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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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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인 1944년 11월 25일, 필리핀 해를 순항하던 미국함선 에식스 호에 일본군 폭격기 한 대가 접근하여 아무런 공격 없이 다짜고짜 배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필리핀에 상륙한 연합군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군 최고 사령부가 편성한 자살폭탄부대 ‘가미카제’의 첫 공격이었다.

가미카제 부대원들은 비행기와 배를 이용한 자살공격뿐 아니라 ‘인간어뢰’ 훈련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목표물을 바라볼 때는 적선의 한가운데를 겨냥해서 바랄 볼 것, 절대 눈을 감지 말 것, 죽을 때는 필살이라는 구호를 외칠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살 지침서를 한 권씩 배급받았다고 한다.

가미카제는 신풍 神風, 즉 ‘신이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지식e2 P176

 

 

얼마 전 내가 알고 읽고 있었던 지식시리즈 중에 발견했었던 ‘가미카제’에 대한 얘기였다. 아주 얇은 지식으로 느꼈던 것과 달리 심도 있게 알게 된 역사의 우울한 단편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가미카제를 더 자세히 알아볼까 하고 뒤졌던 책속에서 발견한 역사는 피비린내가 물씬 났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생각해서 지식을 좀 더 케이크 시트처럼 한 겹 올려 책을 펼쳤는데 당혹스러웠다.

 

김별아의 소설은 오로지 ‘미실’말고는 없었던 차라 그녀의 문체를 느낄 만한 경험 또한 없어서 이었는지 책을 읽는 속도가 어찌나 빨라지는지 순식간에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십 여일이 지나도 리뷰가 써지지 않았던 마음고생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고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얘기에 작가의 역량은 이정도 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인가 고민스러워지기 했던 작품인데도 전혀 적응 할 수 없었던 활자들의 만남이었다.

 

아마도 나는 좀 더 심도 있는 역사의 얘기를 원했던 것 같다.

올미 할머니가 쇠날과 만나기까지의 비리고 역한 피 냄새 속에서 진정한 백정으로 태어나서 다시 피 냄새를 풍기며 갈을 갈며 인생을 시작하는 그 시작까지는 격동적은 삶이 깊은 한숨까지 몰고 왔다.

올미 할머니와 쇠날 할아버지 그의 아들 ‘훕시’는 모두 백정의 삶을 살아야 했지만 훕시는 그 피비린내 나는 곳을 떠나 완전한 양반의 족보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찾아 결혼하는 것이 인생을 다시 설계할 큰 중점을 두고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 주인공의 화자인 ‘하윤식’이라는 1940년대의 일제 강점기 속에 있는 한 청춘의 모습을 담아 놓으면서 그때의 그 청춘이 얼마나 서글펐는지 다시 한 번 어이없는 역사의 진실 앞에 또 한 번 울분이 쏟아지게 한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하윤식이 가미가제가 되어 어떤 갈등을 펼치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하윤식이 태어나기 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얘기에 더 많은 중점이 있다. 그들의 얘기는 우리의 역사이고 서글펐던 현실이었다.

우울했던 역사적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계산된 웃음과 반전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의 아버지 훕시의 외모에 대한 얘기는 절로 그려지는 모습이었고, 어머니의 모습 또한 쉽게 그려진다. 아버지가 그렇게 원했던 신여성, 그것도 순수 혈통의 양반집 딸인 어머니의 모습은 처해진 국가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명분만 있을 뿐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신발 한번 신지 못했던, 가난하고 배고픈 생활, 일제 강점기에 있는 우리의 모습. 그러나 그 속에서 변절자라는 말은 뒷등으로 흘려 놓고 손에 쥘 수 있으면 뭐든 쥐고 새로운 인생 설계가 필요했던 아버지 훕시의 부단한 노력과 치밀한 계산적인 삶. 모두가 움푹 파인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이다.

 

그의 형인 하경식과 동생인 하윤식과의 관계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을 가져다주었다. 거우기 윤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 또한 그가 원하지 않았던 인생의 반전이 아니었던가. 아니 윤식이 형 대신 가미가제로 들어가게 된 그것이 가장 큰 인생의 계획에 없었던 반전이라면 반전일 것이다.

 

“다시 시작된 삶의 첫발자국은 걸음이 붉고, 뜨겁고, 비렸다” - 28P

 

훕시의 어머니인 올미 할머니가 훕시를 낳기까지의 그 과정이 이렇게 붉고 뜨겁고 비렸듯 운명이라는 것은 때로는 우연하게 오는 것이 아니라 뜨겁게 다가오는 것일 것이다. 윤식에게 다가온 현옥의 사랑이 운명처럼 뜨겁고 아프게 다가왔듯 그들의 인생이 뜨겁고 곡예비행보다 거 메스껍고 어지럽다.

우리의 운명을 걸어 두어야 할 마차가 없지만 그 어떤 것들은 꼭 살면서 발견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삶은 발견하고 견디며 기다리며 사는 것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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