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일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19분, 바깥 기온은 26도 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9월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어제는 구름이 많은 날이었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구름 적고 햇볕 환한 날이예요. 창문을 다 열고 있으면 바람은 들어오지 않지만, 환한 햇볕이 공간을 채우는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오후입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식탁에 앉아있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바깥의 소리가 적게 들리고 바람도 적고, 햇볕만 가득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깥만 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덥지도 않고, 습도도 높지 않고, 구름도 많지 않고. 여름에는 이런 날에는 너무 더워서 창문을 닫았지만, 지금은 그런 날이 아니니까요. 오늘 기온이 서울은 28도 가까이 올라갈 거라고 했는데,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닌가봅니다. 26도 보다는 높을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기온이 높지는 않네요. 여름엔 이 정도는 아침 기온이어도 시원할 때가 있었는데, 그게 얼마전인데, 한달 조금 지나는 사이에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아침에는 공기가 차가워서 창문을 닫고 자야하고요, 그리고 일교차가 커서 감기 조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가을이 오면서 기온은 매일 조금씩 내려가는데, 햇볕 좋은 날 바깥에 나오면 밝은 공간에 서 있을 때, 햇볕이 뜨겁다는 느낌도 가끔은 들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30도 가까운 기온이 되지는 않고요, 오늘도 며칠만에 햇볕이 조금 뜨겁다는 느낌이 들지만, 온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요. 그게 좋은데 조금 아쉬워요. 네, 실은 오늘 같은 날 참 좋은데 그런데도 조금 아쉬워요.^^;

 

 

 지난주 일요일, 9월 22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대모님께서 선물해주신 꽃다발, 집에 와서 유리병에 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다발이 상당히 컸어요.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조금 더 큰 화병에 꽂아야 하는데, 작은 병에 겨우 넣었습니다. 그리고 한주일 가까이 지나는 동안, 이 중 절반은 사라졌고, 지금은 조금 남아서 유리병에 있어요. 살짝 시들었지만, 중간에 새로 핀 것들도 있었어요. 한 주일, 집안에 좋은 기억을 주었습니다.^^

 

 

 1. 매일매일, 오늘은 일요일

 

 오후에 집에 있다가 이것저것- 그러니까 노트북이랑 책이랑 그런 것들- 챙겨서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 왔습니다. 벽에 콘센트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노트북에 배터리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서 어댑터를 챙겨왔는데 잘 쓰고 있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조용한 느낌의 오후였는데, 여기 오니까 옆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고 음악소리와 크고 작은 생활소음이 들리는데, 시끄럽지 않고 좋은 편입니다. 오후에 집에 있으면 계속 자고 싶을 것 같아서, 귀찮지만, 챙겨서 나오기 싫었는데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봄, 두통이 찾아온 이후로, 조금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작년 같으면 이런 날에는 시내에 큰 서점에 놀러가거나, 아니면 도서관을 가기도 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서 멀지 않은 카페 나온 것으로 만족하려고요. 봄에서 여름을 지나고 가을이 되는 동안, 두통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버스 타고 움직이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은 조금 자신이 없어요. 그 때는 괜찮지만, 나중에 조금 피곤해질 것 같거든요.;;

 

 카페에 와서 작은 테이블에 노트북 올려놓고 타이핑을 하는 제 옆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요. 왼쪽에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오른쪽에는 태블릿으로 작업하시는 분이 있고, 저기 옆에는 친구와 함께 와서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조금 전부터 조용해서 돌아보니 지금은 자리가 비었어요. 학생들이 보는 책을 살짝 보니까, 처음에는 대학생인 줄 알았는데 고등학생인 것 같아요. 한국사와 수학을 공부하고 있어서요. 조금 전에는 근현대사의 시대에 살더니 지금은 사인 코사인의 삼각함수에 대해서 둘이 같이 푸는 것 같아요. 그부분은 재미있는데, 조금 부러워졌어요. 도서관에 갈까 하다가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페이퍼를 쓸 생각에 카페에 왔는데, 옆 학생들을 보니까, 이쪽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조금 기운이 없었어요. 조금 많이. 그래서 오늘 집에 있으면 더 기운이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일은 없는데, 그냥 기운이 없구나, 그런 것들을 며칠 전부터 조금 느꼈습니다. 여름을 지나면서 에너지를 다 썼나봐, 그런 생각도 들고요, 올 여름 지나는 동안 이것저것 여러가지 많이 달라지는 중인걸까, 같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몇 년 사이에 집 가까운 상가 지역에는 카페가 많이 생겼습니다. 어느 집이나 근사한 광고가 있고, 괜찮은 분위기입니다. 주택가 안에도 있고, 버스 다니는 도로 앞에도 있어요. 조금 멀리 가면 스타벅스도 있어요. 지금은 아니고 조금 전의 일인데, 우리 동네에 스타벅스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다가 검색해보니까 있더라구요.^^ 하지만 조금 멀어서 거의 가지 않았어요.;;

 

 지난주 토요일에도 이 시간에 여기에 있었어요. 그 때는 다음날 있을 견진성사를 앞두고 대모님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같은 자리에 노트북을 두고 페이퍼를 쓰고 있고요. 그 날과 같은 차가운 밀크티를 마시지만, 오늘은 너무 달아요. 여긴 흑당밀크티만 있고, 밀크티는 없대요.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일주일 전과 오늘은 다른 점이 많습니다. 그 날은 태풍이 오는 전날이라서 조용한 편이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그 날보다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같은 공간에 앉아있는데, 서로 다른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별일 아닌데, 심각해지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 전에는 조금 더 생각해보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 잠시 접고 다른 것들을 합니다. 잠깐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것들을. 좋아하는 것들을. 심각한 척 하느라 잠시 잊었던 좋아하는 것들에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마음이 그럴 때는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 공간이 적어지고, 관심도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서요. 언젠가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여전히 그렇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을 때에는 오늘 같은 날은 살짝 모서리가 깨진 쿠크다스 조각이 조금 더 부서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단단한 상자에 잘 두어도 조금만 흔들기라도 하면 부서질 수 있어요. 튼튼한 상자에 담아두면 괜찮을 것 같은데도, 상자를 흔들면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과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튼튼한 건 상자이지, 마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오후까지는 못했는데, 페이퍼를 쓰면서 정리해보니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그런다고 더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그런 기분이 되는 건, 여기가 집이 아니라 조금 다른 낯선 공간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거예요.

 

 익숙한 것들은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 좋지만, 가끔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늘 비슷한 방향에서 보는 것과 비슷해요. 그 각도에서 보는 건 잘 그리지만, 다른 방향에서는 낯선 모습이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가끔 조금씩 어려운 선택을 할 때는, 조금 더 생각해볼 때가 있어요. 어느 쪽이 좋은 선택일 것인지 그런 것도 생각하지만, 내가 어느 쪽을 좋아하는 건지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운한 날에는 그런 것들은 잘 생각나지 않아요. 어느 날에는 불안한 감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조금 많아지고요. 조금은 그런 것들이 적당히 뒤섞이면 좋을 것 같은데, 가끔은 잘 아는 것 같고, 가끔은 이전의 일을 돌아보아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이전에 썼던 페이퍼에서 제가 썼던 케이스 답안 예시와 같은 퀴즈 정답을 보았습니다. 앗, 잘썼네. 지금 써도 그렇게 못 쓸 것 같아. 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그런 것들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9월은 크고 작은 일들이 없었지만 힘들었습니다. 오늘이 28일이라고 생각했는데, 29일이더라구요. 이제 남은 날이 오늘 그리고 내일 남았는데, 9월도 마무리 잘 하고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옆자리 학생들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저랑 이름이 같아서, 계속 그 쪽 이야기를 듣게 되네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도, 이름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이제 더 10월에 가까워집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예요.

 벌써 5시에 가까워져서 아까보다는 햇볕이 환한 느낌은 덜해졌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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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9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9-09-29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넵 저도 오늘 밖에 나갔다 왔는데 청명한 하늘을 보니 전형적인 가을 날씨 같더군요.그런데 9월 말임에도 아직 좀 더운것 같아요.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19-09-30 00:19   좋아요 0 | URL
오늘 날씨가 참 좋았어요. 낮에는 여름처럼 햇볕이 강한 느낌도 있지만 그렇게 기온이 높지는 않더라구요.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카스피님,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19-09-30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견진성사 받으신거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19-09-30 00:20   좋아요 1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