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2010년 5월, 한국의 「자음과 모음」, 중국의 「소설계」, 일본의 「신조」를 통해 발표된 세 나라의 시선들. 한국의 작가 이승우, 김애란, 김연수, 정이현과 중국의 작가 수퉁, 위샤오웨이, 거수이핑, 쉬이과를 비롯해, 일본의 작가 시마다 마사히코, 시바사키 도모카, 고노 다에코, 오카다 도시키 등의 작가. 국적도 경험도 다르지만 어떻게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는 주제를 끌어내는지, 그 다채로움과 공감을 맛보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은 책.

 

 

 

 

 

 

 

 

자신이 만들어간 신화적인 삶에 예술적인 완전함을 더하기 위해 써내려간 문학 작품, 월든. 소로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성찰, 식물과 동물 그리고 월든 호숫가 정경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날카로운 통찰, 아름다운 은유와 문장으로 가득한 작품이기에, 놓쳐서는 안 될 작품.  

 

 

 

 

 

 

 

 

 

19세기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머스 하디의 걸작. 출간 당시 선정적인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당대의 보수주의자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지만, 뜨거운 독자들과 평단의 반응은 당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편견과 저항할 수 없는 운명에 희생되어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뛰어난 작품.

 

 

 

 

 

 

 

 

 

20세기 문학의 거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초기 대표작이며 그에게 확고한 작가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 자칫 진부한 범죄 이야기를 풍부한 문학적 장치가 수반된 긴장감 넘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수작이라 할 수 있다.

 

 

 

 

 

 

 

 

 

 

택시 기사 58명이 화자가 되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소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는 이집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은 더욱 크다.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고된 일상을 사는 우리들의 평범한 삶을 은유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혁명전야의 날처럼 위태로운 이집트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 내는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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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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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장정裝幀만 보고도 질려버리는 케이스가 있다. 이를테면 토마스 만이랄지, 움베르토 에코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중세 이야기들 말이다.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딱딱한, 살인도구도 될 수 있으며 목침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법한, 뭔가를 내려치기에 꼭 맞다싶은 표지. 물론 내용조차도 심연에 빠지기 딱 좋은 경우가 많다. 이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의 『수상한 라트비아인Pietr-le-Letton』, 가볍다, 일단 겉모양이. 헬레네 헤게만이 쓴(정말 직접 쓴 것일까?) 『아홀로틀 로드킬』과는 겉이 닮아있고,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와는 속이 닮았다(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증발>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아! 비교하기엔 레이먼드 챈들러가 낫겠다, 물론 그것보다 조금 덜 묘사에 신경 쓴 것만 빼면 ㅡ 물론 확실히 다르다. 굳이 묘사라 하면 대략 이런 식이다. 라트비아인으로 나오는 피에트르pietr의 이름을 피트르pitre, 어릿광대와 매치시키는가하면, 굳이 콧날의 모양, 코끝 거리, 귓불의 모양 등 인상착의를 묘사하거나,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는 자연스레 주인공에게 차를 끓여 내오는 부인의 고즈넉한 자태의 기술 등을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그래서), 표지에 그려진 병 속에는 열쇠가 덩그러니 딸랑댄다. 주인공 매그레가 마셔대는 맥주인지 뭔지 모를 것에,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열쇠. 복잡한 트릭이나, 여러가지 도구를 이용해 만든 말도 안 되는 범행도구 따위는 일절 등장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사람의 의중을 파고들어 굳게 잠긴 자물쇠를 헤집어놓는 열쇠. 인간적이고, 인간적이다. 변장한 라트비아인과 마주앉아 기가 차게도 「선생, 콧수염이 떨어졌소이다…….」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나.


나는 지금 이 <매그레 시리즈>의 단 한 편만 훑어본 상태인데(현재까지 총 네 권이 나와 있다), 앞으로 총 75권이 출간되고, 그걸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헤밍웨이가 심농의 작품을 두고 한 말이 증명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프리카의 우림을 언급했지만)비 때문에 ㅡ 마침 두어 달 후면 장마철이다 ㅡ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으리라는 얘기. 누가 당장이라도 자기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것이 비극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못박을 수 있나. 요컨대, 소설은 인간이고, 인간이 소설이다. 우리는 때때로 거기에서 카스트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말이다(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서민>임에 분명하다). 이 힘없는 인간들이 만든 드라마가 예술 아닌 예술로, 그것도 추리라는 형태를 빌려 탄생한다. 취조실 혹은 안락한 소파에 앉아있는 피의자의 고독, 그리고 지금이라도 그 큰 매그레의 덩치가 이쪽으로 옴작거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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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 씨, 홀로 죽다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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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래 컬렉션> 그 두 번째 작품, 『갈레 씨, 홀로 죽다Monsieur Gallet, décédé』. 제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과 비교한다면 일단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한다. 뭐 그렇게 기발하다거나, 기존 추리소설에서 봐왔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읽어보면 금세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작 트릭이 아니라 무척이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무장한 서사일 거다 ㅡ 이런 식으로 글을 쓴다면 분명 바지 앞단에 수북이 쌓이는 담뱃재의 처치 곤란함이 문제다. 게다가 에밀 갈레의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상세르를 방문한 매그레는, 갈레의 죽음과 실제 삶에 얽힌 두 가지 수수께끼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했고. 가진 거라곤 달랑 이름 하나에, ㅡ 사실 이게 중요하다! ㅡ 가족에게 멸시받으면서도 30만 프랑을 남겼고, 어디에서도 안식할 수 없었으며, 축구를 좋아했으나, 결국 피 칠갑이 되어 홀로 죽은 갈레 씨! 그가 오른뺨에 붉게 물든 피를 닦지도 않은 채 기다려야했던 총성.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다는 건 이웃이 무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즉 자신과 똑같은 열등감, 악덕, 유혹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심농의 말은, 갈레 씨를 홀로 죽게 했을지는 몰라도, 편히 죽게 하지는 못한 이유일 것이다. 너무나도 평화스럽고 안온한 것은, 어쩌면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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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폴리앵에 지다 매그레 시리즈 3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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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폴리앵에 지다Le Pendu de Saint-Pholien』. 200페이지 남짓한, 그래서 순식간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끝나고 마는, <매그레 컬렉션>의 세 번째 작품. 그러나 도입부에서, 앞선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만은 알아챌 수 있다. 순전히 우연에서 발단한 ㅡ 물론 그 우연이 수상함이라는 것과 매듭지어져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 우연이라는 게,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표출되기도 하지만, 그 우연이, 내 이웃, 혹은 내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꿈틀댈 때 솟는, 그런 감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우연이 아니게 된다.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던 칼날은 비틀비틀, 절대 아물 수 없는 상처는 가닐가닐. 그래서, 누군가는 죽고, 죽인 자는 발 뻗고 잠을 못 잔다. 순전히 무겁게 짓누르는 분위기와,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사람들로 인해, 생폴리앵에서 지고 만 자의 정체가 드러난다. 무의식적으로 물에 떠밀고, 무의식적으로 사람에게 달려들고, 그렇게 과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었다.>로 시작하듯,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악행을 저지른다, 자신도 모르게.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우리가 어떤 일이 악행인 줄 알면서 자발적으로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만일 악행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그런데 그 무지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도 용납될 수 있을까?

 

 


사람 죽일 때요… 제정신이 아니겠죠.
그러니까… 죽이겠죠?
죽이는 순간에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짧은 순간에 제정신을 차릴 순 없겠죠……?
그러면 정말 그건 순간의 죄일 테죠?

ㅡ 장진, 『장진 희곡집』, 열음사, 2008
 

 



「열린책들에서는 한 작가나 사상가의 저작을 출간하기로 결정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기획, 설혹 그것이 그 작가의 졸작이나 숨기고 싶은 작품일지라도 모두 다 보여 주는 기획을 한다.」 홍지웅 사장이 쓴 일기의 한 구절이다(『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열린책들, 2009). 물론, 조르주 심농도 이렇게 선언한 바 있다. 「나는 내 작품의 대부분, 예를 들어 매그레 컬렉션 전체를 출간한다는 조건으로만 번역권을 준다.」(『Buzzbook vol.2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그래도 그렇지 75권이다. 하지만 작품이 거듭될수록, 금단이랄까, 중독이랄까, 뭐 이런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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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아픔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의 시집
프리모 레비 지음, 이산하 엮음 / 노마드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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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절 파시즘에 저항하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운동과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돼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프리모 레비. 그곳에서 그는 새벽마다 <브스타바치Wstawac!>란 단어 ㅡ <기상>을 뜻하는 폴란드어로 나치가 독일어 대신 즐겨 사용했다 ㅡ 를 들어야만 했다. 명징한 낱말이나 아름다운 은유는 모두 배제되고, 현실감 있는 어구로써 인간의 안락함과 고통과 붉은 피를 노래하기에, 레비의 시는 우리에게 아우슈비츠 철조망의 전기충격을 오롯이 데리고 온다. 

 

왼쪽팔뚝엔 174517번이라는 이름이 새겨지고, 삭발당하고, 구타당하고, 채찍으로 얻어맞았다. 이게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일상이다. 그러나 위협을 가하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안락함을 알고 있는 우리 또한 <괴물>이나 다름없다. 그의 시는 고통의 잔상을 서늘하게 전해주며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즉 살아남은 자들의 악마와도 같은 무신경함을 질책한다. 

 

살점 하나 없이 완벽하게 사라져버린 어린 히로시마의 소녀(「아우슈비츠의 소녀」)를 보고,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바로 죽는다는 용설란이 되어 <난 내일 죽음과의 약속을 지킬 거다!>라고 외치고(「용설란」), 밤마다 악몽을 꾸며 먼저 간 동료들에게 애절한 목소리로 잠꼬대를 하며(「살아남은 자의 아픔」) 그 아픔과 슬픔을 역설한 프리모 레비. 그의 시 「그 시절」에서 <함께 걸을 수 있기를 꿈꿨던 / 그 시절의 치열함을 / 난 죽을 때까지 기록하고 싶다>고 했던 그는, 결국 1987년 4월 11일 투신자살 직전에 그 자신의 말대로 유서 대신 「인생연감」이란 작품을 남겼다.

 

 

「인생연감」
ㅡ 프리모 레비


무심한 강물은 하염없이 돌지만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고
거대한 빙하는 표류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착을 하려다가
한순간에 미끄러져 어린 생명의 숲들을 지우기도 한다.
바다는 풍요로울수록 더욱 탐욕을 내며 싸우고
태양과 별과 행성들은 언제나처럼 자기궤도를 유지하며
지구별 역시 정교한 우주의 이치대로 돌고 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아니다.
반란의 씨앗에다 지능까지 높다는 그 멍청한 인간들은
항상 불안하고 탐욕스런 나머지 마구 짓밟고 파괴해왔다.
조만간 울창한 아마존 숲과 삶이 꿈틀거리는 이 세상
그리고 마지막엔 따뜻한 인간들의 가슴까지
모조리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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