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치유 식당 2 -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심야 치유 식당 2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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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주님. 노사이드에 다시 돌아오셨군요. 지난 1권에서 예기치 않은 일로 가게를 훌쩍 떠나고, 한 해 가까이 흘러 다시 만나는 기분입니다. 다음 권이 또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었음에도, 이 책 처음 보았을 때는 제목을 보고는 저자의 다른 책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뻔 했습니다. 그래도 같은 저자의 책이니까 소개라도 한 번 볼까, 해서 다행히 노사이드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노사이드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도 저마다 고민 하나씩은 가지고 있더군요. 듣기에 따라 이상한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고민 하나쯤은 있다는 말에 저는 약간의 위안이 됩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직 저만이 고민하고 힘들어한다면, 그 순간부터 제 문제가 유난스럽고 어깨에 진 짐이 갑자기 무거워질 것만 같습니다.

 

 전의 단골들도 많이 나오지만, 역시 새로 찾아오는 분도 많아지니 노사이드는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긴해도 이번에 우리 식당 뺏길뻔 했어요. 그 사람,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더니만, 결국 그렇게 누군가를 상처주는 것으로 자기가 만족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다행히 김철주님과 노사이드를 아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다음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여기서 이만 끝날 수도 있었겠기에, 다행한 일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노사이드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그런 사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말하는 걸 듣다보면, '나도 그런 면이 있는데, 그래서 나도 그게 참 고민스럽고 마음에 안드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것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서 비슷한 점이라고 해도, 내게도 있는 것이라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식당 다시 열고 찾아온 손님이었던 은미씨, 기억나세요? 시험보고 계속 떨어지는데 이번에도 그럴거라고 체념하는 그런 사람이어서 김철주님이 나름대로 해법을 말해줬는데. 

 그때 은미씨를 보면서, 저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어요. 매번 잘 안되는 시험을 다시 또 보는 건 쉽지 않아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 확고할 것 없는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시험이 잘 안될 때마다 느껴야 했던 좌절감. 그런 것들을 은미씨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럴 때 누군가 태연히 던지는 '그만큼 했으면 그만 하지 그래?' 식의 한 마디 말도 마음에 상처로 남더라구요.

 여기서는 은미씨의 문제를 두고, 과거 비관적인 전망을 가진 사람이 보다 많이 살아남았던 조상들로부터 그런 DNA가 내려왔다는 설명도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점을 덧붙이고 싶어요. 지금 그 사람이, 미리 나쁜 점만 보고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이 된 건, 그 사람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기 보다는 연달아 잘 안되는 일이 계속되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실패부터 연상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위축되고 나쁜 방향부터 보는 사람, 반쯤 포기한 채로 시작하는 사람이 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도 작게 오그라들었을 거에요. 그런데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되는 주된 원인이 모호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을 듣고는, 이제는 저도 더이상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도 은미씨가 이야기 끝 부분에서 합격을 하고 좋은 결말이 되어서, 책 속 남의 일임에도 참 기뻤어요. 그리고 은미씨처럼 애매함을 견디는 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낙관적 자세로 애매함을 견디는 내공이 필요하다는 조언, 제게도 유익하리라 믿습니다.

  

 미움을 두려워하던 선민씨도 있었고, 첫사랑이 강해서 고민하던 미현씨도 있었네요. 아, 그리고 거절을 잘 못해서 결국 울고 말았던 난주씨 말인데요. 까칠한 난주씨로 변하고 나서 많이 달라진 사람이 되지 않았나요? 이전처럼 거절못하고 남에게 싫다는 말을 못했던 사람에서, 분명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도 좋았어요.

 사실, 싫다고 말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후회를 하기도 하고 속상하지만, 상대가 기분상하지 않게 하면서 명확하게 거절하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난주씨를 보면서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는 건 또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토록 못된 사람처럼 굴던 친구 진호씨가 이야기 마지막에 노사이드로 들어서는 건 다음에 또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전권과 이번권이 약간 다른 게 있다면, 일단 두 가지 아닐까요?  전에는 한 사람씩 와서 자기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한 사람과 그 사람과 관련된 다른 사람이 있는, 사랑을 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과의 관계의 문제도 함께 나와요. 그리고 김철주님도 달라진 것 같은데요? 앞의 1권에서 누군가의 고민과 이야기를 듣지만 정작 자신의 사적인 면은 보여주지 않던 그래서 '전직 의사였던 노사이드 김사장님'이었다면, 이번엔 가족과 예전의 친구와 이어져있는 김철주라는 한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요. 가족인 여동생 수지씨가 나오면서 노사이드 아닌 다른 연결고리가 되어준 덕에, 그 사람도 가게를 나서면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기억과 추억을 가진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거든요. 그래서 이전보다 입체감있고 온기가 느껴지는 실재하는 어떤 사람처럼, 허구에서 실체로 점점 바뀌어가는 기분마저 듭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수지씨가 참 많이 나왔는데, 자세한 소개가 없어서 서운하겠군요.

 

 잠시 위기가 왔지만, 노사이드가 건재하니 다음에도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네요. 새로운 이야기로 또다른 고민을 함께하는 식당이 오래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단골도 늘고, 이전보다 가게 수입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아, 유진씨와 민수씨가 잘 될 것 같던데, 좋은 소식은 다음에 또 들을 수 있겠죠.  다음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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