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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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구태여 설명하지 않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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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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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60년대라는 상투적 표현에 따라 나 또한 ‘격동의 80년대’를 살아왔다며 때때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향해 당시의 느낌과 분위기를 희화화해 전달하기도 한다(내가 ‘꼰대들’을 싫어하면서도 이제는 나 자신이 ‘꼰대’가 된 셈이다). 과거를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내세울 것이 과거뿐인 처량함에 휩싸인다는 말도 있으나, ‘어쨌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쉬 잘라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현재는 과거와 다르고, 미래 또한 과거가 될 현재와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저 아련한 노스탤지어,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다양한 매체를 통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방편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분명 브라우티건의 노스탤지어는 나는 어렴풋하게라도 겪어보기는커녕 그 시대가 어떤 시간 주기를 가지고 작동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는 완벽한(여기서 ‘완벽하다’는 형용사는 질 나쁜 부정어와 함께 쓰였다고 봐야 하겠지만) 낭만과 예스런 향수와 추억을 가지고 올는지 모른다(이 또한 세월이 흐르면 앞으론 2000년대가 아련한 노스탤지어가 될 거다. 더 이상 60년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살아 있지 않을 것이므로). 물론 『워터멜론 슈가에서』와 『미국의 송어낚시』에서 줄기차게 송어(과거)를 끄집어냈던 것과 대동소이하지만 이쪽은 다소 힘을 뺀 수필처럼 상대적으로 덤덤한 기운이 있다. (맥락이 전혀 맞지 않으나, 책을 중반쯤 읽었을 때 영화 《쇼생크 탈출》이 떠올랐다. 앤디의 수수께끼 같은 지령에 따라 벅스톤의 흑요석을 찾으러 가는 레드의 모습.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느릿느릿한 버스를 타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고동색 웃옷을 벗고 땀을 식히며 끝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은 무척이나 ‘느렸다’) 특히 삼분의 일쯤 읽다 보면 「낡은 버스」라는 글이 나오는데, 거기서 ‘나’는 날씨가 좋아 버스를 타게 된다. 그런데 버스 안 승객은 20대인 나와는 달리 죄다 6, 70을 넘긴 노인들뿐이다. ‘나’도 그들도 불편하고 당혹스럽다. 결국 ‘나’는 목적지에 가려던 생각을 바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버리고, 그러자 모두가 그것을 반기며 기뻐한다(마치 저 옛날 백인투성이인 버스에 외따로 ‘침입한’ 흑인 같다). 낡고 오래되어 모든 것이 느리게만 흘러가는 시골길 사이로 갑작스레 뛰어든 포드의 대량생산 자동차가 따로 없었던 거다. 이런 ‘완벽한’ 진일보가 한없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타임머신을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날개 달린 자동차가 건물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며, 택시 미터기와 선풍기는 모양만 변했을 뿐 예전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득 몇십 년을 뛰어넘어 먼 과거를 돌이켜보는 순간 그것들은 상당히, ‘완벽하게’ 달라 보인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가 보편성을 띠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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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여지도 - 두 발과 땀으로 써내려간 21세기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
박점규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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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아니다. 첫머리의 '재벌여지도'가 아닌 '노동여지도'를 그리려고 애썼다는 가만한 토로 말이다. '노동여지도'를 읽으면서도 동시에 '재벌여지도'와 같이 느껴지는 것은 상반된 두 가지 사실이 전혀 어긋나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으로, 결코 이것은 모순이나 이율배반이 아닌 이음동의어인 거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마음,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라는 그리움, 침묵의 컨베이어 벨트보다는 연대의 노동, 농성 천막이 아닌 활력의 공장. 21세기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이라는 부제는 응당 '정직한 땀의 대가'과 짝을 이루어야 할 것만 같은데도, 은근슬쩍 '쇳물'이라는 단어가 어디선가 날아와 쿡 하고 박힌다. 정글 자본주의가 상생경제로, 승자독식 자본주의가 소비자선택 자본주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사회 공헌으로, 낙수효과가 소득창출효과로, 재벌이 대기업 집단으로, 그리고 노동자가 근로자로. 실질적인 노동 지도를 만들기도 전에 입말과 글말에서부터 작은 골목골목을 옥죈다. 꼭 일 년 전 출간된 『노동자, 쓰러지다』를 두 번 읽는 기분이다. 그보다 더 전에 있었던 개그 프로그램 꼭지의 '사장님 나빠요'가 유행어가 되었을 무렵,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다. 50도가 넘는 탱크 속에서의 용접 노동, 머리카락과 휴지 섞인 도시락을 거부하며 '우리는 개밥을 먹을 수 없다'던 도시락 거부 투쟁, 그때가 1986년 무덥던 여름이었고, 분명 지금 21세기 어디쯤에도 존재할 것이다.(p.79) 자국인도 이럴진대 외국인 노동자는 더할는지 모른다. 내 아버지는 택시기사다. 이따금 한국에 와 일하는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남자들을 승객으로 태울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안쓰러운' 외국인 노동자였을 때도 있었다. 육칠 년 전쯤 일본에서 일 년 동안 생활하다가 돌아왔다. 이쪽이야 전공이 일문학인 탓에 겸사겸사 좋은 경험을 했다고 여기고 있으나 그쪽 사람들은 나를 외국인 노동자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 한국사회에서, 또 『노동여지도』에서와 같은 '봉 취급'은 아니었을지라도. '사람 장사'를 한다는 끔찍한 단어 조합에서부터 귀신보다 사람, 사람보다 회사가 더 무섭다는 웃을 수 없는 푸념, 하청의 하청의 하청까지 이어지는 끝도 없는 가지치기까지(훗날 노동자가 될 청년들도 무사할 수 없다. 3포(抛)니 5포니 하는 말도 있으나, 나는 책에서 '1년 세대'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1년 뒤에 뭐가 돼 있을지 모르고 예측이 안 되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란다). 박점규의 마지막 한숨, '2015년 이 땅의 노동여지도는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립니다.' 노동 현장엔 숭고한 노동만이 존재해야 할 텐데, 지금도 그곳 한쪽엔 투쟁의 먹구름이 자리하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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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스 부정선거 도감
프로파간다 편집부 엮음 / 프로파간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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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거란 뭐냐.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뜻풀이는 물론이거니와, 주로 독재자들의 집권 연장에 맞닿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사전 선거운동, 금권 선거, 투표함 바꿔치기, 개표 부정, 관건 선거, 유령 투표, 흑색선전, 막걸리 선거, 릴레이 투표, 등등 수많은 신조어와 파생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십당오락(十當五落)이라는 말도 있는데, 10억을 쓰면 당선되고 5억을 쓰면 낙선한다는 뜻이다. 본래 하루에 4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에 붙고 5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의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신조어에서 파생된 말). 이런 방식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한 선거 행태는 소위 양심선언 없이는 겉으로 드러나기 힘든 법이다. 더욱이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로 보건대 과거부터 이어져왔던 폐단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란 요원하게만 보인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바르지 못한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결심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꽤 많이 있었던 까닭이다. 물론 그 반대급부도 있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에 따르면, 1992년 당시 얼마 전까지 법무부 장관이던 김기춘과 부산시장, 부산시교육감, 부산지검장, 부산기무부대장, 부산경찰청장 등이 모인 '초원복집 사건' 이후, 김기춘은 그 후로 12년간 국회의원을 지냈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었으며, 당시 부산경찰청장은 이후 국정원 차장을, 당시 부산지검장은 이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되기도 했다(이런 판국이니 1956년 도의원 선거 환표 사건을 폭로한 박재표 순경과 같은 사람들조차 없었다면!). 책에는 부정선거와 그 유형, 번뜩이는 기법(!), 부정선거를 폭로하거나 그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너저분한 역사가 실려 있다. 등록 방해(후보자가 제출한 등록 서류를 꼬투리 잡아 출마를 막는다), 환표(換票, 상대 후보 표를 자기편 표로 바꾼다), 피아노표(기표된 투표용지 다른 칸에 인주를 묻혀 무효표로 만든다), 유령투표(어린이, 사망자, 행불자 등 가공의 인물을 유권자로 만들어 대리 투표한다), 그리고 닭죽 사건(야당 참관인에게 수면제를 탄 닭죽을 먹여 잠들게 한 사건)이나 대선 자금 불법 모금(특히 '차떼기 사건'이 유명하다), 후보자 사퇴 매수(후보자에게 금품을 제공해 사퇴를 유도한다)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 부정선거의 유형을 담았다. 물론 지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더불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건, 미등록 선거사무소 운영과 같은 최근의 일들도 있다. 부정선거의 기법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고 또 오늘날에도 버젓이 존재하는데, 시대상과 여건에 따라 그 변천을 보자면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훗날 내용을 보완해 보다 더 자세한 사건의 내막과 후속처리까지 담긴 책을 펴낸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말미에 '부정선거 고사 문제지'가 있으니 본문을 잘 숙지한 다음 도전해보시라)







이미지 출처: 출판사 홈페이지 http://graphicmag.co.kr/wordpress/?p=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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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문학의 매혹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4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홍인수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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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이면 항상 떠오르고, 또 찾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공포라 정의될 수 있는 영화와 소설. (영화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도 여름만 되면 자연스레 생각나긴 하나 좋은 음악을 제외하면 다소 진부한 설정일 따름) 그중에서도 특히 이야기 자체가 주는 재미에 매료되게끔 하는 《이벤트 호라이즌》을 자연스레 찾게 된다(반대로 겨울이면 《나 홀로 집에》를 틀어놓고 소파와 한 몸이 된다). 나는 나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매체라면 기꺼이 주머니를 비울 의향이 있는데, 《이벤트 호라이즌》은 충분히 그럴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흔히 이 영화는 코스믹 호러로 분류되기도 해 다소 마니아를 위한 작품이 아닌가 하고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코스믹 호러라는 말은 똑 부러지게 정의되지도 않는다. 대개 '우주적인 공포'랄까, 미지의 강력한 존재 앞에서 희생양이 된다는 식의 공포로 회자될 뿐. 이 『공포 문학의 매혹』을 쓴 러브크래프트 자신의 작품들이 바로 그러하다(이 책에서 러브크래프트 자신이 '코스믹 호러'라는 말을 쓰고는 있으나 그의 작품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단어다). 하지만 사실 말이 코스믹 호러이지 그것은 공포의 근원과 패턴을 잘게 잘라 나눈 결과 중의 하나밖에는 되질 않는다. 러브크래프트가 책을 시작하며 적은 첫 문장을 보자.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 나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다. 미지의 것(실체는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야말로 우리에게 공포심을 주게 되는 거라고. 이 세계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앞에 나타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또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시선이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면 그 앞에서 공포심을 떨쳐버릴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나. 물론 『공포 문학의 매혹』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렵고 지루할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장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러브크래프트의 이 책은, 시종일관 작가와 작품을 나열하면서 그에 대한 설명만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호러 문학 전반을 순식간에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제꺽 들어줄 수 있겠다. 머리와 꼬리 없이 알맹이만 쏙 빼서 독자의 입에 넣어준다는 느낌이다. 때문에 이와는 약간 다르긴 하나 킹의 『죽음의 무도』 또한 곁에 두고 읽어봄 직하다. 거기에서 킹 역시 러브크래프트를 언급하는데(그러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외부의 악'이라는 개념을 잘 파악해 훌륭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고 칭찬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번역된 러브크래프트 전집엔 다종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으나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번에도 '외부의 악', '보이지 않는 존재', '미지의 것' 등이고. 뭐, 이야기가 엇나가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름 = 공포]라는 등식은 언제고 성립한다고 본다(물론 겨울을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나 문학도 있겠으나 공포 문화는 여름이 아니면 별무소용이다. 심지어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 자체에 '여름'을 넣어가면서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따지고 보면 《엑소시스트》도 코스믹 호러라 볼 수는 없지만(그렇다고 스릴러도 아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토 준지의 만화나 스티븐 킹의 소설들에서도 살인마나 괴물 등이 아닌 '전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등장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역시 마찬가지!). 보라, 잔혹한 살해 현장이나 핏물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또는 소설을 두고 우리는 '공포'라는 말을 잘 붙이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대개 '스릴러'로 불리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스릴러물은 훨씬 많은 범주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그러므로 역시 공포란, 미지에 대한 반응이 당위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사례는 당연히 '보험 가입'이 아닐까? 내가 어떤 병에 걸릴지,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포를 느낀 뒤 자연스레 다가오는 안도와 평온 속에서 이전의 공포와는 상반된 쾌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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