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날이 쌀쌀해지는 것만 같았다. 지난 여름 참 더웠는데, 어쩌다보니 벌써 춥다. 아무것도 안하고 날만 휙휙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씨 추워져서 실내에만 있고 싶어질텐데, 그 전에 뭔가 하고 싶은 일이 갑자기 많아질 것만 같은 기세, 그렇다고 당장 내일 지구 종말이 올 것처럼 뭐든 해치울 것도 아니면서!

 

 날이 가을이 되다보니, 약간의 생체리듬도 의기소침한 상태일지도. 아아,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상이련만, 사람들 다 그러고 살지 못하잖아, 요즘. 물론 강심장이라거나 또는 좋은 환경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들 마음가짐의 문제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래, 난 잘 안되는데, 잘 된다는 말을 태연히 할 수는 없는 거다.

 

 이렇게 기분 처지는 날에는 재밌는 책이라도 읽어야 하지 않겠나. 책 속에 세상의 전부가 있지는 않을 지라도, 가까운데서 약간의 행복을 얻어보자구. 솔직히는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이런 날 읽기에 좋은 책들이 뭐 있으려나 고심하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읽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그런 거지. 사실 별 대단한 건 없다. 늘 그렇듯.^^

 

 "방이 엄청 지저분한 여자애가 나와."

 그게 이 책에 대한 내 물음에 대한 친구의 간략한 소개였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 정리의 달인을 찾아 가는 만화는 아니고, 음대 다니는 평범한 학생에서 좀더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만화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떳떳하게 평범이란 말을 붙이기도 약간 걸리는게, 엄청나게 정리 못하는 여학생과, 별로 점잖치 못한 유명 지휘자, 이뤄지기 어려울 짝사랑에 빠진 관현학과 학생. 다들 평범해서 불만스러운 예술가 바이올린과 학생 그리고 무엇하나 빠질 것 없어보이는 엘리트 음대생의 절대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비밀 등, 알고보면 반만 평범함 음대 사람들이었걸지도. 시리즈 초반은 이런 사람들이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생은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과 진학을 하기 때문에, 이러다 유럽으로 무대가 바뀌고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나온다. 다들 평범해 보이지만 특이한 개성 하나쯤은 있어서 밋밋한 인물이 거의 없고, 그저 그렇게 지나갈 것만 같은 사건들도 황당하지만 기가 막힌 우연한 기회를 잡아서 위기를 넘어가는 이들이 얼마나 더 앞으로 가게 될 것인지, 만화는 계속 다음 권이 나오고 있다. 본 지 조금 되었기 때문에 신작이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할 듯 하다. 파리에 가서 이것저것 생활하는 것까지, 대강은 기억이 나지만 가물가물하다.

 

"뭐어? 임금님의 귀비가 되라구요?"
 옛날인지 요즘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절, 어느 나라에 미모는 확실히 보통이지만, 생활력 하나만큼은 월등히 강한 아가씨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가세가 기울고 살림은 어려운데,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는 돈 버는데 별 재주와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이 이 집 딸과 가인청년이 집안의 재정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받아 집안을 꾸려가려고 온갖 아르바이트와 잡일을 마다하지 않던 어느 날, '빈곤이 싫어, 쌀밥이 먹고싶다!' 는 푸념을 누군가 들었나 봅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큰 돈을 준다기에 무조건 하겠다고 나섰는데, 역시 그 돈을 괜히 주는 게 아니었어! 그러나 이 이야기는 임금님과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아닌 거 같은데? 아, 다음 권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난 다음권을 봤으니 압니다!

 최근 이 시리즈도 꽤 길게 나왔지만 드디어 얼마 전에 완결이 되었다. 좌측은 소설 표지, 우측은 만화 표지인데, 만화는 아직 가지고 있지 않아 못봤다. 기발한 아이디어 시작해서 적절히 끝난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 인물들에 새로운 사람들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 요즘 끝났다고 하는데, 마지막을 못 봐서 결말이 무척 궁금하다.  

 

 이 책들은 워낙 시리즈가 길기 때문에 언제 한 번 몇 권 단위로 잘라서 페이퍼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을 나도 책 뒤져보지 않고 몇 권에 누가 뭐 했는지는, 찾을 자신이 별로 없는데다가, 지금으로선 우리 집에 전권이 없으므로 그것도 어렵겠다.^^ 요즘 만화책을 비롯한 책값이 무척 상승한 지라, 내가 가지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 1권의 정가는 3,000원이지만, 2권은 4,200이다. 지금 사면 더 올랐을 것이 아마도 틀림없다. 아아, 이러다 비싸서 책 못 살 정도 되면 큰 일이다!

 

 사는 게 힘들고 시달리는 시기엔 연애를 다룬소설이 잘 팔린다는 뉴스를 어디선가 봤다. 출처를 쓸 수 없을 만큼 확신이 안 가는 소리긴 하지만, 고달픈 시기에 굳이 심각한 문제를 두고 심도깊은 무한정토론을 한다거나, 아니면 내 주제에 풀 수 없을 지구와 환경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이 밤이 다 가도록 고민과 번뇌로 하얗게 불태우긴 좀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심각하고 진지한 토론에 대해 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지구환경을 위한 마음이 없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나도!) 로맨스소설 굉장히 좋아하진 않지만, 위의 두 권 <노다메 칸타빌레>와 <채운국이야기>도 그런 소재가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 알고보니 삼각관계도 있고, 요즘은 많이 나와서 특이하지도 않을 브로맨스도 있고, 어쩐지 두 시리즈 모두 로맨스가 빠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나는, 별난 사람들이 보여주는 재미있음이 이 책이 특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로맨스 물 아닌 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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