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바람 부는 날이면


 

 

 

바람 부는 날이면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을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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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따우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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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1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하하. 매력쟁이군요.^^

stella.K 2004-09-1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쟁이까지? 싫어! 그럼 나 보다 너무 멋있잖아욧!
 
 전출처 : 갈대 > 이윤기의 <장미의 이름> 번역에 대한 소회

기획특집 - 한국의 번역문학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 윤 기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

사람들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흔히들 잘 이런다. 그 길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길이야말로 가장 잘 알고 있는 길, 잘 알고 있어서 수나롭게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가진 정보를 '선(善)'으로 규정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가진 정보를 선으로 규정해야 그 정보의 소유 주체 역시 '선'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라고 하는 것은 다른 길은 잘 모르기 때문, 혹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 너머의 세상은 '선'으로 용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많은 아내들이 "그거야 댁의 사정이지", 하고 반응할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남편들은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를 노래한다. 누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번역가의 길을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좀 생각해 봅시다."

나는 틀림없이『장미의 이름』과『푸코의 진자』를 번역하던 1984년의 기나긴 여름과 1990년의 기나긴 겨울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여름과 겨울을 자동적으로 떠올릴 것이다. 나는 이 두 책을 번역한 뒤 많은 독자들로부터 "잘 읽었다"는 격려를 받았다. 이 두 책 덕분에 나는 꽤 유식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갑절의 격려와 교양을 보증한다고 해도 두 책과 비슷한 책과의 악연을 되풀이하게 될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별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인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악전고투했느냐고 물을 것이다.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나는 순전히, 움베르토 에코를 뚫어내고야 말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두 책과 싸웠다. 악몽은 그 뒤로도 오래 계속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 악몽은 1992년까지 계속되었다. 1992년 나는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객원교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객원교수 아파트는, 세계 107개국에서 온 학자들이 살고 있는 인종 전시장, 혹은 학자 전시장 같은 곳이었다. 나는 꽤 많은 학자들을 찾아다녔다. 움베르토 에코의 음흉한 계략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미국에서 이 두 책을 처음부터 다시 번역했다. 작은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1995년 6월 2일, 나는 『푸코의 진자』를 다시 번역한 원고를 들고(정확하게 말하면, 개역판 원고가 든 컴퓨터는 가방에 넣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그 원고를 복사한 플로피 디스켓은 주머니에 넣고) 미국에서 서울로 돌아오다가 재미있는 일을 겪었다.

목에 군번 줄이 감겨 있어서 주한 미군임에 분명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내 옆자리에서 공교롭게도, 부피가 베개만한 영어판 페이퍼백 『푸코의 진자』를 읽고 있었다. 나는 기회를 보아 그에게, 책이 재미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청년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왜 그러냐니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어떤 대목이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책을 펼쳐 보이면서, 제 1장의 히브리어 해제를 비롯, 번역도 안된 채 생짜로 실려 있는 라틴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문장을 일일이 손가락질해 보이면서 해제가 본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고, 외국어가 섞여 들어 문맥의 의미 놓치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나는 우쭐해지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에게, 일일이 그 해제의 의미와 본문과의 관련성을 설명해 주고, 본문에 나오는 외국어 문장도, 그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영어로 번역해 주었다. 교환교수 아파트에서 갈고 닦은, 눈물 겨운 실력이었다. 청년이 별 희한한 인간을 다 본다는 눈을 하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하기야 두 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세월 없이 그렇게 좔좔 풀어낼 수 있었다면 그것 참 대단한 실력이었겠다. 나는 실토했다. 사실은, 『푸코의 진자』 한국어판 역자인데, 난들 잘 처음부터 알았겠느냐, 지난 반년 동안 유태인, 포르투갈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 독일인, 프랑스인을 찾아다니면서 졸라서 배운 덕분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푸코의 진자』 때문에 지난 반 년간 죽다가 살았다는 나의 고백을 듣고서야 청년은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는 눈치를 보였다. 미국인 문학도 하나 기죽이는 정도의 소득…… 조금 슬펐다.

1984년에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다. 하지만 출판하겠다는 회사가 없어서 원고가 2년을 겉돌았다. '열린책들'이 출간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오금이 저렸다. 실수했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서, 1992년 미국에서 원고를 다시 손보았다.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장미의 이름』 관련 서적을 구입, 약 5백개에 이르는 각주도 달아, 같은 해 개역판을 내었다. 오금 저린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잡초 없는 뜰이 어디 있으랴,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면서 8년을 보냈다.

2000년 3월, 무려 60쪽에 달하는 원고 봉투를 받았다. 철학을 전공한 강유원 박사의, '『장미의 이름』읽기'라는 제목이 달린 원고였다. 박사는 철학개론 시간에 학생들에게 『장미의 이름』을 바르게 읽어 주면서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가르쳤던 모양인데, 바로 그 때의 메모를 내게 보내준 것이다. 매우 부끄러웠다. 메모는 무려 3백여 군데의 부적절한 번역, 빠져 있는 부분 및 삭제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주고 있었다. 강 박사의 지적은 정확하고도 친절했다. 나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작가 에코의 해박한 중세학(中世學) 및 철학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렴풋이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에코가 옮겨주는 무수한 개념을 철학사에서 찾아내는 일이 나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 없는 말을 덧붙인 일도 없지 않다. 그 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강박사의 지적을 검토하고, 3백가지 지적 중 2백60군데를 바르게 손을 보았다. 그리고는 강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끄러웠다고 고백하고, 그의 지적을 새 책에 반영해도 좋다는 양해를 얻었다. 끝났다고? 나는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는 말, 나는 함부로 못하겠다. 하지만 이 일을 어쩔고. 산고가 다 잊혀졌는지 슬슬 또 임신이 하고 싶어진다.



* 이윤기 : 소설가, 번역가. 1947년생. 소설 『나비넥타이』『두물머리』, 역서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양들의 침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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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9-1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미의 이름>읽었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기억에 남는 것도 없어요.. 그러고 보니 번역이란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군요..

stella.K 2004-09-1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언제쯤 재대로 독파하게 될런지...-_-;;
 

지난 번, 마냐님 서재 이벤트에서 선물 받은 리버타운을 읽고 있다.

거기서 발견한 글귀,

"조이스 캐롭 오츠(Joyce Carol Oates, 미국의 여류작가로 현대 미국인의 불안을 탁월한 시각적 이미지와 심리 묘사로 그려냈으며 O. 헨리상, 전미 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나와 더불어 그대 뜻으로], [블랙워터]같은 작품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나와 있다."

그렇다면 확인 작업들어감 과연,

 검색어 - 키워드 : “나와 더블어 그대 뜻으로”, 검색결과 - 총 검색조건을 만족하는 책이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블랙워터>는 있다. 근데 이미지가 없다. 그럼 소굼님에게 가야겠다. 이 사실을 알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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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

들로 나가보니 논에는 벌써 누런빛이 짙다. 날씨도 선선하여 가을이 완연하다. 그 무덥던 여름도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 가버렸다.

휙 지나가버리는 무상한 것은 돛을 단 배와 사람의 나이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한 세이쇼나곤(淸少納言)의 말이 그럴 법하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계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정취(情趣)있는 책을 골라 읽고 싶다.

“가을이란 하늘의 별다른 가락이라”고 말한 장조(張潮)는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읽기에는 가을이 마땅하니 그 운치가 남다른 까닭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삶(幽夢影)’, 정민 옮김, 태학사> 책이 계절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마는, 별다른 가을에 남다른 맛을 주는 책을 접하는 것도 운치있는 일의 하나이리라.

행복하게도 올가을에는 그런 책을 만났다. 십여일 전 출간된 ‘마쿠라노소시(枕草子)’(정순분 옮김, 갑인공방)가 바로 그 책이다.

저자 자신이 “할 일 없는 시골 생활 중에, 눈에 보이고 마음속에 생각한 것을 설마 남이 보겠나 하고 써서 모은 것”이라고 고백한 수필집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1000년 전에 지어진 일본 고전 수필의 효시로서, 세이쇼나곤이란 고위직 상궁(尙宮)이 지은이이다. 한 여성이 관찰한 인생 이야기 300가지를 잔잔하고 담백하며 독특한 문체로 써나갔다.

1000년 전 일본 여자의 삶과는 아무런 교섭도 없는 내게 이 수필집이 곰살맞게 다가오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 담백하고도 예민한 감각, 여성적 시선과 언어가 발산하는 멋이 매력적이고, 인생에 대한 통찰이 생동하여 이틀 만에 다 읽기는 했으나 너무 빨리 읽은 것 같아 종내 아쉽다.

그녀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 같다. 그윽한 멋이 풍기는 인생사를 몇 가지 드는데 “방 한쪽 구석이나 장지문 뒤에서 들을 때, 식사 중인지 젓가락 소리와 숟가락 소리가 섞여서 들리는 것.

그런 때 주전자 손잡이가 탁하고 옆으로 넘어가는 소리 또한 마음이 끌린다”라고 쓰기도 했다.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나 주전자 손잡이가 넘어지는 소리에 마음이 끌리고 그런 데 시선을 두어 글로 쓰는 것이 1000년 전 사람의 감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그 예민한 감각이 신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포착은 그녀의 장기다. “두세 살짜리 아기가 막 기어오다가 작은 티끌 하나를 발견하고 그 조그만 손으로 집어서 어른한테 보여줄 때는 정말이지 귀엽다”고 앙증맞고 귀여운 것을 포착해냈다.

인생살이 순간순간에 맞닥뜨리는 우연하고 찰나적인 행위에서 행복과 멋을 발견하여 담담하게 자분자분 말하듯이 전해준다. 생활에서 발견하는 유현(幽玄)한 삶의 미학이 그의 수필에는 번득인다.

“남몰래 만나는 애인 목소리를 항상 만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들었을 때나 누군가 그 사람 얘기를 화제로 올렸을 때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원래 가슴은 조마조마하게 마련인가 보다. 어젯밤에 왔다 간 남자가 아침에 편지를 늦게 보낼 때도, 그게 설령 남의 일일지라도 조마조마하다”라고 남자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는 사연을 묘사할 때도, “급한 병자가 생겨 수도승을 부르려는데 마침 자리에 없어 하인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겨우 불러와 한숨 돌리고 기도를 올리게 했더니, 요새 장사가 잘 돼서 자주 불려다녔는지 앉자마자 다라니경 읽는 소리가 반쯤 조는 소리인 것도 정말 밉살스럽다”라고 분위기 썰렁하게 만드는 일을 들 때도 인생에 대한 그녀의 시선은 따뜻하다.

▲ 안대회·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

뿐만 아니라 인간 심리와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가 보인다.

‘마쿠라노소시’는 그동안 읽어왔던 한국이나 중국, 나아가 서구의 수필과는 멋과 맛이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별다른 맛이지만 깊이 음미할 만하다.

운치가 남다른 계절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정취의 수필집을 읽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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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4-09-18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8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9-1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곤 소곤/다행이어요. 근데 그거 알아 뭐할려구요? 그냥 그대하고 나하고 서재에서 재밌게 놉시다. 흐흐.

mira95 2004-09-1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수필이라..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stella.K 2004-09-1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예요. 저도 일본문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왠지 땡기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