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떠오른 <요코이야기>의 논란 기사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81023010504594&p=yonhap를 읽으면서 찹작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과연 이 <요코이야기>이란 소설에서 묘사한 폭력과 강간이 우리땅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패망 후 달아나는 일본인들에게 몇 십년동안 당했던 설움과 굴욕을 폭력과 강간으로 되갚지 않았다고 증언할 수 있을까. 그  당시 상황을 증언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없지만,  난 <요코이야기>의 작가가 한국땅을 떠나면서 겪었다고 주장한 폭력과 강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전시였기에 어쩌면 그런 일이 가능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역사 앞에서 우리가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균형감각이다. 자신들의 과거가 수치스럽고  치욕스럽다고 해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감정적으로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은 강간당한 역사앞에서 우리가  할 짓이 아니다.  <요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원칙적으로 우리는  당시의 상황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러한 증언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진실 여부를 가렸어야 했고 만약 그러한 일들이 사실이었다면, 사죄하고 그런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후세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요코이야기>가 미국의 추천도서가 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요코이야기>가 추천도서목록에 뽑혔다면, 그 책과 나란히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에 저지른 만행을 기록한 책 또한 추천목록에 뽑힐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어야 했다. 세계대전의 가해국이 원폭으로 인해 피해국으로 둔갑한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본의 짐승만도 못한 만행을 기록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일 것이다.

<요코이야기>에서 묘사한 폭력과 강간이 우리 땅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의 은폐이며, 일본 우익이 자신들은 세계2차 대전중에 결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우리의 그런 不認은 일본우익의 진실 은폐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지사지로 <요코이야기>같이 일본인한테 당한 이야기를 써서 세계적인 작품이 나와 미국교과서 추천목록으로 선정되었다면, 일본 또한 역사의 왜곡이요 허구라고 쌩 난리를 칠 것이 뻔한 거 아닌가. 너희도 <요코이야기>가 역사의 진실을 덮고 날조라며 추천목록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했는데, 우리 또한 그러지 말란 법있냐고 항변하면 우리는 도대체 무슨 변명을 해야한단 말인가.  역사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덮여있는 역사를 걷어내고 용기있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만이 역사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강간당한 역사를 다시 끄집어 내 일본의 만행을 세계적으로 환기시킨 아이리스 장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리스 장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한테 들은 난징대학살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하여 신념과 열정을 바쳐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라는 작품을 쓰고 그 작품으로 목숨까지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리스 장은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태어나 일리노이 주 샴페인- 어바나에서 자랐다.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난징에서 일본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들으면서 자랐다. 그녀는 이 거대한 범죄가 잊혀진 역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The rape of Nanking>을 썼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폭로한 이 책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장은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다큐멘터리 작가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난징 희생자들을 위해 싸우는 행동주의자이자 미국내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된다. 이 책은 1937년 난징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생생히 되살려, 영어로 씌여진 난징대학살에 대한 훌륭한 첫번재 보고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본학자들과 일본의 우익세력은 아이리스 장의 책은 사실 왜곡과 날조라고 반박하며 아이리스 장에게 전화와 메일, 시위 등의 방법으로 협박하였고 일본에서 한 출판사가 번역 출판하려고 하자 대규모 규탄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시체가 캘리포니아 외곽 로스 산또스 고속도로에서 발견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부터 일본 우익 단체의 집요한 협박으로 그녀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그로인해 인해 그녀 나이 36살, 2004년에 총을 쏴 자살한다.

이 책은 난징에 남아 있는 수십만 개의 주인 모를 무덤에 바치는 묘비명(316p)이다. 난징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한 이 책은,  사진기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들과 기사와 살아 남은 자의 증언과 그 곳에서 중국인들을 일본군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외국체류자들의 일기와 편지등을 토대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수된 중국군 포로들의 머리가 나란히 있는 사진, 포로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입술 사이로 담배꽁초가 물려진 중국군의 목이 철조망에 올려져 있는 사진, 의자에 묶여 반복적으로 강간당한 소녀의 사진, 강간당하고 수족을 절단 당한 사진등과 그것도 모자라 무카이 토시아키와 노다 타메시 소위의 100인 목 베기 시합등 너무나 끔찍하고 잠혹한 사진과 기사 그리고 체류 외국인이 쓴 글은 역사적 진실을 한 치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일본군의 난징침략으로 죽은 사람은 영국군의 드레스덴 공습과 이에 뒤이은 화재폭풍으로 인한 사상자 수 (당시에는 22만 5천명의 사상자가 국제적으로 인정되었지만 최근에사망 6만명, 부상 3만명이라는 좀 더 객관적인 수치가 제시 되고 있다) 보다 많았다고 한다. 사실 난징대학살로 죽은 희생자 수는 최소 26만명에서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되며, 죽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일본군은 구덩이를 파 시체를 쌓아놓거나 불에 태우거나 아무데나 버려 곳곳이 시체들로 가득 찼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불행한 역사적 사실과 직면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 책은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아이리스 장이 목숨과 바꾼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는 이 사실기록의 책은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하는 타국의 기록이다. 우리는 일제점령기의 핍박받은 기록도 허구의 소설도 제대로 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작품 운운은 말해 무엇하리오.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을 전세계에 알려야 하고 그들의 역사 왜곡과 날조를 강력하게 규탄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역사 앞에서 정당성을 획득하고 정정당당히 맞서야하지 않을까.  언젠가 우리도 우리만의 <요코이야기> 같은 작품과 맞짱 뜰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아이리스 장, 중국이름 장춘루(張純如)가 이루어 낸 업적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덧붙여 :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과 날조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잘못이 크다는거 안다. 반성조차 하지 않은,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요코이야기>같은 책이 나온 것이 어쩌면 그들의 뻔뻔함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전적 소설인 <요코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우리도 잘못한 것을 인정해야, 역사 왜곡과 날조를 밥 먹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을 비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처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가 과연 그네들의 역사왜곡을 비난할 수 있을까나. 차라리 난 6~8학년 교과추천목록에 <요코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면,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서 이런 난징대학살같은 작품도 집어 넣어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다. 균형의 상실이야 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할 적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난 일본소설 많이 읽지만 일본작가들의 은연중에 드러나는 애국관이나 국가관 비웃으면서 읽는다.

마지막으로 아이리스 장의 명복을 기원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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