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언니에겐 친구가 있나요? 늦은 밤에 너무 속상할 때 같이 있어 줄 수 있는 사람, 또는 허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도 나중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언니에게도 있나요?

 

 누구나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이런 친구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은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줄 것만 같잖아요. 그냥 이 말을 들어만 줘도 좋을 것만 같은, 그런 때가 사람한텐 있지 않던가요.

 

 **언닌 조용한 사람이어서, 사람들이 언니가 큰 소리로 화 내는 걸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언니에겐 언제나 힘든 일도 없고, 화날 일도 없어서 그럴 거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화가 나지만, 그래도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고, 화가 나더라도 그래도 참고 이해하고 그러려니 넘어가려는 사람이었을 거라고, 저는 제가 만났던 **언니가 그 때 그런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 더 언니에겐 잘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어느 면에선 저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언니, 강경옥 만화 중에서 <설희>라는 만화가 있어요. 죽지않는 설희보다도, 보면서 기억에 남는 건 언제나 소심해보이는 대학생 세라였어요. 언제나 고달프고 잘 되는 것도 없고, 엄마는 언제나 서운할만큼 노골적으로 오빠만 챙기죠. 갑자기 나타난 설희가 주는 그런 기회가 와도 망설이다 그냥 포기하죠. 지나고 나서는 아쉬우니까 다음 기회엔 할 거야, 정도를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나 설희는 그렇게 해 주지 않더라구요. 기회라는 거,  이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우린 매순간 만날지도 모르죠. 운이 좋다면, 다음에는 선택권이 올 수도 있는, 그러나 그런 행운은 쉽게 오지 않는, 그런 걸 전 이 만화에서 봐요. 그러다가 후반부 들어서 설희를 따라 무작정 떠난 세라처럼 살지 못하는 저를, 그 이야기 안에서 보기도 해요.  

 

 언니, 이 인생은 한 번 뿐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잘 해보고 싶어요. 조금 더 좋은 걸 선택하고 싶어요. 그러나, 매번 실패하면, 남는 것은 불안뿐이에요. 그리고 다음에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사라지죠. 전 그게 무서워요. 그래서 물에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치는 거겠죠.

 

 **언니, 전 오늘 쉽지 않았어요. 속상했고, 화도 났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었어요. 휴지가 한 주먹이 될 만큼 지나고 나서야 조금 차분해졌다죠. 다행이라면, 제겐 그런 못난 제 이야길 들어줄 친구가 있었어요. 그거 진짜로 다행이지 않아요? 그렇게 내 이야길 들어줄 사람이 지금 제게 있다는 게. 전에, 언니는 제가 속상해 울던 날, 토닥거리면서 손을 잡아줬었죠. 오늘 제 친구는 이야길 듣고, 지금 제가 들으면 좋을만한 이야길 해줘서, 들으면서도 고마웠어요.

 

 지금 그 때 일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진 않아요.

 그래도 그 때, 제 손 잡아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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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지음 / 서정시학 / 2011년 12월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보고 나서는 나도 이런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런 좋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구요. 오늘 페이퍼 첫 부분의 그런 친구 이야기는 이 지란지교...의 첫 부분이 생각나서 쓴 거랍니다.

 

 

 

 

 

 

 

 문제는 무기력이다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2월

 

 저자는 심리학자이고, 이 책은 반복되어 굳어진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설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핸 인지행동치료 등의 여러 방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겪었던 실제의 경험을 살려서 쓴 책이라서, 여러 가지 도움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의욕이 없어지고, 무기력한 오늘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인지심리학자가 10년 이상의 체험 끝에 완성한 인생 독소 처방 입니다.

 

 

 

 설희 1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08년 8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세라앞에 알 수 없는 설희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설희의 집에 함께 살게 된 세라는 설희와 살면서 이전의 평범했던 자신과, 그리고 특별해보이는 설희의 세상을 오가게 되는데... 거액을 상속받은 설희는 왜 세라를 찾아왔고, 그리고 설희는 왜 그 사람을 찾아 나선 걸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어 벌써 단행본으로만 9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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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모르니, 이번주엔 로또나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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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5-1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만화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몇번 시도했다가 시리즈 처음 몇권 읽어보고 말아요.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만화책이 소개된 글을 읽으면 혹 하지요.
'지란지교'는 제가 무려 대학교 1학년때 (1985년!), 유행처럼 번져서 여기 저기 인도 많이 되었던 글이고 이때 저는 이분의 시를 처음 읽게 되어 지금까지 이분의 시집이 나올때마다 다 사서 읽는 독자가 되기도 했답니다. 글 내용도 좋지만 '지란지교'라는 글귀도 그당시 참 눈에 띄었어요.
어제같이 날씨 좋은 날을 저도 좀 힘들게 보낸 하루였고, 그래서 가뿐한 마음으로 잠들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아침을 맞았어요.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또 받았어요. 서니데니님도 힘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13-05-13 09:4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나인님. (다른분들이 이렇게 부르시기에, 저도 한 번 써봅니다.)
오, 1985년이라니! 시간이 벌써... 그 사이 지란지교가 참 오래되기는 했네요. 그래도 이 글 참 좋아해요. 친구 이야긴 많지만, 이 글만큼 기억에 남고, 있었으면 하는 친구 이야기도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페이퍼에 나오는 <설희>는 만화가 강경옥님의 지금 연재중인 책인데, 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나인님, 댓글을 써주실 때면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성의가 느껴지는 댓글이어서, 읽고, 또 읽게 되거든요. 오늘도 좋은 이야길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어제보다 열심히 살게요.

나인님께도 오늘이 괜찮은 날이 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