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그리스인 조르바]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그 속에 담긴 영혼의 자유는 느꼈었다. 조르바를 이해하는 일은 나의 고정된 척박한 사고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려놓고 그를 이해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생각도 들지만, 조르바와 같은 사람들을 분명 마음속으로 닫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도 든다.

 

 

번역본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하는 사람의 사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랬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이윤기 번역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장미의 이름]때와는 다른 뭔가 투박한 작가와 동일시되는 그의 번역을 반박할 만한 지식이 없어서 마음이 답답했는데, 같은 출판사를 통해 두 번째 번역본을 낸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가졌던 지역적 감정과 함께 번역 작가들의 편견을 조금 깼다.

 

 

소설가들도 그렇겠지만 번역 작가들에게도 글쓰기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문학이 주는 인생의 통로는 어떤 것이기에 그렇게 뚫고 가고 싶은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을 테고, 그것이 해결이 될 때까지 글 쓰는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스 신화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 이윤기 또한 문학이 자신에게 어떤 것인지 고민이 한가득 있는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이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소설가이지 번역 작가인 이윤기를 더 많이 알 수 있게 한다.

모든 작가들이 글을 쉽게 쓰지 않을 것이고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괴로움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짐작하듯, 그도 쉽게 써지지 않은 글들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습을 엿보니 오래전 소설 한편을 써보겠다고 앉아 괴로워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떠 올려보니 모든 것이 쉽게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진리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을 때 오역과 오독을 했다고 스스로 고백한 부분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군가 실수를 하고 그것을 통해 새롭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번역한 [장미의 이름을 무려 3백여 군데의 부적절한 번역, 빠져 있는 부분 및 삭제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주고 있는 그 원고를 받아 들었을 때의 그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있을 그 시간을 떠 올려보니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사실 나는 지금도 나의 실수를 쉽게 인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깨끗하게 승복될 실수의 반전을 만들 수 있을 텐데도 왜 완벽한 인간으로 남으려 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멋지게 다시 [장미의 이름]을 다시 펴냈다. 물론 새롭게 쓴 번역본은 읽어보지 못했다. 내가 읽은 책은 한권짜리의 책이었고 이후 같은 출판사에서 상, 하 권으로 두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두 권의 번역본 책을 다시 읽고 싶기만 하다.

 

 

“겨울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겨울은 매우 혹독한 계절이다. 풀은 말라야하고 나무는 자라기를 그만두어야 하는 계절이다. 새들은 배를 곯아야 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이 오거든 보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난다.” P89

 

 

 

실수와 실패를 축하해야 하는 이유들도 이런 부분을 가지고 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시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사들을 본다. 내 윗세대들도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지만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잘한다, 좋다는 말만 들으며 자라온 세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혹독하게 대하는 말에 상처 받아 일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혹한 말에도 상처 받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생각은 쉽게 가슴까지 내려오지 못한다는 것이 이론과 현실의 차이라고 할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명 부드러운 시선으로 이윤기의 글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출판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아쉬운 개인적인 부분은 이윤기 작가의 딸의 서문이다. 이 책을 어떻게 읽던 그것은 분명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또한 “보는 사람의 잣대가 옹졸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에 낯이 뜨거워졌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책의 서문이 더 아름다워 지지 않았을까. 그냥,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단 한 줄의 서문으로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글이 글로 자리를 잡아야 하고, 문장이 문장다워야 한다는 그의 마지막 얘기가 더 애잔하게 들렸을지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부암동의 [라 갤러리]에서 시인 박노해의 사진전을 보고 왔다. 그곳의 애플 시나몬티가 유명하다기에 마셔 보고도 싶었는데, 역시 소문처럼 맛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박노해의 사진전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것과 맛있는 애플 시나몬 티때문이 아니라 화장실 때문이었다. 매일 매일 박노해 시인의 시가 화장실문에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로맨틱한 화장실이라니.

 

 

요즘 병원을 가더라도 화장실 문에 한 줄의 명언이나 감동적인 문장들이 프린트되어 붙여졌다. 이런 것은 회사서도 볼 수 있다. 간혹 그 한 줄의 문장으로 감동을 받아 눈물이 흘려지지는 않지만 가슴 한편이 복잡한 부분을 정리할 때가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몇 번 받으면서 때로는 삭힌 마음을 풀어 놓을 수가 있었는데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의 책도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이다. 요즘 들어 명문장을 인용하여 그것을 더 풀어 놓고 이야기 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주변 지인들도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좀 달라고 하는걸 보면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마음을 정리할 방법은 한줄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당사자가 둘이 있을 때

한쪽 말만 듣는 사람은

반쪽만 들은 것이다.

-아이스킬로스“” P28

 

 

참 당연한 이야기다. 두 명의 친구가 싸움을 했고, 나는 두 명의 친구와 너무 친하지만 간혹 한쪽의 귀만 신중하게 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 [오, 수정]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능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상대방은 나의 모습을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면, 분명 자신에게 조금 더 유리한 관점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데도 늘 닥쳐진 문제 앞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이치와 너무 멀어진 생각을 하고 만다.

 

 

누름돌의 얘기에서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살짝 숨을 죽이려고 쓰인 그 누름돌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그렇게 흥분해서 몰아쳐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텐데. 뭐 그런 반성적인 생각이 가득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시인의 시도 있고, 유명한 학자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얘기는 한 독자의 글이었다.

 

 

 

“받은 상처는 예리한 메스가되어 가슴을 후벼 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루 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 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 P72

 

 

마치 찬송가 어느 구절의 노래 같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한 구절 한 구절, 절절하게 나를 좀 생각해 봤던 몇 구절이 있었다. 유독 받은 상처에 대한 기억을 쉽게 지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제 그것도 세월을 견디다 보니 그럭저럭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럭저럭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도 않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한다. 받은 상처에 대한 가슴 아픔이 절절하기만 하고, 나도 이런 비슷한 경험은 또 없었는지 생각도 해 보는데 이런 반성적인 생각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스스로도 너무 작위적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언젠가 나의 멘토인 스승이 해 준 얘기가 생각난다.

 

 

“화 내지 마라, 화낸다고 언제 일이 다 해결 된 적이 있었냐”

 

 

그래, 내일은 화 내지 말고 웃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증에 대한 공포는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엄청나가. 하지만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도 평온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_P99

 

 

 

 

무엇이든 풍족한 시대에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나,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 것이니 죽는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마도 암에 걸려도 통증과 고통이 없다면 암을 위협적이거나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안에서 잘 살다가 웰다잉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해주고 있다.

 

 

유럽 각국은 복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병원문턱이 높다. 네덜란드의 경우 감기 증상 때문에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2~3일이 걸린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당일 진료는 아예 받지 않기 때문이다. P6

 

 

 

선진국인 나라에서도 병원 이용실태는 이런데 우리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가고 있다. 환절기 때 병원에 가면 감기 환자들로 들 끊는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막상 의사는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를 한다. 뜨거운 물을 많이 드세요. 습도 조절을 하세요. 따뜻한 옷을 입고 다니세요 등등. 별다른 처방은 없고 주사와 약 처방이 전부다. 그런데도 감기에 걸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병원에 가야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증상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자연치료를 택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편의점 가듯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콧물 한 줄만, 기침 한번으로 병원 행이 제일 먼저가 되었다. 이것은 과잉 진료의 폐해가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통해 혼란스러운 얘기도 많다. 현미가 몸에 좋다는 책을 통해 계란은 몸에 좋지 않고, 우유는 오히려 우리의 몸 속의 철분을 빼고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계란과 우유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소금은 고혈압 환자들의 가장 큰 적대시할 양념인데도 싱겁게 먹으면 오히려 몸에서 활동하는 염분 부족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사실 많이 혼동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밝혔듯이 적당하게 운동하고 먹는 것이다.

 

 

요즘 많이 발병하고 있는 암들은 적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암이 훨씬 많다. 적당한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활이 적당이라는 것이 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나고 그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만 있다면 암이 창궐하는 시대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고 아프지 않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운동은 주사와 약물 치료보다 훨씬 좋은 처방이 될 것이다.

 

누구나 걱정하는 암이라는 것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걱정하기보다 걸리더라도 아프지 않게 마지막까지 삶을 유지하다가 마감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은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수술을 통해 암의 발병을 더 키울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예측되었던 수명이 더 짧아 진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을 수술이 아니라 방사선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에 사실 좀 놀랐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한 지인이 사라진 자신의 자궁 때문에 여성성을 잃었다며 우울증에 걸렸던 일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깔끔한 치료인가. 몸 속의 장기는 온전하게 있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통증이나 불편함은 자연의 섭리이니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그런 증상과 잘 사귀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이다. P42

 

 

 

언젠가 한번은 닥쳐올 일이지만, 만약 찾아 온다면 그 일들을 차분하게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을 하며 적당한 식습관을 가지고 싶지만 그것이 참 쉽지 않은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나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당신에게, 이런 식의 소개는 몹시 당황스럽겠지요?” P7

 

 

 

 

이현의 연애를 시작하는 제일 첫 문장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이런 프롤로그가 필요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현이라는 남자가 이진이라는 여자를 만나서 연애는 하지 않고 곧장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 결혼이 사실 이현이라는 사람의 연애의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심윤경의 첫 작품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읽고, 그녀의 두 번째 [달의 제단]에 빠져서 그녀의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읽어나가고 있다. 읽을수록 심윤경이라는 작가에 빠지고 만다. 그녀의 문장들은 참신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외모처럼 순하고 때로는 단단하다. 간혹 글을 읽다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가 있는데 심윤경의 글들이 그렇다. 그녀의 내면세계가 궁금해지고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들었던 드라마 특강 중에 [현정아, 사랑해]를 쓴 정유경 작가에 대한 드라마 담당 피디의 말이 생각이 난다.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심성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착하고 깨끗한지에 따라 드라마의 인물들도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물들이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심윤경의 소설을 읽으면 그녀의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녀가 정말로 이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분명, 사람에 대한 배려와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만나보고도 싶어진다.

 

 

이진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충분한 배려가 있다. 물론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떠나고 싶은 그녀가 택한 결혼이었지만 이진은 이현을 배려하고, 이현 또한 그녀를 충분히 삶을 만족시키려 애쓴다. 처음 이현의 이혼 경력이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이 남자, 뭘까 생각도 들지만 이상하게 심윤경이 그려내는 남자들은 착하다. 어쩌면 작가가 이런 남자들을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영혼을 기록하는 일 말고는 전혀 다른 일에는 일절 관심 없는 이진을 이해하는 것에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혼을 기록하는 일이 인생 전체이고, 그 외의 다른 활동들 심지어 밥 먹는 일들도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는 그녀의 일상을 이해하며 넘겨주는 남자가 어디 흔할까. 하지만 이현은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이해하고 받아준다. 이때의 배려는 이현이 이진을 진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인간적인 배려였을지 모르겠다.

사랑은 늘 질투를 동반하고 오해를 낳는다. 그리고 그 오해 때문에 결국 가슴속에 그늘을 만들어 내고 사랑이 변해 버리는 것이다.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에는 너무도 무능했던 그녀를 사랑하게 된 시점부터 이현의 연애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아야 했던 신화속의 인물들처럼 절대로 읽지 말아야 했던 이진의 영혼 기록장으로 결국 이현은 자신이 사랑하기 시작했던 이진을 잃고 말았다. 농밀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진은 이현과 함께 계속 살아가고 있었을까. 나는 그들의 슬픈 엔딩이 결국 사랑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윤경의 세 번째 작품을 읽고 나니, 그녀의 책들이 모두 집에 있다는 생각이 가슴이 쿵쾅거린다. 아, 이렇게 좋은 작가의 읽을 소설이 아직도 몇 권 더 있다니. 행복하기 까지 하다. 문득 이현과 같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행복한 일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보다 오늘 더 즐겁게

 

작년 [응답하라 1997]를 필두로 올해 [응답하라 1994]가 제대로 지난날들을 회상하게 하는 복고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응답 시리즈는 지난 시절을 대 놓고 추억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며 생활을 더 편리해졌지만 감성의 지수는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응사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 넣는 것은 어쩌면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20세기 라디오키드]의 세 명의 남자들은 모두 90년대에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교에 들어간 학벌 좋은 분들이신 것 같다. 심지어 이재익 피디는 대학교때 소설가로 등단을 하고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열여섯 편의 소설책을 출간하고, 직업은 라디오 피디다. 이런 스펙 좋은 사람의 90년대 추억을 어떻게 다를까 살펴보니, 그가 살았던 동네만 다를 뿐 함께 공유한 추억의 물건은 같다.

비슷한 시절의 대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이재익 피디와는 비슷한 동네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나는 그의 몇몇 에피소드에 그만 우리가 어디서 한번은 만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가 빠져들었던 데프 레퍼드의 음반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나의 절친 이었던 한 친구는 심각한 헤비메탈의 광팬이었다. 그녀 때문에 나는 귀가 아픈 음악을 많이 들었고, 심지어 그녀를 따라 공연장도 다녔다. 그리고 공부와 등진자도 공부를 잠깐 하게 된다는 고3때도 대학생 흉내를 내며 신촌 근처에서 음악을 들으며 놀았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원하는 대학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합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추억은 고된 나날들을 일으켜 세우는 훌륭한 추억의 자양분이었음은 틀림없다. 지금도 생각하면 왜 그렇게 미치게 놀았을까 생각되는 대학시절도 나에게는 훌륭한 추억의 한 장이다.

 

 

[20세기 라디오키드]의 제목은 간혹 유하 시인의 [세운상가 키드의 생애]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찌 보면 모두 추억의 한편을 가지고 그것으로 소설을 쓰고 시를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남자들의 공통점은 비슷한 시대에 학교를 다녔고 ‘씨네 타운 나인틴’과 ‘씨네 타운 S’라는 팟 캐스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열심히 듣고 있는데 그들의 팟 캐스트를 듣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그들의 팟 캐스트를 듣고 나면 나는 그들과 비슷한 추억을 같이 공유하느라 그들의 세상에 발 한 짝을 담그며 즐거워 할 것 같기는 하다.

 

 

여러 편의 에피소드들이 묶여있는 이 책의 주된 공감은 라디오라는 것에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음악도 듣고, 팟 캐스트도 듣기는 하지만 좀처럼 라디오를 듣지 못한다. 이 이유는 직업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사람들을 가르치고 상대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앉아서 편안하게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오래전에는 버스를 탔는데 심야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하필이면 누군가와 헤어지고 가슴 아프게 들었던 이오공감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구석진 버스 좌석 끝에서 울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음악을 흘려 보내줬던 그 라디오 음악을 간혹 버스를 타면들을 수 없다. 늘 안내 방송은 꼬박꼬박 나오지만 버스 기사님이 틀어 놓은 라디오 방송은 추억의 한편으로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시 많은 소설을 쓴 이재익 피디의 첫사랑 에피소드들이 제일 좋았다. 아니 제일 가슴 아팠다. 어쩜 그 에피소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시대도 아닌데 왜 모두 먹고사는 문제에 목숨을 걸어야 할까? 왜 다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불안감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 직업을 고를 때 본인의 적성이나 희망보다 안전송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할까?” P209

 

 

 

 

제일 끄덕였던 이 문장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오늘은 즐거웠던가. 피곤한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회사 문을 박차고 퇴근만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오늘은 분명 어제보다 뜨겁고 재미있게 살겠다고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