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101명이 미리 쓴 유언장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출간

오늘 하루가 각자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유언을 남기고 싶은가?

2002년부터 문예지 ’한국문인’에 연재된 원로·중진 작가 101명의 가상 유언장을 묶은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 나왔다. 작가로서 엄격하게 살았는가를 반성하는 글부터 남길 말은 ’무소유’ 한마디 밖에 없다는 글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가족에게 쓴 글들이 많다. 소설가 유현종 씨는 아들에게 남긴 가상 유언장에서 작가적 양심을 지키며 살아왔는가를 자문한다.

“폭압의 역사를 살아내면서 문행일치를 보이지 못하고 산 것은 수치스럽고 창피하다. 작품으로 뿐만 아니라 몸으로 막아 싸웠어야 하는 데 늘 주저하다가 뒤로 물러나 앉은 것이다.”

유씨는 그러면서도 “나는 좋아하는 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며 살아왔으니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련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이 쓴 작품을 모두 찾아내 ’한 벌’만 디스켓에 옮겨 무덤에 합장해달라면서 “쓰레기 같은 작품이어서 남 앞에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썼다.

소설가 한말숙 씨는 자녀들에게 유언장을 썼다. “수의는 엄마가 준비해 둔 것을 입혀라, 부의금은 절대 사절해라, 화장해서 재는 엄마가 아끼는 정원의 주목 밑에 뿌려라, 너희 아빠의 재혼은 안된다….”

시인 도종환 씨는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쓴 책과 원고 등 문학과 관련된 자료들은 아버지와 함께 문학, 문화단체에서 일을 함께한 아버지 후배들에게 공적 자산으로 전해 주거라. 내가 쓴 글 속에 담긴 정신을 네가 마음 속에 담아두면 그것으로 됐다.”

소설가 공선옥 씨가 큰 아이에게 남긴 가상 유언장은 엄숙하면서도 재미있다. 동생들 앞에서 의연할 것을 당부한 뒤 “그런 다음에 집안 청소나 깨끗이 하고 몇 가지 나물하고 밥하고 국하고, 그리고 물 한 그릇 엄마를 위해 딱 한 번만 차려주고 너희나 배불리 먹어라.”

“엄마가 정 생각나거든 어디 양지바른 강가에 나무 한 그루 심어두고, 오다가다 그 나무를 가꾸면서, 그게 바로 엄마거니 여기며 한 세상을 재미있게 살다가 이 어미랑 만났으면 싶다”는 글을 덧붙였다.

소설가 전상국 씨는 자신이 쓴 소설들에 남겼다. “항상 나보다 앞서 있는 내 독자들을 내가 얼마나 두려워 했는가를 너희가 증언해 주기를 부탁한다.” 문인들에겐 가장 뼈 있는 유언인 듯 싶다.

이해인 수녀는 자신의 관 위에 꽃 대신 시집 한 권을 올려놓으면 어떨까 하고 묻는다. “책들은 다 도서실로 보내면 되고 일기장들을 태우기 아까우면 보관했다 부분적으로 출판을 해도 될 것 같군요. 그 밖의 자질구레한 것들과 옷가지들은 태울 것은 태우고 관례대로 처분하면 됩니다.”

구상 시인은 2004년 작고하기 전 쓴 가상 유언장에서 “오늘이 영원 속의 한 표현이고, 부분이고, 한 과정일 뿐”이라며 “오늘에서부터 영원을 살자”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작고한 시인 이형기 씨는 자신의 가상 유언장에는 무소유 한마디 밖에 쓸 것이 없다고 미리 썼다.

서문을 쓴 이철호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기업인들이 미리 유언장을 쓰는 일은 흔하지만 문인들의 유언장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며 “솔직하게 쓴 유언장은 후학들의 연구는 물론이고 독자들이 문인의 삶을 되새겨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덕출판사. 315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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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인터뷰] 세계 최고 추리소설을 출간한다, 영림카디널 편집이사 이승원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을 출간한다, 영림카디널 편집이사 이승원

#profile
지금껏 읽은 추리소설만 몇백 권 될 겁니다. 고전이랄 수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는 단편과 희곡, 자서전을 포함해서 전부. 아무튼 추리거장들 작품은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고, 그밖에 편식을 하지 않기 위해 여러 추리장르를 골고루 주류했다고 생각합니다. 단, 추리 본류를 좀 벗어나거나 최근 작품에는 좀 약합니다. 단, 최근 작품 중 ‘당연히’ 각국 수상작에 대해서는 훤~하죠.

Q. 영림카디널 블랙캣 시리즈를 간단히 소개해 주셔요. 이후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A. 블랙캣 시리즈는 한마디로 세계 최고 추리를 지향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최고 추리’라는 개념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요. 또한 고전과 현대물의 구분도 필요하겠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일단 세계추리의 큰 시장이랄 수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아시아의 일본에서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그중에서도 단편상, 신인상 등이 아닌 실질적으로 최고의 작품에 주는 상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또한 과거 수상작도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항상 당해 연도의 수상작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독자들에게 소개해서, 세계 추리의 흐름을 곧바로 느낄 수 있고, 또한 최고의 작품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기로 한 것이지요. 앞으로는 여기에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Q. 추리소설 편집자로 일하며 가장 즐거운 때는 어떤 때인가요?

A. 추리소설의 캐치프레이즈는 ‘살인을 통한 즐거움’입니다. 좀 서늘한가요? 인간의 본성에는 살인에 대한 욕망이 잠재되어 있다고 하네요. 아니, 살인이 아니라 파괴겠지요. 어떻든 그것은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실현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세계는? 게다가 말초적이 아니라, 지적이고 흥취가 있는 방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책이죠. 그동안 많은 추리소설을 대하고 또 편집했습니다. 한때는 추리 거장들의 대형 작품에서 남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감동에 매료됐었지요. 그러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소소한 작품들에 숨겨져 있는 아주 작은 비밀들, 인간 본성에 핀 찌르듯 콕 하고 파고드는 바로 그런 요소를 찾아냈을 때, 그것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밤새도록 잠을 설칠 때의 그 느낌!

Q. 독서 취향이 궁금합니다. 입사 이전에도, 평소에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으시나요?

A. 주로 영미권의 고전 작품을 읽어왔습니다. 셜록 홈즈나 모리스 르블랑은 물론 애거서 크리스티, 앨러리 퀸, S.S. 밴 다인, 윌리엄 아리이시 등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G.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나 도로시 세이어즈의 윔지 경 시리즈, 페리 메이슨 시리즈나 P.D. 제임스의 작품 등도 좋아합니다. 존 르 카레, 제임스 힐튼, 그리고 현대추리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는 시드니 셸던이나 존 그리샴 등도 빼놓지 않았죠. 하지만 요즘 독서 취향은 좀 바뀌어 문학 고전과 인문서적을 많이 읽습니다. 그러나 추리에 대한 향수만은 늘 지니고 있기에 새로 나온 추리소설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가져봅니다.

Q. 지금까지 자신이 펴낸 책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있다면? 또는 작업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A. 블랙캣 시리즈 9번 <캘리포니아 걸>. 이 책은 사건 해결에 치중하는 소설이 아니라 1960년대 캘리포니아 어느 시골 사람들의 삶과 캐릭터의 생생함이 돋보입니다. 살인이 있고 범인을 쫓는 플롯도 있지만 무언가 모를 애잔함이 이 소설의 밑바닥에 흘러 그 감정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캘리포니아라는 공간, 1960년대라는 혼란의 시간, 주인공이라 할 네 형제들의 삶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생겨난 것 같습니다. 캐릭터 한명 한명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 작품이지요. 특별히 제가 캘리포니아 해변에 가서 직접 여러 감정을 느껴보았기 때문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작품으로는 <와일드 소울>. 기막힌 대하드라마죠. 한번 읽어보실래요?

Q.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지금까지의 결과로만 말씀드리면 참담합니다. 저희 블랙캣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판매된 양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이 시리즈를 이어갈지 고민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희 출판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일부 출판사의 일방적인 구애 덕분에 꺼질 듯 꺼질 듯하던 추리시장이 그래도 유지되어 오는 점, 기적 같으면서도 큰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추리시장은 항상 크게 잠재되어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표면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또한 이것이 늘 미스터리입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추리시장은 우리의 상상을 불허합니다. 여기에는 외국 추리물이 아니라 일본 국내 추리물이 큰 견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한국 추리작가들의 역할이 지금과 같다면, 당분간은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겠지요. 늘 잠재된 역량만 존재하는 시장으로 남아 있게 될 겁니다. 가끔 상승곡선을 그리기도 하겠지만, 일부 출판사의 일부 작품에만 해당되겠지요. 한국추리작가들이여, 눈을 뜨시라! 잠에서 깨어나시라!

Q. 올 여름 추천하는 추리/스릴러 소설은?

A. <폭스 이블 (블랙캣 시리즈 5번)>을 추천합니다. 블랙캣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뒤를 잇는 추리작가인 미네트 월터스가 두 번째로 황금단도상을 받은 이 소설은 번역 수준에 있어서도 최근에 나온 어느 추리소설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문장입니다. 2001년 영국의 시골 마을 셴스테드를 배경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밝혀지는 비밀,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는 마을 주민 전체가 이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이 탁월하게 묘사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여름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결백>(브라운 신부 전집 1)을 권해봅니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점에서 차별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체스터턴이라는 꽤 알려진 가톨릭 교인이 피, 살인, 죽음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분한 추리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첫 번째고, 탐정 역에 범죄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신부를 설정했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자칫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짧은 단편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살아 있고 캐릭터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더군요. 전집 다섯 권이 부담스러우면 1권이라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Q. 다음 출간 예정작을 독자 여러분께 자랑해 주셔요.

A. 2005년 영국추리작가협회 골드대거상(황금단도상)을 받은 아날더 인드리다슨(Arnaldur Indridason)의 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같은 작가의 대표작 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에드거상을 받은 제시 월터(Jess Walter)의 와 일본추리협회상 수상작인 온다 리쿠(恩田陸)의 , 그리고 2006년 영국추리작가협회 던컨 로리 대거(Duncan Lawrie Dagger)상을 받은 이 소개됩니다. (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는 작년까지는 매년 11월 초에 수상작을 발표했으나 올해부터는 6월말로 변경했고, 작년까지의 골드대거상을 올해부터는 던컨 로리 대거(Duncan Lawrie Dagger)상으로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이것은 영국 유수의 은행인 Duncan Lawrie Bank가 스폰서하는 것으로, 세계 추리소설계에서는 최고 금액인 2만 파운드(3,800만 원 상당)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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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인터뷰]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스릴러의 재미와 감동, 비채 편집자 박재영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스릴러의 재미와 감동, 비채 편집자 박재영


#profile
책을 좋아하는 청년입니다. 죽을 때까지 책을 만들고픈 편집자입니다.



Q. 독특한 컨셉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이라는 시리즈를 런칭하셨는데요. 독자 여러분께 이 시리즈를 간단히 소개해주셔요. 이후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A. 모중석 씨는 모던 스릴러 전문가입니다. 지난 해 그를 처음 만났고, 그가 제안해온 스릴러 전문 시리즈를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소개한 한 권 한 권의 책이 모두 독특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믿고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릴러 문학은 다양한 세계를 아우르는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합니다. 법정, 첩보, 액션, 의학, 범죄, 로맨스, 역사, 정치, 과학, 그리고 종교까지.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모던 스릴러 장르가 담고 있는 다양한 하위 장르를 폭넓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화끈한 액션과 숨 막히는 긴장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본성이 담긴 메가톤급 스릴러를 선정해 꾸준히 국내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최고의 감동과 전율, 그리고 재미를 고대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모중석 스릴러 클럽’이 한껏 충족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제임스 시겔, 딘 쿤츠, 데이비드 모렐, 제프 린제이, 캐시 라익스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곧 일본을 비롯한 유럽 스릴러들도 선보일 생각입니다. 

Q. 스릴러 소설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A. 무엇보다 스릴러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읽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재미와 감동이 스릴러 소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스릴러에는 인간 군상의 본성이 그 어떤 장르보다도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본능이 일으키는 다양한 사건들이 어쩌면 이 시대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장르소설 편집자로 일하며 가장 즐거울 때는 어떤 때인가요?

A. 그 누구보다 먼저 원고를 읽고 즐길 수 있다는 게 편집자의 가장 큰 즐거움이겠지요. 이 원고를 어떻게 포장해 세상에 내놓을까,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나왔을 때 제가 생각한 것들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독서 취향이 궁금합니다. 입사 이전에도, 또 평소에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으시나요?

A.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평소에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소설들을 즐겨 읽습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역사 인문 과학 서적도 좋아합니다. 그때 그때 흥미로운 분야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죠.

Q. 지금까지 자신이 펴낸 책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있다면? 또는 작업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A. ‘모중석 스릴러 클럽’이란 이름으로 처음 펴낸 제임스 시겔의 <탈선>을 꼽고 싶습니다. 그동안 장르소설을 여러 권 내기는 했지만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편집자가 되었고, 새롭게 많은 것을 배워가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첫 책에 애착이 많겠지요. 이젠 <탈선>보다 더 뛰어난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Q.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모중석 스릴러 클럽’을 시작하면서 여러 번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특정 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책들은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더군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독자 층도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꾸준히 내면 독자들의 반응도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올 여름 추천하는 추리/스릴러소설은?

A.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서 두번째로 선보이는 할런 코벤의 <단 한번의 시선>을 추천합니다. 한번 잡으면 끝을 봐야 책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무서운(?) 책입니다.  <단 한번의 시선>에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그것도 맨 마지막 장에서요. 그만큼 이 책은 독특하고 특별합니다. 한번 손에 잡으면 결과를 보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입니다. 타사 책으로는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다알리아>가 기대되는군요. 

Q. 다음 출간 예정작을 독자 여러분께 자랑해 주셔요.

앞서 말한 내용과 비슷합니다만,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입니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의 주인공 덱스터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어둡게 전개되는데, 연쇄 살인범만을 응징하는 경찰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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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지난 금요일 문화일보의 북리뷰에서 주목한 책은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열린책들, 2006)이었다. 저자의 이름에도 (귀족 출신임을 표시하는) '폰'이 들어가 있고, 제목에도 '우아하게'가 들어 있는지라 '가난해지는'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일단을 눈길을 주게 되는 책. 알고 보니 2005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3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굳이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대열에 합류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독일 사회의 한 트렌드 정도는 읽게 해줄 만한 책이므로 우아한 손길마저 가져가도 무방하겠다. 문화일보와 국민일보의 자세한 리뷰를 옮겨놓는다.    

문화일보(06. 07. 21) '돈' 없이도 가능한 풍요로운 삶

-부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돈이 많다는 건 단순한 풍요를 넘어 여유와 자유와 멋과 아름다움 등을 총체적으로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부자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는커녕, 세계 곳곳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는 신호가 번쩍인다. 이렇게 물질적인 풍요가 사라지면, 우리는 품위를 잃고 초라해 져야 하는가.



-몰락한 명문 귀족의 후손으로, 독일 유력지의 칼럼니스트로 일하다 구조조정을 당해 현재 프리랜서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겪어본 결과, 여유와 멋과 자유와 만족과 아름다움과 우아함에서 부자보다는 가난한 것이 훨씬 나았다는 것이다(*저자에게 '가난'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일단 모르겠다.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면 그의 '가난'은 물건너 간 건 아닐까?).

-책에 따르면 인간은 돈이 없어도, 아니면 최소한의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활양식’과 ‘마음가짐’의 변화일 뿐이다. 진실로 부유해지고 싶은 사람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보다 황폐하게 만들 뿐인 것들에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에 대한 생각이다. 종교개혁 이후 루터와 캘빈에 의해 ‘일’은 도덕적인 지위를 부여받고, 직업과 동의어가 됐지만 실은 여기에 문제가 많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근사한 주택과 자동차를 마련하나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돈을 위해 일에 묻혀 지내는 사이 아이는 훌쩍 커 버리고, 시간은 사라지며 스트레스와 심근경색으로 건강과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데….

-집의 가치와 자동차, 휴가 여행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욕설이 튀어 나오게 되고, 과속을 유발하는 자동차는 실용적인 이유뿐 아니라 비용을 따져도 말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관광이라 불리는 것도, 겉보기엔 고상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괴했던 속물들의 여행이 발전한 결과일 뿐이다(*이건 마음에 드는 멘트이군).

-외식, 매스미디어, 아이 키우기, 쇼핑 등등에서 가난뱅이가 부자보다 유리할 수 있는 이유를 설득력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가던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돈이 왜 행복의 걸림돌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를 진정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책을 끝맺는다.

-“삶을 보람있게 해주는 것들은 수중의 돈이 감소한다고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의 내적인 자주성은 결코 수입의 문제가 아니다. 박식함이나 예의범절도 마찬가지다. …정중함, 친절함, 다정함, 도와주려는 마음, 삶을 쾌적하게 해주는 모든 것은 무한할 수 있으며, 물질적인 여건과는 완전히 무관하다(*요컨대, 그가 말하는 바는 '가난하지만 우아한 귀족이 되는 방법'인 듯싶다). (김종락 기자)


국민일보(06. 07. 22) 가난,두려워 말고 즐겨라...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사는데 생활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 좀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벌어도 벌어도 돈은 늘 부족하다. 시간도 마찬가지.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잠드는데도 도무지 여유가 없다. 그뿐인가. 언제 해고될지 언제 파산할지 모른다. 실수를 하면,혹은 재수가 없으면 바로 추락이다. 풍요의 뒤에 가려진 위태로운 삶. 대량실업과 중산층 붕괴의 긴 그림자. 식은땀이 난다.

-우리는 지금 빈민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한데 복지는 거꾸로 후퇴한다. 조만간 20%의 상류층에 들지 못하면 80%의 하류층이 되고 말 거라고 한다. 그래서 성공에 대한 책,부자에 대한 책이 넘쳐난다. 가난은 수치이고 하류층이 되는 건 재앙이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은 가난을 견딜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가난해진 삶에 깃든 행복을 발견하게 한다(*슈마허의 <자발적 가난>과 같이 묶일 만하다). 책은 200쪽 정도로 얇지만 신선하고 전복적인 관점,소비와 취향에 대한 근본주의적 태도,그리고 우아한 문체가 빛나고 있어 페이지마다 밑줄을 쳐야 하는 책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풍요로운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 오늘날 가난해지는 사람은 자신만이 실패자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훨씬 더 포괄적인 과정의 일부로 가난해지는 것이며,따라서 그의 운명은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가난은 수치가 아니며 자신의 잘못도 아니다. 그것은 저자 쇤부르크의 경우만 봐도 명확하다. 쇤부르크는 독일의 권위있는 신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기자로 일하다가 2002년 정리해고를 당했다. 경제 불황 때문에 베를린에서만 1만명의 언론인이 일자리를 잃은 시절이었다. 중산층이었던 그의 삶은 하루아침에 하류층으로 떨어졌다. 집에 들어앉아 소위 ‘자유 저널리스트’가 된 그는 경제적 고통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그리고 인간의 품위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그가 가난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한 기록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존재의 불안에 억눌리지 않고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고 집세를 지불하고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들을 할 수 있는 한, 얼마든지 행복하고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삶의 목표가 돈이 아니라 행복이나 아름다움, 품위 같은 것이라면 가난은 그 목표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아니라 사다리가 된다. 가난이 우리 삶에서 비본질적인 것, 의미없는 것, 저속하고 해로운 것 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비루하고 저속한 부자들이 많은 동네에선 더욱 그렇겠다).

-예컨대 집 문제를 보자. 크고 좋은 집들은 손님을 불편하게 한다. 작고 소박한 집에서 손님들을 불러놓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은 얼마나 멋진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산다고 기 죽을 것 없다. 계단 오르기는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자동차는 어떤가. 대도시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사람들은 자동차를 버리지 못한다. 그들은 기차와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하면 더 많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모른다.

-직업을 잃었다고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피할 이유는 없다. 외식 대신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 된다. 식사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사건이며, 그 사건의 중심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아닌가. 가난하다고 운동을 즐기지 못하란 법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스포츠는 자연 속에서 빠르게 걷는 것이다. 러닝머신에서 두 발을 놀리며 멍청하게 화면을 응시하는 것보단 백 배 낫다.

-이런 질문도 해보자. 왜 휴가때는 반드시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는가? 소문난 영화라고 나도 봐야 하는가? 쇼핑한 물건 중 꼭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되나? 혹시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가난은 이런 습관들과 결별하는 계기가 된다. 이 결별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이유는 없다. 찬찬히 짚어보면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치우고 난 빈 자리에서 자기 취향이 살아나고 자기 주도적 생활이 시작된다. 우아하게 가난한 삶은 그렇게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이 아름답고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마치 해방된 것 같았다. 부는 욕구의 문제이다. 이른바 우리의 욕구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심지어는 우리 본래의 욕구를 가로막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누구나 부를 누릴 수 있다. ”

-이 책이 가난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낭만화하는 건 아니다. 대다수가 가난해지는 빈민화가 현실이라면 가난한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고, 가난한 생활방식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을 공포와 수치의 상태에서 윤리적인 미학적인 상태로 재규정했다. ‘우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가난의 심리학을 발견한 건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쇤부르크는 가난의 미학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서 조금 유행에 뒤떨어졌던 많은 미덕들이 이제 결핍의 시대에서 다시 르네상스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자원 고갈,복지의 후퇴가 꼭 분배의 싸움으로 끝나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은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의 재탄생.”

-우리는 과연 가난을 긍정하게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우아하고 품위있는 삶이 가능한 것일까? 나아가 지금의 욕구를 돌아보고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을까? 이 사회에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김남중 기자)

06. 07. 23.

P.S. '자발적 가난' 혹은 '우아한 가난'이 정치적 구매력을 가질 수 있을까? 즉, 그러한 방향으로의 사회개혁을 위한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가난은 진보의 '역설적인' 화두가 될 수 있을까?(요즘 '진보의 대안'이라는 요구가 많이 제기되므로.) 개인적 차원에서 몇 사람이 우아를 떠는 일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것이 사회적인 흐름, 혹은 운동이 될 수 있느냐이다. 즉, '가난해지기 경쟁'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느냐. 우리가 탐욕이란 제 버릇을 남줄 수 있느냐 하는 것. 손쉽게 '예스'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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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6-07-2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구, 욕망을 억제해야지만 가능한 일로 보이는데요, 금욕적 종교인이 대부분인 이 땅에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 예상되는데... '더' '더'에 힘쓰는 사회에서 '덜''덜'하다간 덜 떨어진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일듯... 그래도 한 방 먹었습니다

stella.K 2006-07-2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절판


그런 배신의 충동은 자주 일어날수록 좋다. 현실에서는 한 사람의 연인에게만 충실한 것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독서의 세계에서는 가요 순위프로그램처럼 베스트50, 베스트20, 적어도 베스트10을 뽑으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쓰는 작가와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한 명의 독자로서 내가 꿈꾸는 작가에 대한 열망은 그렇다. 그런 이유로 사실은 폴 오스터의 책 중에 몇 권은 일부러 읽지 않고 얌전하게 모셔두었다. 자연의 법칙에 의하면 나보다 함참 많은 폴 오스터는 나보다 먼저 죽을 것이고 어쩌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될 경우도 있고, 따라서 언젠가는 읽어야할 그의 새 책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읽어야할 그의 책이 읽다는 사실은 숨겨둔 애인처럼 나에게 흥분을 안겨준다. -93~94쪽

오직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사람이 세상에 있다면 아마도 오직 나만을 위해서 쓰인 듯한 책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어쩌면 그런 책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95쪽

어떤 사람들은 처세술에 관한 책을 읽기 좋아하는데, 정말 현명해지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처세술에 관한 책은 결론을 가르쳐 주지만 소설은 결론으로 나아가도록 생각하는 법을 몸에 베게 해준다. 스스로 생각하여 얻은 결론만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189쪽

어쨌든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은 어차피 죽을 운명인 것이다. 사람이 죽지 않으면 사랑이 죽는다. 사랑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늘 문제를 일으킨다. 어둠의 세계에서 편안히 휴식하는 평화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빛의 세계를 행해 질주할 기회만 노리는 자들에게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그들은 사람과의 약속을 버리고 세상의 규칙을 무시하면서 그래서 그것이 더더욱 사랑이라고 믿는다. 사랑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사람의 죽음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죽음과 상관없이 그들은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죽음 못지않게 이기적이다. 진심으로 나는 사랑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을 동정한다. -221쪽

최대의 복수는 적 없이도 행복해져서 적을 잊어버리는 것이다.-236쪽

소동파의 <마음속의 대나무>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나와, 옛날에 글을 짓는 사람들은 글에 능한 것을 '좋은 글'로 여긴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을 '좋은 글'로 생각했대. 산천의 구름과 안개, 초목의 꽃과 열매도 충만하고 울창하게 되어야 밖으로 드러나듯이, 마음속 생각이 충만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고.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죄짜지 말고...-273쪽

'나는 오직 돈을 벌기위해 곡을 쓰는 음악의 고리대금업자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그렇게 살려면 얼마간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이는 베토벤이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의 <상업문화예찬>에 의하면 T.S 엘리엇은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 로리드 은행에서 일했으며, 제임스 조이스는 돈벌이를 위해 영어 과외를 했고, 증권 중개인 노릇을 하며 번 돈으로 경제적으로 안락했던 폴 고갱은 이마저도 부족해 높은 그림 가격을 받으려고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을 선전하기도 했다. 유희가 소설을 계속해서 쓰려면 우선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소설가라는 건 정체성이지 직업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274쪽

책은 이 시대의 소비물 중 그리 비싼 축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소유하는 데는 역시 돈이 필요하다. 책을 꽂을 튼튼한 책장, 그것을 안전하게 둘 서재, 그리고 집.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부르고 소유는 중독된다. -283쪽

사람이 죽으면 '21그램'의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육체의 죽음에 앞서 정신이 먼저 죽는다. 육체의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떠나가는 영혼을 붙잡기 위해 그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298쪽

소설에는 철학도 있고 여행도 있고 인문학적 지식도 있고 과학도 있고 역사도 있고 우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나는 소설이 가진 포괄성과 유연성이 아주 마음에 든다. 가능하다면 나는 소설 같은 인간이 되고 싶다. -325쪽

나한테는 이미 익숙해진 읽기와 이해의 방식이 있다. 책을 읽듯 사람을 읽는다. 그는 한 번 읽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책은 책이다. 처음 읽으면 이야기가 보이고, 두 번 읽으면 인물이 살아나고, 세 번 읽으면 배경이 그려지고, 네 번 읽으면 움직임이 읽히고, 다섯 번 읽으면 낱말 하나하나가 다르게 다가와서 세월을 두도두고 읽어야만 하는 책, 나는 그를 다시 읽게 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나에게 다른 건 몰라도 시간은 있다.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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