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 사용설명서 4
마이크 해스킨스 지음, 이민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평소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다가 갑자기 알고 싶은 생각이 났다.  거, 반가운 일이군. 사실 외로웠었거든. 왜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걸까? 내가 얼마나 너희들 가까이 살고 있는데. 해마다 나를 근절시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지, 그래도 난 없어지지 않아. 끄덕없지. 왠줄 알아? 난 너희들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 그것이 오늘날까지 나의 생명이 끊이지 않고 이어올 수 있는 비결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왜 그런 거 있잖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심리를, 나 역시 교묘히 이용해 온 거지. 그래서 난 죽지 않고 오늘 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너희 인간들은 이상해. 왜 나에 대해 애증을 갖는 거지? 사랑을 하려면 사랑만 하던가, 미워하려면 미워만 하던가 할 수는 없겠니? 생각해 봐, 무엇보다 난 너희들의 아플 때 고통을 덜어줬어. 알잖아. 모르핀이나 헤로인 같은 애들 때문에 너희들의 끔찍한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취제에 내가 안 들어가고 베기는 줄 알아? 마취제 없이 수술할 때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너희 인간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니? 그게 다 나의 덕분이란 걸 왜 모르는 거야?

아, 그래. 인정해. 그렇게 치료 목적으로만 나를 쓴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알지? 인간들도 나 못지 않게 영악하다는 거. 그러니 나만 나쁘다고 몰아 세우지 좀 말아. 사실 공히 밝히겠는데, 사람들은 뇌의 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자체적으로 나와 같은 성분을 만들어 낼 수 있지. 하지만 인간은 또한 뭔가에 의존하려고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외부의 작용을 원하고 있지.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데야 난들 어쩌겠나? 원하는데로 해줘야지.

나의 보존 경로에 대해 알고 싶나? 난 어디든지 숨을 수가 있지. 난 인간들의 수사나 법망을 다 뚫을 수가 있어. 인류 역사상 알만한 유명인사들은 다 나를 비호해줬어. 주로 음악가들이나, 예술하는 사람들이 나를 유명하게 만들어 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니 입 아프게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아는가? 찰스 디킨즈나, 링컨 같은 사람들도 나를 비호해줬다는 사실을. 그중에서 특히 프로이트는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는 거 몰랐겠지. 흐흐.

나를 밀반입 시키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야. 난 심지어 동물의 몸속에 숨어 있기도 하고, 죽은 아기의 시체 속에도 숨어있기도 해. 가끔은 인간의 몸속에 고히 숨겨졌다 다시 나오기도 하지. 물론 나도 이론 방법은 좀 쓰지 않았으면 해.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그리 좋다는데.

난, 이 책이 아주 마음에 들어. 이 책은 고리타분하게 나로인해 인간을 개도하기 위해 쓰지 않았거든. 그냥 나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전달해 주기 위해 썼더군. 제목도 근사하게 <사용설명서>라고 하지 않는가. 소제목도 마음에 들어, 경고: 건강을 해치는 '마약, 그러나 읽는 것은 괜찮습니다!' 어때 좀 익살스럽지 않나? 이 책은 다시한번 강조하건데, 나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고 '선도' 또는 '퇴치'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란 말일세. 물론 나에 대해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려놔서 나 역시 옷을 홀딱 벗겨진 것 같아 기분은 상했지만, 그 다음 너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할 일이지. 난 선택을 강요하지 않아. 내가 언제 인간의 이성에 먹히는 존재던가? 난 그저 인간의 운명과 같이할 뿐이라구.

사람들은 말하지. 내가 너희들을 죽인다고. 하지만 난 너희들을 결코 죽인적이 없어. 너희들의 선택이 너희들을 죽게 만들었지.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나 역시 계속 존재할 거라구. 너희들이 날 뭐라고 부르고 생각해도 좋아. 너희들과의 동침은 계속될테니까. 또 보자구.

P.S: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좀 지루했다. 마약이 얼마나 인간의 삶 가까이 맞닿아 있는지 알고는 있지만, 뭔기 모를 괴리감 때문일까? 분명 흥미거리로 읽어 볼만 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역시 마약과 난 친하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인간이 마약을 얼마나 교묘하게 다루어왔는가를 생각할 때, 마약의 입장에서 리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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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7-2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보고픈데. 죽음, 섹스, 마약, 술이었던가요. 네가지.

stella.K 2006-07-2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흥미롭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