미야나시 타츠야의 경우나 기무라 유이치의 일본 작가의 경우 이야기가 유머스럽거나 과장스러운 이야기일 경우가 많아 읽는 톤이 경쾌하게 고저의 음색이 나오게 된다. 오디오의 이퀄라이저로 비유하자면 음의 높낮이의 변화가 고저로 빠르게 요동친다고나 할까나. 이야기의 톤이 수시로 변하다보니 아이들도 이야기에 훔뻑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림책의 그림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긴장감, 그리고 이야기의 호흡이 어떻게 변해야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아는, 그림책 작가라는 것이다.

갈수록 그림책 세계와 멀어지는 나를 붙잡은 것은 이런 멋진 이야기꾼과 독특한 환쟁이와의 만남이다. 아직도 볼 좋은 그림책 많이 남아 있는데, 이런 멋진 작품과의 조우는 그림책 세계와 끊임없는 연결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 기무라 유이치와 일러스트 작가 고타로 그리고 번역자 김정화씨의 어린 시절의 사진, 정말 멋졌어요.(신선한 기획의도에 아이들과 함께 빙그레 웃었답니다. 더불어 저도 어린시절의 사진 찾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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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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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시 떠오른 <요코이야기>의 논란 기사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81023010504594&p=yonhap를 읽으면서 찹작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과연 이 <요코이야기>이란 소설에서 묘사한 폭력과 강간이 우리땅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패망 후 달아나는 일본인들에게 몇 십년동안 당했던 설움과 굴욕을 폭력과 강간으로 되갚지 않았다고 증언할 수 있을까. 그  당시 상황을 증언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없지만,  난 <요코이야기>의 작가가 한국땅을 떠나면서 겪었다고 주장한 폭력과 강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전시였기에 어쩌면 그런 일이 가능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역사 앞에서 우리가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균형감각이다. 자신들의 과거가 수치스럽고  치욕스럽다고 해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감정적으로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은 강간당한 역사앞에서 우리가  할 짓이 아니다.  <요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원칙적으로 우리는  당시의 상황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러한 증언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진실 여부를 가렸어야 했고 만약 그러한 일들이 사실이었다면, 사죄하고 그런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후세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요코이야기>가 미국의 추천도서가 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요코이야기>가 추천도서목록에 뽑혔다면, 그 책과 나란히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에 저지른 만행을 기록한 책 또한 추천목록에 뽑힐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어야 했다. 세계대전의 가해국이 원폭으로 인해 피해국으로 둔갑한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본의 짐승만도 못한 만행을 기록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일 것이다.

<요코이야기>에서 묘사한 폭력과 강간이 우리 땅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의 은폐이며, 일본 우익이 자신들은 세계2차 대전중에 결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우리의 그런 不認은 일본우익의 진실 은폐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지사지로 <요코이야기>같이 일본인한테 당한 이야기를 써서 세계적인 작품이 나와 미국교과서 추천목록으로 선정되었다면, 일본 또한 역사의 왜곡이요 허구라고 쌩 난리를 칠 것이 뻔한 거 아닌가. 너희도 <요코이야기>가 역사의 진실을 덮고 날조라며 추천목록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했는데, 우리 또한 그러지 말란 법있냐고 항변하면 우리는 도대체 무슨 변명을 해야한단 말인가.  역사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덮여있는 역사를 걷어내고 용기있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만이 역사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강간당한 역사를 다시 끄집어 내 일본의 만행을 세계적으로 환기시킨 아이리스 장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리스 장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한테 들은 난징대학살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하여 신념과 열정을 바쳐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라는 작품을 쓰고 그 작품으로 목숨까지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리스 장은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태어나 일리노이 주 샴페인- 어바나에서 자랐다.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난징에서 일본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들으면서 자랐다. 그녀는 이 거대한 범죄가 잊혀진 역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The rape of Nanking>을 썼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폭로한 이 책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장은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다큐멘터리 작가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난징 희생자들을 위해 싸우는 행동주의자이자 미국내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된다. 이 책은 1937년 난징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생생히 되살려, 영어로 씌여진 난징대학살에 대한 훌륭한 첫번재 보고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본학자들과 일본의 우익세력은 아이리스 장의 책은 사실 왜곡과 날조라고 반박하며 아이리스 장에게 전화와 메일, 시위 등의 방법으로 협박하였고 일본에서 한 출판사가 번역 출판하려고 하자 대규모 규탄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시체가 캘리포니아 외곽 로스 산또스 고속도로에서 발견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부터 일본 우익 단체의 집요한 협박으로 그녀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그로인해 인해 그녀 나이 36살, 2004년에 총을 쏴 자살한다.

이 책은 난징에 남아 있는 수십만 개의 주인 모를 무덤에 바치는 묘비명(316p)이다. 난징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한 이 책은,  사진기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들과 기사와 살아 남은 자의 증언과 그 곳에서 중국인들을 일본군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외국체류자들의 일기와 편지등을 토대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수된 중국군 포로들의 머리가 나란히 있는 사진, 포로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입술 사이로 담배꽁초가 물려진 중국군의 목이 철조망에 올려져 있는 사진, 의자에 묶여 반복적으로 강간당한 소녀의 사진, 강간당하고 수족을 절단 당한 사진등과 그것도 모자라 무카이 토시아키와 노다 타메시 소위의 100인 목 베기 시합등 너무나 끔찍하고 잠혹한 사진과 기사 그리고 체류 외국인이 쓴 글은 역사적 진실을 한 치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일본군의 난징침략으로 죽은 사람은 영국군의 드레스덴 공습과 이에 뒤이은 화재폭풍으로 인한 사상자 수 (당시에는 22만 5천명의 사상자가 국제적으로 인정되었지만 최근에사망 6만명, 부상 3만명이라는 좀 더 객관적인 수치가 제시 되고 있다) 보다 많았다고 한다. 사실 난징대학살로 죽은 희생자 수는 최소 26만명에서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되며, 죽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일본군은 구덩이를 파 시체를 쌓아놓거나 불에 태우거나 아무데나 버려 곳곳이 시체들로 가득 찼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불행한 역사적 사실과 직면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 책은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아이리스 장이 목숨과 바꾼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는 이 사실기록의 책은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하는 타국의 기록이다. 우리는 일제점령기의 핍박받은 기록도 허구의 소설도 제대로 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작품 운운은 말해 무엇하리오.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을 전세계에 알려야 하고 그들의 역사 왜곡과 날조를 강력하게 규탄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역사 앞에서 정당성을 획득하고 정정당당히 맞서야하지 않을까.  언젠가 우리도 우리만의 <요코이야기> 같은 작품과 맞짱 뜰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아이리스 장, 중국이름 장춘루(張純如)가 이루어 낸 업적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덧붙여 :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과 날조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잘못이 크다는거 안다. 반성조차 하지 않은,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요코이야기>같은 책이 나온 것이 어쩌면 그들의 뻔뻔함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전적 소설인 <요코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우리도 잘못한 것을 인정해야, 역사 왜곡과 날조를 밥 먹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을 비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처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가 과연 그네들의 역사왜곡을 비난할 수 있을까나. 차라리 난 6~8학년 교과추천목록에 <요코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면,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서 이런 난징대학살같은 작품도 집어 넣어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다. 균형의 상실이야 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할 적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난 일본소설 많이 읽지만 일본작가들의 은연중에 드러나는 애국관이나 국가관 비웃으면서 읽는다.

마지막으로 아이리스 장의 명복을 기원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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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 01 - 사계절 동식물
김정숙 지음, 김중석 그림, 권오길 감수 / 길벗스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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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마주치는 콘크리트 바닥틈 사이로 난 노란 민들레꽃, 텅 빈 주차장 공간 가에 어느 새 핀 울긋불긋한 봉선화, 집앞 대문을 따라 담벼락에 핀 바생이와 강아지풀등등. 아이들은 그런 천박한 땅에서도 식물이 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보고는 순간적으로 잡아채, 나에게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포확물들을 보여준다. 그냥 놔두지 왜 그랬어?라는 나의 말은 뒤로 한 채, 또 쪼르르 달려가 강아지풀을 한아름 뜯어 다발을 만들고는 하늘을 향해 휘휘 내저으며 달려가는 장면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적인 한여름의 풍경일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 삼아 무심코 뜯은 바쟁이나 강아지풀이 자신의 모습을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어른인 우리들은 어디에선가 날아온 씨가 작디 작은 땅에 비집고 들어가 싹을 튀운 것이겠지 하고 어렴풋히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학교 다닐 때 암기한 것 이상의  동식물에 대한 지식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동식물이 사실은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꼭 필요한 전체이자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사는 지구위에서 당당히 독립된 개체로써 군림하는 동식물을 알아야 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을 위해 생존하기 보다는 동식물이 있어야 인간이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동식물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 나도 동식물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큰 애의 교과과정에 있는 동식물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46억년이라는 지구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였고 동식물의 진화는 어떻게든 지구라는 땅위에서 살아 남으려는 생존의 역사이다. 이 책은 진지하게 동식물의 진화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이 책에 씌여진 동식물의 암수의 특징, 짝짓기, 생활방식은 그들의 생존 투쟁과 본능이 어떻게 이 지구상 특히나 한국땅에 맞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다룬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의 구성은 식물과 동물을 사계절로 구분하여,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각각의 단원별로 설명된 동식물은 아이들이 일목요연하게 머릿 속에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봄에 나오는 동식물, 여름에 나오는 동식물, 가을에 나오는 동식물과 서서히 추운 겨울을 채비하는 동식물의 행동양식과 같은 계절에 따른 릴레이 식의 구분방식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어서, 아이들이 이 책에 접근하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계절에 나타나는 동식물에 대한 설명 또한 딱딱하고 지루하게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유도한 후 설명하기 때문에 동식물에 대한 개념과 체계를 어느 정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잡아 주고 있다. 또한 한 권의 책이 아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작가와 출판사는 색인부분을 만들어, 그때 그 때 아이들이 필요한 동식물에 대한 상식을 단편적으로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 제일 좋은 방법은 첫페이지부터 끝까지 읽은 후에, 필요한 항목은 색인을 보고 참조하는 것이다. 수채화 기법을 사용하여 한 눈에 볼 수 있는 동식물의 그림과 색인은 이 책의 장점이며 아이들에게 색인 찾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어 어느모로 보아 아이들에게 쓸모있는 책이 되리라. 책 한권이 읽기가 부담스럽다면(우리아이처럼!) 궁금했던 항목을 색인에서 페이지 수를 찾아 찾아보는 것도 책을 쉽게 접하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일본출판사에서 낸 식물일지나 관찰 도감을 그대로 갖고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의 집필진들이 우리의 땅에 나는 동식물에 대해 써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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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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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난 이사람 이름 발음하기 힘들더라!)는 횟칼처럼 날이 선 섬뜩한 이야기가 극적 재미를 주고 jump in the box처럼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반전의 트릭에는 혀를 내둘을 만 하지만 읽을 수록 등장인물의 성격화 즉 캐릭터의 묘사는 그렇게 능수능란한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Z 이 양반의 이야기의 힘은 엔터데이먼트면에서 강렬하고 괴기스럽고 중독성이 강하고 흡입력 있고,  그러면 미스터리 작품의 충분한 필수조건은 다 갖추었는데 무슨 딴지냐 싶지만,  두 남녀 고등학생 고스족의  born to kill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은, 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쾌락에 맞춰져 있고, 그 쾌락을 추구하는 원인 예를 들어 가난한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학대와 폭행등 범죄 심리학의 기본적인 틀과는 너무나 상이해서 두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본능적으로 crime을 좋아한다는 설정은 이야기 트릭을 위한 단순한 장치이며, 두 주인공의 범죄적 성격이 이렇다라고 규정한 채, 이 작품을 쓴 것은  캐릭터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무시하는, 캐릭터 묘사에 작가가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능은 뛰어나 단숨에 읽어내려는 재미는 있지만, 검정색 한 가지 색으로 등장인물들을 칠해버린 것은 이 작가가 좀 더 신경써서 커버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등장인물의 묘사 터치가 스펙트럼처럼 화려한 것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실험성을 바라는 것은 더욱더 아니고, 단지 트릭만큼 인물묘사가 리얼하고 정당성 있는 설득력만 있었다면, 작가에게 붙어다니는 천재작가 운운은 허풍스럽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 몇년 대부분 일본소설만 줄창 읽다가 요 몇 달 다시 영어권 작가로 리턴. 뭐 좀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탁월한 성격 묘사가 거대한 장(field)처럼 이야기 속에서 형성된,콘래드,울프, 스타인벡,포크너같은 대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Z의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약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Z 이 사람, 재미와 함께 어느 정도 성숙한 캐릭터의 묘사,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런 면에서 볼때 그가 가야할 길은 아직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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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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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머릿말에 의하면 " 근대화 과정에서 조성되어졌던 항만, 공장, 창고, 수운, 철도, 운송, 군사, 농업, 교통시설 등 기능이 저하되고 황폐화됨에 따라 이들에게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노력들, 즉 퇴락하여 가는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지방 도시들이 어떻게 현 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그 산업유산을 껴안고 재발전시켜 원주민들의 삶의 근거로 삼고 있는지 생생하게 사진과 곁들어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수고는  단순히 일본의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우리 나라  또한 산업의 성쇠에 따라 버려진 산업유산에 대한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도시발전과 연계하여 어떤 식으로 가치 있게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산업유산을 건물, 마을 ,항구, 길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일본 지방도시의 산업유산을 고찰하고 있는데, 초판이 2006년 6월에 나왔고, 이년 후인 현재 증보판으로 책의 크기를  키우고 내용도 몇 개 더 추가해서 4월에 재출간되었다. 워낙 초판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이 작가의 후속작에도 관심이 많아 틈틈히 검색하던 중에  재증보판이 출간 되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솔.직.히 재증보판 나왔다는 것 알고 이만저만 열 받은 게 아니었다. 아니 왜 하필이면 재증보판이야, 낼려면 따로 찍어 낼 것이지. 내가 뭐 돈을 다발로 쌓아놓고 사는 줄 아나. 같은 책을 두 권이나 사게.... 안 사려고 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워낙 인상적인 책이어서 걍, 질러버리고 말았다.

받아 들고 천천히 훑어볼 결과, 그 전 책에 씌여진 내용과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몇 장의 사진과 추가 내용이 다를 뿐. 단지 증보판의 장점은 사진의 시각효과를 찾을 수 있는데, 같은 장면이라도 큼직한 증보판의 사진이 휠씬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사진이 담고 있는, 일본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인들의 옛것에 대한 보존과 집착이 남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일본 지배시대때 우리문화 말살 한 것을 생각하면!) , 한때 성행했던 산업이 쇠락해지면서 지방산업의 구심점을 잃고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자, 폐허로 남아있던 산업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리모델링하여 관광객을 유치한 것은 우리의 지방도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첫번째 이야기. 건물 

샷포로에 있는 맥주공장도 아름답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장은 1890년 설탕공장이 현재는 맥주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여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고, 그 중심으로 볼거리 먹을거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딱딱한 건축 또는 도시설계 전문용어가 나오는 글이 아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비어 가든(초판)


비어가든(증보판)

 
 
방적공장을 호텔로 재활용하고 있는 오까야마현 쿠라사키


일본은 산업 초기에 적벽돌공장을 많이 건설했고 산업이 쇠락하자 필요없어진 건물들은 창고등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볼품 없어진 이 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마찌쯔쿠리연구회를 결성하면서 창고 재활용을 본격화하였는데, 70여개동에 이르는 창고를 시민들 스스로 조사하고 적벽돌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 박물관에는 온갖 벽돌을 다 모아놓았다고 하는데, 심지어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폭 잔해물인 벽돌들도 있다고 한다. 8월에는 재즈페스티벌도 개최한다고.

이번에 증보판에서 새로 추가된 산업도시 나고야편. 도자기도시로 유명한 곳인데 지금은 토요타자동차의 전신 방직공장을 일부를 남겨두고 토요타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다른 문화유산보다 더 많은 사진과 설명이 깃들어 있지만 생략.
 
두번째이야기. 촌락 

산촌이 주로 소개되었고, 작가가 전통역사마을에서부터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특히나 쯔마고 마을은 일본에 대한 첫번째 연구를 싲작하게 해준 마을이었다고 한다. 초판에는 북쪽의 광산마을이 소개되었는데, 증보판에는 남쪽의 광산마을도 추가되었다.



시라카라마을이라는 누에마을. 지금은 누에는 없고 누에집은 있는데 이런 삼각형의 집을 갓쇼쯔리쿠형가옥이라고 부른다고.  1995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누에를 키우지 않고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데(?) 마을 설경 콘테스트를 매년 열어 관광객이 안 오면 못 배길 정도라 한다.

 마을의 눈내린 정경, 오른쪽이 증보판이고 왼쪽이 초판이다


쯔마고 마을은 나가노현 남서부에 위치해있고 에도시대의 나가센도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라고.  일본 관련 자료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여관마을이라고 한다. 사진에서조차 일본 특유의 적막감이 흐르는 곳이다. 이 쯔마고 마을에 수록된 사진들은 저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일 정도 쯔마고 마을의 분위기가 실린 사진들이 많이 곁들어졌다.

세번째 이야기. 포구

이 포구 이야기는 네 파트 중에서 가장 재미 없게 읽었는데(사람마다 읽는 취향이 다르므로), 유럽도시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사진들은 다른 이야기 못지 않게 매력있고 작가 자신도 항구라는 리름보다는 포구라는 명칭이 맘에 든다고 애정을 표시했지만, 여기 글은 지루하다고 해야할지... 임팩트는 약했던 곳이다.

  
영화<러브레터>의 도시인 오타루인데, 운하가 상당히 멋진 곳이다. 바로 이 오타루 운하에서 찍은 사진을 증보판 겉표지로 대체되었다.

 
                            눈이 오면 이렇게 하얗게 변하는.....

 증보판에서는 모지항의 사진이 이것으로 대체되었다


이번 증판에서 새로 추가된 시모다와 오노미찌


 

이 오노미찌의 출신 문인으로 유명한 사람이 1930년대 발표한 소설 호로우키를 통해 일본 근대문학사를 풍미했던 여성소설가 하야시 후미코가 있고,도빙이라는 개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네번째 이야기. 가로

역사를 만나러 길을 걷는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파트는 가나자와길을 소개하고 있다. 길 자체가 관광의 중요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랬다는. 하긴 어딘에선가 일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뒷창턱에 다 자신의 컬렉션을 눈요기하라고 놓아두기도 한다고 읽었는데, 아마 우리의 삼청동길 떠올리면 되지 않을려나. 삼청동 길은 자동차가 주고 사람들이 그 좁아터진 길위에서 서로 볶닥거리며 걷는 것을 생각하면 이 한적하고 적막한 길을 유유자적하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걷고 싶은 길이다.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이런 곳도 나온다고. 


증보판에 류우에사 만난 실크로드라는 부분이 추가 되었는데, 작가는 키류우에 오기 전에는 별걸 다 억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으려하네 하고 코웃음 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물산업의 진정성을 체험하고 누그러졌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은 회색톤의 음울한 빛의 공장건물들 보고 있으면, 산업체험의 진정성을 알 수가 없어 괜시리 우울해진다.
 


작가가 산업유산의 하나로 바라 본 노면전차. 나가사키, 히로시마, 하코다테, 삿포로는 노면전차가 아직 남아 있어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제목 뒤의 노란전차는 하코다테의 노란전차를 의미한다.  하얀 눈길위로 그려진 저 전찻길을 가르며 저 노면 전차를 타면 어떤 기분이 날까.


이것으로 초판본과 증보판의 비교가 끝났다. 대표적인 사진만 올려 이 책에 실린 사진의 묘미를 잘 전달할 수 없지만,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 증보판에는 산업유산 찾아가기도 수록되어 있어, 일본여행 가이드 역활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산업유산이 어떻게  리모델링 되어 오늘 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적 성격이 강한 글이다. 어떻게 보면, 산업유산이라는 보고서적인 고루하고 딱딱한 성격의 기존 성격에서 벗어나, 발로 뛴 한 권의 일본여행 순례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읽는데 부담없고 무엇보다도 일본의 전통유산을 지키려는 그들의 의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책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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