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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홍성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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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종종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또는 부모님으로부터 6. 25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였을까? 자츰 자라면서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나는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그때 생각이 났고, 그때 우린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바로 우리 앞세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참 재밌게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순수한 사람이야기였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 우린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공부했고 자라난 세대다. 그 이야기를 순수한 휴머니즘으로 듣기엔 그 배후에 반공 사상이 깔려있었던 것 같다. "그 빨갱이 놈들 때문에 우리가 이처럼 남과북이 갈라졌고,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 처럼 고생하셨어."라는 격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몇십 년만에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느끼는 약간의 낮설고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막상 읽기를 시작했을 때 금방 6. 25 때 이야기를 즐겨 듣던 어릴 때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어 일견 반갑기도 했다.

작가 홍성원.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인 것 같은데 역시 잘 모르겠다. 그의 작품 이력으로보아 아마도 그는 전쟁문학을 쓰는 작가인가 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딘지 모르게 그것을 살짝 비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호를 비롯한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이 졸지에 고아가 되서 길에서 만나 살기위해 부산으로 가는 피난 대열에서 겪에 되는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모험담이라고 하지만 치열함과 스릴 보단 휴머니즘에 더 많은 비중을 싣고 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은 어떨런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서는 치열한 인간 대립의 갈등구조나 이데올로기의 대립 양상 같은 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냥 잘 만든 로드무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엔 반공 드리마나 전후영화가 심심찮게 제작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거기엔 다분히 이데올로기가 깔려있었다. 만일  오늘 날에 어떤 감독이 6. 25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도 이 <기찻길>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리만치 이 이야기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왜 작가는 본격적인 전쟁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도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문장은 유려하지만 선이 그다지 굵지는 않다. 그리고 다분히 여성 취향의 감상도 있어 보인다. 물론 그것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뭔가의 아쉬움이 남는 건 무엇 때문일까? 전쟁문학이 갖는 남성적인 다소 거친 듯한 자극적인 선 굵은 환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래도 이데올로기를 양념 격으로라도 말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일까?

아뭏든, 아마도 작가는 6. 25를 이만큼이나 유려한 문장으로 다룰 수 있는 마지막 작가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토록 사는데 바빠 6. 25의 이야기를 먼 과거에 듣던 이야기로 치부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은 옛날에 우리는 선생님께 6. 25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는데, 요즘에 아이들은 선생님께 무슨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며, 실제로 선생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졌다. 교사를 하는 몇몇 아는 지인들한테 물어 봐야겠다. 별로 대답은 신통치 않겠지만...

** 이 책은 전에 브리즈님 서재 이벤트 때 받은 선물이다. 아마도 그때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책이다. 서재 이벤트가 좋은 건 바로 이런 것 같다. 당첨되면 내가 알지 못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

다시한번 브리즈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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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10-1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의 리뷰로군요. 추천 한 방!

stella.K 2004-10-1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역시 바람구두님 밖에 없어요!! 으흑~(감격)

브리즈 2004-10-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랐었는데, 조금 아쉬우셨나 봐요.
어쨌든 홍성원은 스텔라 님 이야기대로 "6.25를 유려하게 다룰 수 있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죠. 뒤늦게 리뷰를 봤네요. ^^; 추천하고 갑니다.

stella.K 2004-10-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니어요. 나름대로 좋은 작품이었어요. 정말 브리즈님이 아니었다면 결코 몰랐을 작가였죠. 추천 고마워요.^^
 
창랑지수 1
옌쩐 지음, 박혜원 외 옮김 / 비봉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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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알게된 건, 우연한 기회에 모 일간지 북스팀의 기자가 쓴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였다. 그 기자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오늘 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실이나 중국 사람들의 현실이 너무도 닮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후안무치, 만만디의 나라 중국의 모습은 과연 어떠하단 말인가?

이 책은 주인공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고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가를 물흐르 듯한 문체로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정말 우리나라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직내에서의 비리, 알력등. 그래서 어찌보면 제목에서 보여주듯, 무슨 무협지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으면 큰 오산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국인의 글(?)답게 호흡이 길다. 주인공 지대위가 어떻게 행동하고, 기지를 발휘해서 문제해결을 했다는 서술보단, 그가 무엇을 보고,생각하고, 깨닫는가에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읽는 이로하여금,과연 이렇게 3권으로까지 구성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약간은 지루하단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게 만든다.물론 중국 원본은 두껍게 한권이거나, 보통 두께의 두 권쯤이었는지도 모르지. 원래 번역 과정에서 두께가 들어나는 것이 보통이니까.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본 것은 중국인의 본래 모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맹자와 공자의 나라. 우리나라만큼이나 역사가 오래고 깊은 나라에서 웬지 모르게 그 나라가 가지고 있을 법한 신비는 없고, 중국도 경제 동물의 우리에 갖혀 공룡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중국의 경제적 비상은 세계 어느 나라도 못 따라가리만치 위협적이다. 하지만 왠지모를 불안과 불온함이 느껴진다. 옛날에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불안한 미국을 보는 것처럼, 지금은 중국이 저리 발전이 된다고 뻐기지만 그 영광이 과연 30년이나 갈까? 물론 그렇다고 그 나라를 웃습게 볼 것만도 아니다. 한나라의 숨겨진 저력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는 법이니까.

소설은, 주인공 지대위를 통해 인간이 정말로 붙잡아야할 진실은 무엇이며, 모든 진실을 은폐하고 오직 살아남기 위해 권력을 쟁취하려는 인간군상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것에 동조하고 쫓아가는 주인공의 내면 또한 놓치지 않는다.

'창랑에 물 맑으면 내 갓끈 씻으면 되고 창랑에 물 흐리면 내 발 씻으면 되지'라는 뜻의 이 책은 후안무치의 중국인의 의식을 정말 잘 대변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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