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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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남편으로부터 계속된 시달림을 받다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모녀를 돕기 위해 이웃에 사는 수학교사가 사건을 조작한다. 절대 범인을 찾을 수 없도록. 목적은 단 하나, 옆집 모녀를 지키기 위해서다. 모든 건 정확히 계산되고, 오차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으나,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 완벽한 계산에도 허점이 생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지금 상영중이다. 원작을 바탕으로 이미 일본에서도 영화화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판에서는 제목도 약간 바뀌어 <용의자X>이고, 딸이 조카로 바뀌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한 것도 만든이의 의도가 있을것 같아, 이 영화도 한 번 보고 싶어진다.

 영화는 그렇다 치고. 어쨌든 소설에서는 이 '헌신'이라는 말이 중요한 단어이다. 옆집에 이사온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모녀를 도와주고 싶다, 그렇지만 모녀가 저지른 것은 중범죄이고 사정이 어떻든 간에 그 두사람은 형벌을 피할 수 없기에, 결국 그 둘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대신하려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인물의 범죄동기이며 그 모든 것의 과정을 만들고 결말까지 변하지 않는다.  문제를 내는 수학자와 그 문제를 풀어가는 물리학자간의 공방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결국 이 모든 희생과 헌신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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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2 -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심야 치유 식당 2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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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주님. 노사이드에 다시 돌아오셨군요. 지난 1권에서 예기치 않은 일로 가게를 훌쩍 떠나고, 한 해 가까이 흘러 다시 만나는 기분입니다. 다음 권이 또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었음에도, 이 책 처음 보았을 때는 제목을 보고는 저자의 다른 책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뻔 했습니다. 그래도 같은 저자의 책이니까 소개라도 한 번 볼까, 해서 다행히 노사이드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노사이드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도 저마다 고민 하나씩은 가지고 있더군요. 듣기에 따라 이상한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고민 하나쯤은 있다는 말에 저는 약간의 위안이 됩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직 저만이 고민하고 힘들어한다면, 그 순간부터 제 문제가 유난스럽고 어깨에 진 짐이 갑자기 무거워질 것만 같습니다.

 

 전의 단골들도 많이 나오지만, 역시 새로 찾아오는 분도 많아지니 노사이드는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긴해도 이번에 우리 식당 뺏길뻔 했어요. 그 사람,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더니만, 결국 그렇게 누군가를 상처주는 것으로 자기가 만족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다행히 김철주님과 노사이드를 아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다음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여기서 이만 끝날 수도 있었겠기에, 다행한 일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노사이드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그런 사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말하는 걸 듣다보면, '나도 그런 면이 있는데, 그래서 나도 그게 참 고민스럽고 마음에 안드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것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서 비슷한 점이라고 해도, 내게도 있는 것이라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식당 다시 열고 찾아온 손님이었던 은미씨, 기억나세요? 시험보고 계속 떨어지는데 이번에도 그럴거라고 체념하는 그런 사람이어서 김철주님이 나름대로 해법을 말해줬는데. 

 그때 은미씨를 보면서, 저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어요. 매번 잘 안되는 시험을 다시 또 보는 건 쉽지 않아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 확고할 것 없는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시험이 잘 안될 때마다 느껴야 했던 좌절감. 그런 것들을 은미씨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럴 때 누군가 태연히 던지는 '그만큼 했으면 그만 하지 그래?' 식의 한 마디 말도 마음에 상처로 남더라구요.

 여기서는 은미씨의 문제를 두고, 과거 비관적인 전망을 가진 사람이 보다 많이 살아남았던 조상들로부터 그런 DNA가 내려왔다는 설명도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점을 덧붙이고 싶어요. 지금 그 사람이, 미리 나쁜 점만 보고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이 된 건, 그 사람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기 보다는 연달아 잘 안되는 일이 계속되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실패부터 연상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위축되고 나쁜 방향부터 보는 사람, 반쯤 포기한 채로 시작하는 사람이 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도 작게 오그라들었을 거에요. 그런데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되는 주된 원인이 모호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을 듣고는, 이제는 저도 더이상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도 은미씨가 이야기 끝 부분에서 합격을 하고 좋은 결말이 되어서, 책 속 남의 일임에도 참 기뻤어요. 그리고 은미씨처럼 애매함을 견디는 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낙관적 자세로 애매함을 견디는 내공이 필요하다는 조언, 제게도 유익하리라 믿습니다.

  

 미움을 두려워하던 선민씨도 있었고, 첫사랑이 강해서 고민하던 미현씨도 있었네요. 아, 그리고 거절을 잘 못해서 결국 울고 말았던 난주씨 말인데요. 까칠한 난주씨로 변하고 나서 많이 달라진 사람이 되지 않았나요? 이전처럼 거절못하고 남에게 싫다는 말을 못했던 사람에서, 분명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도 좋았어요.

 사실, 싫다고 말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후회를 하기도 하고 속상하지만, 상대가 기분상하지 않게 하면서 명확하게 거절하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난주씨를 보면서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는 건 또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토록 못된 사람처럼 굴던 친구 진호씨가 이야기 마지막에 노사이드로 들어서는 건 다음에 또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전권과 이번권이 약간 다른 게 있다면, 일단 두 가지 아닐까요?  전에는 한 사람씩 와서 자기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한 사람과 그 사람과 관련된 다른 사람이 있는, 사랑을 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과의 관계의 문제도 함께 나와요. 그리고 김철주님도 달라진 것 같은데요? 앞의 1권에서 누군가의 고민과 이야기를 듣지만 정작 자신의 사적인 면은 보여주지 않던 그래서 '전직 의사였던 노사이드 김사장님'이었다면, 이번엔 가족과 예전의 친구와 이어져있는 김철주라는 한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요. 가족인 여동생 수지씨가 나오면서 노사이드 아닌 다른 연결고리가 되어준 덕에, 그 사람도 가게를 나서면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기억과 추억을 가진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거든요. 그래서 이전보다 입체감있고 온기가 느껴지는 실재하는 어떤 사람처럼, 허구에서 실체로 점점 바뀌어가는 기분마저 듭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수지씨가 참 많이 나왔는데, 자세한 소개가 없어서 서운하겠군요.

 

 잠시 위기가 왔지만, 노사이드가 건재하니 다음에도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네요. 새로운 이야기로 또다른 고민을 함께하는 식당이 오래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단골도 늘고, 이전보다 가게 수입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아, 유진씨와 민수씨가 잘 될 것 같던데, 좋은 소식은 다음에 또 들을 수 있겠죠.  다음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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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내게, 한동안 없었던 영어 시험을 봐야 할 일이 생겨버렸다. 좀더 말하면, 영어시험을 어느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통과가 되는데, 내 점수는 아직 그 전단계, 라는 말이 된다. 내가 옛날에 공부 좀 했지~, 였다 치더라도 좀 오래되어서 새로 배워야 할 텐데, 안됐지만 그 옛날에도 난 뭐 그렇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영어만 유난히 못한다고는 할 게 못되는 게, 나머지를 그렇다고 잘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사정 알면 서글픈 옛 기억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런 나도 공부는 해야 할 처지가 되었기에, 이 책 저책 많이 봐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이야 예전부터 교과서만 보고 집에서 공부해서 서울대를 간다지만, 나한테 같은 결과를 내라고 하는 건, 그냥 하는 말이라도 너무하잖아.^^

 

  이 책 올해 8월에 처음 나왔는데, 내가 샀던 9월에는 이 책의 리스닝은 못찾았었다. 아마, 그 시기에 나왔을테지만, 리딩은 <스피드 리딩>, 리스닝은 <다이렉트 리스닝>이었다. 그래서 <토마토 스피드>를 치면 리딩만 나왔었다. 아아.^^;

 말 그대로 독해를 빨리 해서 덜 찍게 해준다는 말이 얼마나 영어점수 급해진 어떤 사람 마음에 남던지. 그때는 실물도 보지 않고 앞부분 약간의 미리보기를 보고, 덜컥 사버렸다! 문법, 어휘, 독해로 크게 구성되어 있고, 문법의 경우 에는 기본설명, 우측에는 문제가 실려있다. 뒷부분에 독해는 문장을 빨리 읽는 법을 중심으로 지문 유형별 예측해서 읽기가 있는데, 방식은 역시 좌우측 비슷하다. (지금 내 진도는 문법이라서, 독해는 아직 풀기 전 상태다. 페이퍼를 쓰기 위해서 책을 꺼내와서 뒤적거리다 알게 된 건데, 온라인서비스와 앱도 9월부터 제공 예정이라는 책 내부 설명이 있었으니, 토마토 사이트 가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 비슷한 시기에 나왔을테지만, 이 토마토 스피드 시리즈 일것으로 착각한 탓에 검색에서 찾지 못했던 옆의 도서. 참고로 지금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스피드 리스닝이라고 치면 다른 책 몇 권이 나온다.

 

 아직 위의 책을 다 보지 않은 상태라서, 나도 그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 책 요즘 2,000원 할인해 주는 쿠폰이 있다. 전에 리딩 살때는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난 할인 못 받은 거 같기는 하다. 그만 잊었다 해도, 할인쿠폰이 나온다면, 이제부터는 또 심각한 고민 시작이다. 쿠폰과 할인은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며, 그리고 놓치면 그 다음에는 늘 생각이 나게 될 거다. 그 때 샀어야 했는데! 하면서.

 

 그 때가 생각해보니 9월 추석 연휴 전이었다. 마침 며칠 되지 않는 연휴일지라도, 알차게 보내겠다는 마음에 저 스피드 리딩을 샀으나, 문제는 이 시기 택배는 엄청나게 혼잡할 거라는 생각을 못한 나. 어찌어찌하여 그 연휴 전에 받기는 했으나, 연휴가 주말에 고작 월요일 하나 더해진 짧은 연휴이다보니, 조금 풀다 잠시 접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책의 난이도나 문제의 좋고 나쁨보다 문제는 역시 그거였다. 연휴기간에 다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엄청나게 착각한 진도계획! 그래서 진도는 앞부분 문법. 더 늦기 전에 다시 푸는 것도 좋겠고, 할인 할때 리스닝 사는 것도 고려해봐야 겠다만, 그 앞의 베이직을 꺼내보는 것도 생각해봐야 겠다.

 토마토, 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책들 두권. 이 책들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대상일거고, 그 위의 토마토가 또 있는 걸로 안다. 책이 나온지 조금 될텐데, 그래도 다음 개정판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이책들 가지고 있는데, 사실 위의 페이퍼 쓰려고 토마토를 검색하다 생각났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이다! 두 권 다!

 

 

 

 이 페이퍼 쓰다 잠시 생각이 든건. 영어공부는 하지 않았는데, 책은 있다는 점. 사놓고 며칠 보다 잊어버리고 다시 책꽂이로 간다는 점. 영어책이 하루 아침에 볼 수 있는 만화책도 아닌데, 일단 한 권을 다 보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아야 할 건가보다. 그러나 책은 늘 신간이 쏟아져나온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책 사기 좋아하는 나한테는 할인이라는 대단한 유혹도 피해야 하고, 그리고 누가 이걸로 봤더니 성적이 잘 나오더라, 는 말에도 쉽게 넘어가므로 역시 자제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요즘 영어 시험 한 번 보려면 돈이 5만원 가까이 된다. 약간 늦게 접수하면 추가비용도 들어가고, 접수하고 취소하면 다 안 돌려줄 때도 많다. 한 달에 한두 번, 또는 그보다 자주이거나 아니면 적게 보겠지만, 영어시험 한 번 본다는 것도 비용면에서나 시험봐서 성적나와야 한다는 결과면, 그리고 일정의 시한을 준다는 점까지, 이래저래 압박감 상당히 크다.

 

 다들 영어공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토익 성적 좋은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리고 영어만큼은 전공이라든가 상관없이 다들 공부 하시는데, 좋은 팁 있으면 좀 가르쳐 주세요.

저도 요즘 영어성적때문에 속이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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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갑자기 날이 쌀쌀해지는 것만 같았다. 지난 여름 참 더웠는데, 어쩌다보니 벌써 춥다. 아무것도 안하고 날만 휙휙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씨 추워져서 실내에만 있고 싶어질텐데, 그 전에 뭔가 하고 싶은 일이 갑자기 많아질 것만 같은 기세, 그렇다고 당장 내일 지구 종말이 올 것처럼 뭐든 해치울 것도 아니면서!

 

 날이 가을이 되다보니, 약간의 생체리듬도 의기소침한 상태일지도. 아아,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상이련만, 사람들 다 그러고 살지 못하잖아, 요즘. 물론 강심장이라거나 또는 좋은 환경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들 마음가짐의 문제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래, 난 잘 안되는데, 잘 된다는 말을 태연히 할 수는 없는 거다.

 

 이렇게 기분 처지는 날에는 재밌는 책이라도 읽어야 하지 않겠나. 책 속에 세상의 전부가 있지는 않을 지라도, 가까운데서 약간의 행복을 얻어보자구. 솔직히는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이런 날 읽기에 좋은 책들이 뭐 있으려나 고심하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읽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그런 거지. 사실 별 대단한 건 없다. 늘 그렇듯.^^

 

 "방이 엄청 지저분한 여자애가 나와."

 그게 이 책에 대한 내 물음에 대한 친구의 간략한 소개였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 정리의 달인을 찾아 가는 만화는 아니고, 음대 다니는 평범한 학생에서 좀더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만화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떳떳하게 평범이란 말을 붙이기도 약간 걸리는게, 엄청나게 정리 못하는 여학생과, 별로 점잖치 못한 유명 지휘자, 이뤄지기 어려울 짝사랑에 빠진 관현학과 학생. 다들 평범해서 불만스러운 예술가 바이올린과 학생 그리고 무엇하나 빠질 것 없어보이는 엘리트 음대생의 절대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비밀 등, 알고보면 반만 평범함 음대 사람들이었걸지도. 시리즈 초반은 이런 사람들이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생은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과 진학을 하기 때문에, 이러다 유럽으로 무대가 바뀌고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나온다. 다들 평범해 보이지만 특이한 개성 하나쯤은 있어서 밋밋한 인물이 거의 없고, 그저 그렇게 지나갈 것만 같은 사건들도 황당하지만 기가 막힌 우연한 기회를 잡아서 위기를 넘어가는 이들이 얼마나 더 앞으로 가게 될 것인지, 만화는 계속 다음 권이 나오고 있다. 본 지 조금 되었기 때문에 신작이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할 듯 하다. 파리에 가서 이것저것 생활하는 것까지, 대강은 기억이 나지만 가물가물하다.

 

"뭐어? 임금님의 귀비가 되라구요?"
 옛날인지 요즘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절, 어느 나라에 미모는 확실히 보통이지만, 생활력 하나만큼은 월등히 강한 아가씨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가세가 기울고 살림은 어려운데,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는 돈 버는데 별 재주와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이 이 집 딸과 가인청년이 집안의 재정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받아 집안을 꾸려가려고 온갖 아르바이트와 잡일을 마다하지 않던 어느 날, '빈곤이 싫어, 쌀밥이 먹고싶다!' 는 푸념을 누군가 들었나 봅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큰 돈을 준다기에 무조건 하겠다고 나섰는데, 역시 그 돈을 괜히 주는 게 아니었어! 그러나 이 이야기는 임금님과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아닌 거 같은데? 아, 다음 권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난 다음권을 봤으니 압니다!

 최근 이 시리즈도 꽤 길게 나왔지만 드디어 얼마 전에 완결이 되었다. 좌측은 소설 표지, 우측은 만화 표지인데, 만화는 아직 가지고 있지 않아 못봤다. 기발한 아이디어 시작해서 적절히 끝난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 인물들에 새로운 사람들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 요즘 끝났다고 하는데, 마지막을 못 봐서 결말이 무척 궁금하다.  

 

 이 책들은 워낙 시리즈가 길기 때문에 언제 한 번 몇 권 단위로 잘라서 페이퍼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을 나도 책 뒤져보지 않고 몇 권에 누가 뭐 했는지는, 찾을 자신이 별로 없는데다가, 지금으로선 우리 집에 전권이 없으므로 그것도 어렵겠다.^^ 요즘 만화책을 비롯한 책값이 무척 상승한 지라, 내가 가지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 1권의 정가는 3,000원이지만, 2권은 4,200이다. 지금 사면 더 올랐을 것이 아마도 틀림없다. 아아, 이러다 비싸서 책 못 살 정도 되면 큰 일이다!

 

 사는 게 힘들고 시달리는 시기엔 연애를 다룬소설이 잘 팔린다는 뉴스를 어디선가 봤다. 출처를 쓸 수 없을 만큼 확신이 안 가는 소리긴 하지만, 고달픈 시기에 굳이 심각한 문제를 두고 심도깊은 무한정토론을 한다거나, 아니면 내 주제에 풀 수 없을 지구와 환경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이 밤이 다 가도록 고민과 번뇌로 하얗게 불태우긴 좀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심각하고 진지한 토론에 대해 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지구환경을 위한 마음이 없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나도!) 로맨스소설 굉장히 좋아하진 않지만, 위의 두 권 <노다메 칸타빌레>와 <채운국이야기>도 그런 소재가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 알고보니 삼각관계도 있고, 요즘은 많이 나와서 특이하지도 않을 브로맨스도 있고, 어쩐지 두 시리즈 모두 로맨스가 빠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나는, 별난 사람들이 보여주는 재미있음이 이 책이 특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로맨스 물 아닌 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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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라는 사이는 매일 얼굴을 보고 한집에서 먹고 자는 사이이다보니, 가끔은 사소한 이유로 말다툼 끝에 속상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다시 이전처럼 이얘기 저얘기 하고 그러지만, 그래도 마음이 상처입는 건 좀더 간다. 그리고 다시 싸우면 이전의 상처도 같이 벌어져서 더욱 아프고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어릴 때는 엄마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싫으면 주저하지 않고 "엄마 싫어, 미워!" 하고 말할 수 있었던 사람도, 조금 더 크면 이전처럼 그럴 수는 없게 된다. 왜냐면 더이상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꼭 그런 때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아니라는 건 여기저기에서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네가 나이가 몇인데!"라는 한심한 시선과 함께.

 그런데 안됐지만, 나이는 먹었어도 그래도 나는 그냥 나일 뿐인걸.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었어도 엄마에게 있어서의 나란 그때의 어린애인 그대로인 걸.^^ 가끔 싸우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화를 내고 울어도, 며칠 지나면 거창한 화해의식이 없더라도 어느새 다시 말을 하고 밥을 먹는 그런 사이. 대체로 우리 집에서는 그렇다.

  눈에 보이는 모습은 이미 나이를 먹고 성장했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는 상처입기 쉬운 연약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이 흘러 어느 사이에 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마음 속 아이의 성장을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하다. 상처입고 좌절하고, 원하지 않아도 이별해야만 한다. 그런 순간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찾아오고, 또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이 배워가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고, 상대방과의 적정한 거리를 알게 된다. 때로는 부모, 때로는 친구, 또는 연인이 되기도 하는 내가 아닌 그 누군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과정이라 한다면, 지금 내 앞에 놓은 한계를 인정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은 작은 희망을 남긴다.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와 <심리학이 서른살에 답하다> 두 권의 책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저자 김혜남 님의 책인데, 서른살 시리즈 이전에 나온 책이다. 우리 집에 있는 책은 2006년의 표지인데, 이후 새로이 표지를 해서 나온 것을 알게 되어 두 권 모두 실었다. 

 

 어느 집에선 한 번도 야단쳐본 적 없는 착한 아이와 좋은 부모가 있다고도 하지만, 그런 집에서 안 살아봐서, 무척 부럽기만 할 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건 모르겠다. 아마도 그 집안은 좀더 서로를 존중하고 누군가 말할 때는 마음에 안 들더라도 참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또는 서로 나이를 먹고 한 시간을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같은 과제를 제시한다. 한 그룹의 아이들은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이지만, 다른 한 그룹의 아이들은 보통 정도이다. 도미노를 세우는 과제는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중간중간 공들여 세운 블록이 넘어지기도 한다. 이때 두 그룹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차이가 있다.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상대의 잘못을 비난하려들지 않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짜증스럽고 공격적으로 지적한다. 아이들이 만든 도미노를 보면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의 도미노가 잘 만들어져서 모두 넘어졌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중간에 멈췄다.

 여러 가지 실험이 계속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아이들의 차이도 조금씩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대상이 아이들로 설정되었으나, 어느 면에서 보나, 어른들도 비슷할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의 반응이 어른들보다는 더욱 알아보기 쉬울 수도있다.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이 학업의 성취라거나 개인의 내적행복의 측면에 있어서 훨씬 좋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책의 끝 부분에 이르러 오늘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내일 행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감하게 된다. 행복과 긍정을 수없이 말하지만, 도대체 그 실체는 무엇인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말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보여주는 사례는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 모든 걸 억제하고 오직 화목하게 보이는 삶을 살 수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러기 위해서 일방의 원하는 대로 다른 일방이 끌려가서는 겉으로 화목한 것이 자기 입장을 두고 다투는 것보다도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것이다. 다만 조금 더 입장차이를 인정하면 좋겠고, 이왕이면 원색적인 대화로 변질되어 속을 쓰리게 하지 않도록 , 필요이상으로 상대를 자극한다거나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단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지만, 그러고 나면 서로 상처받고 안 보고 싶어지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는 거니까. 

 

 오늘 싸우면 오늘은 다시 안 볼 것처럼 해도, 내일이나 모레쯤 되면 서먹서먹해지고, 그리고 한 며칠 되면 이전처럼 그저 그렇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그렇게 보이지만, 상처는 입는다. 쉽게 아물지도 않고, 애써 부정하고 싶어지지도 않는 상처는 다음에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한 집에서 살고 한 상의 밥을 먹는 사이. 그게 가족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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