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이 영화를 봤다.
영화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가 어쩌면 타살됐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게 그의 삶을 다시금 반추하고 추적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단순히 생각해서 고흐를 연상시키는 정교하게 그린 애니메이션? 또는 그래픽 노블 뭐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실사 영화에 편집 과정에서 고흐의 화풍을 덧입힌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여기에 여러 명의 화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것은 전에 보았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13점을 가지고 만든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을 연상시키기도한데 그보다는 좀 더 진화한 방식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어쨌든 실사 영화에 고흐 화풍을 덧입혔으니 그 작업이 만만치 않았겠다 싶다. 영화속 장면과 고흐의 그림을 조화하도록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 영화에 드린 공력이 어느 정돈지 알 것도 같은데 나 개인적으론 약간은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고흐풍의 순수 그래픽 노블 같은 질감을 기대했는데 실사 영화에 그림을 덧입히니 그림도 아닌 것이 영화도 아닌 것이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다. 나만 이런가?
고흐를 가리켜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많이 추켜세우던데, 타살됐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영화는 결국 고흐의 고독만을 더 확연히 부각시키고 끝나버린다. 요즘 추세는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며 고독을 찬양도 한다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라고 그것도 적당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독을 즐겼던 사람은 또 있는데 그건 철학자 니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행복한 삶을 산 것도 아니다. 우린 고흐나 니체가 나름 행복한 삶을 살을 것이라며 섣불리 그들의 삶을 평가하는 걸 조심하고 있는데 그것은 후대 사람의 경의를 표하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고, 실상 고독은 그렇게 즐거운 것은 아니다. 물론 고독이 해롭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홀로 있음으로 해서 영혼의 성숙을 이루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주는 만족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영화 말미에 돈 맥클레인의 공전의 히트곡 '빈센트'가 나오면서 고흐의 일종의 프로필 같은 것이 그의 그림과 함께 흐르는데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하거나와 놀라운 것은 그가 죽기 전 8년 동안 800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당 2점이 채 안되는 건데 실로 엄청난 작업량이다. 그걸 보면서 내가 또 알아야 할 것은 난 너무 게으르다는 것. 고흐의 고독 후에 오는 게 이거였다니. 이 영화가 잔인한 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