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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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머릿말에 의하면 " 근대화 과정에서 조성되어졌던 항만, 공장, 창고, 수운, 철도, 운송, 군사, 농업, 교통시설 등 기능이 저하되고 황폐화됨에 따라 이들에게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노력들, 즉 퇴락하여 가는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지방 도시들이 어떻게 현 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그 산업유산을 껴안고 재발전시켜 원주민들의 삶의 근거로 삼고 있는지 생생하게 사진과 곁들어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수고는  단순히 일본의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우리 나라  또한 산업의 성쇠에 따라 버려진 산업유산에 대한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도시발전과 연계하여 어떤 식으로 가치 있게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산업유산을 건물, 마을 ,항구, 길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일본 지방도시의 산업유산을 고찰하고 있는데, 초판이 2006년 6월에 나왔고, 이년 후인 현재 증보판으로 책의 크기를  키우고 내용도 몇 개 더 추가해서 4월에 재출간되었다. 워낙 초판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이 작가의 후속작에도 관심이 많아 틈틈히 검색하던 중에  재증보판이 출간 되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솔.직.히 재증보판 나왔다는 것 알고 이만저만 열 받은 게 아니었다. 아니 왜 하필이면 재증보판이야, 낼려면 따로 찍어 낼 것이지. 내가 뭐 돈을 다발로 쌓아놓고 사는 줄 아나. 같은 책을 두 권이나 사게.... 안 사려고 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워낙 인상적인 책이어서 걍, 질러버리고 말았다.

받아 들고 천천히 훑어볼 결과, 그 전 책에 씌여진 내용과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몇 장의 사진과 추가 내용이 다를 뿐. 단지 증보판의 장점은 사진의 시각효과를 찾을 수 있는데, 같은 장면이라도 큼직한 증보판의 사진이 휠씬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사진이 담고 있는, 일본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인들의 옛것에 대한 보존과 집착이 남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일본 지배시대때 우리문화 말살 한 것을 생각하면!) , 한때 성행했던 산업이 쇠락해지면서 지방산업의 구심점을 잃고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자, 폐허로 남아있던 산업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리모델링하여 관광객을 유치한 것은 우리의 지방도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첫번째 이야기. 건물 

샷포로에 있는 맥주공장도 아름답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장은 1890년 설탕공장이 현재는 맥주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여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고, 그 중심으로 볼거리 먹을거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딱딱한 건축 또는 도시설계 전문용어가 나오는 글이 아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비어 가든(초판)


비어가든(증보판)

 
 
방적공장을 호텔로 재활용하고 있는 오까야마현 쿠라사키


일본은 산업 초기에 적벽돌공장을 많이 건설했고 산업이 쇠락하자 필요없어진 건물들은 창고등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볼품 없어진 이 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마찌쯔쿠리연구회를 결성하면서 창고 재활용을 본격화하였는데, 70여개동에 이르는 창고를 시민들 스스로 조사하고 적벽돌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 박물관에는 온갖 벽돌을 다 모아놓았다고 하는데, 심지어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폭 잔해물인 벽돌들도 있다고 한다. 8월에는 재즈페스티벌도 개최한다고.

이번에 증보판에서 새로 추가된 산업도시 나고야편. 도자기도시로 유명한 곳인데 지금은 토요타자동차의 전신 방직공장을 일부를 남겨두고 토요타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다른 문화유산보다 더 많은 사진과 설명이 깃들어 있지만 생략.
 
두번째이야기. 촌락 

산촌이 주로 소개되었고, 작가가 전통역사마을에서부터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특히나 쯔마고 마을은 일본에 대한 첫번째 연구를 싲작하게 해준 마을이었다고 한다. 초판에는 북쪽의 광산마을이 소개되었는데, 증보판에는 남쪽의 광산마을도 추가되었다.



시라카라마을이라는 누에마을. 지금은 누에는 없고 누에집은 있는데 이런 삼각형의 집을 갓쇼쯔리쿠형가옥이라고 부른다고.  1995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누에를 키우지 않고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데(?) 마을 설경 콘테스트를 매년 열어 관광객이 안 오면 못 배길 정도라 한다.

 마을의 눈내린 정경, 오른쪽이 증보판이고 왼쪽이 초판이다


쯔마고 마을은 나가노현 남서부에 위치해있고 에도시대의 나가센도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라고.  일본 관련 자료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여관마을이라고 한다. 사진에서조차 일본 특유의 적막감이 흐르는 곳이다. 이 쯔마고 마을에 수록된 사진들은 저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일 정도 쯔마고 마을의 분위기가 실린 사진들이 많이 곁들어졌다.

세번째 이야기. 포구

이 포구 이야기는 네 파트 중에서 가장 재미 없게 읽었는데(사람마다 읽는 취향이 다르므로), 유럽도시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사진들은 다른 이야기 못지 않게 매력있고 작가 자신도 항구라는 리름보다는 포구라는 명칭이 맘에 든다고 애정을 표시했지만, 여기 글은 지루하다고 해야할지... 임팩트는 약했던 곳이다.

  
영화<러브레터>의 도시인 오타루인데, 운하가 상당히 멋진 곳이다. 바로 이 오타루 운하에서 찍은 사진을 증보판 겉표지로 대체되었다.

 
                            눈이 오면 이렇게 하얗게 변하는.....

 증보판에서는 모지항의 사진이 이것으로 대체되었다


이번 증판에서 새로 추가된 시모다와 오노미찌


 

이 오노미찌의 출신 문인으로 유명한 사람이 1930년대 발표한 소설 호로우키를 통해 일본 근대문학사를 풍미했던 여성소설가 하야시 후미코가 있고,도빙이라는 개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네번째 이야기. 가로

역사를 만나러 길을 걷는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파트는 가나자와길을 소개하고 있다. 길 자체가 관광의 중요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랬다는. 하긴 어딘에선가 일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뒷창턱에 다 자신의 컬렉션을 눈요기하라고 놓아두기도 한다고 읽었는데, 아마 우리의 삼청동길 떠올리면 되지 않을려나. 삼청동 길은 자동차가 주고 사람들이 그 좁아터진 길위에서 서로 볶닥거리며 걷는 것을 생각하면 이 한적하고 적막한 길을 유유자적하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걷고 싶은 길이다.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이런 곳도 나온다고. 


증보판에 류우에사 만난 실크로드라는 부분이 추가 되었는데, 작가는 키류우에 오기 전에는 별걸 다 억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으려하네 하고 코웃음 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물산업의 진정성을 체험하고 누그러졌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은 회색톤의 음울한 빛의 공장건물들 보고 있으면, 산업체험의 진정성을 알 수가 없어 괜시리 우울해진다.
 


작가가 산업유산의 하나로 바라 본 노면전차. 나가사키, 히로시마, 하코다테, 삿포로는 노면전차가 아직 남아 있어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제목 뒤의 노란전차는 하코다테의 노란전차를 의미한다.  하얀 눈길위로 그려진 저 전찻길을 가르며 저 노면 전차를 타면 어떤 기분이 날까.


이것으로 초판본과 증보판의 비교가 끝났다. 대표적인 사진만 올려 이 책에 실린 사진의 묘미를 잘 전달할 수 없지만,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 증보판에는 산업유산 찾아가기도 수록되어 있어, 일본여행 가이드 역활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산업유산이 어떻게  리모델링 되어 오늘 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적 성격이 강한 글이다. 어떻게 보면, 산업유산이라는 보고서적인 고루하고 딱딱한 성격의 기존 성격에서 벗어나, 발로 뛴 한 권의 일본여행 순례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읽는데 부담없고 무엇보다도 일본의 전통유산을 지키려는 그들의 의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책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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