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영화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 말이 새삼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언제부터 좋아졌는데 그런 말을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제까지는 상대적 개념이었다면 내가 말하는 건 거의 절대적 개념이다. 무엇보다 스토리적인면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영화는 다소 스토리 전개가 부진했던 것도 사실 아닌가? 감독이 영상이나 이미지에만 신경을 썼지 스토리는 그것들이 커버해 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런데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그들은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오락적인 면에서 성공했느냐 안했냐는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을 얼마나 꼼짝 못하게 만들었느냐인데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선 일단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오래 전 보았던 산드라 블록와 카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스피드>란 영화가 생각이 났다. 난 그때 단지 달리기만 하는 버스란 밀폐된 공간 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여줄 건지 의문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가 한 방 먹은 느낌을 받았더랬다. 이렇게도 긴박하고 위험천만한 영화라니.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달리는 기차라는 밀폐된 공간속에서 등장인물을 얼마나 위험에 빠트리며 관객은 또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보게 만들어 놓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솔직히 이 영화의 구도는 간단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좀비가 되기 시작했으며 그 좀비가  또 사람을 좀비로 만들려고 하고, 사람들은 좀비가 되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며, 밀폐된 공간 여기서 저기까지를 뚫고 지나가는 게임을 한다. 그럴수밖에 없는 건 그 끝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하나 하나 좀비가 되어가고, 거의 다 왔을 때는 사람과 사람끼리 싸워야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엔 살신성인의 마음 또는 사랑 때문에 좀비가 되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마동석과 공유)을 그렸다. 그만한 구도라면 꽤 괜찮은 그림임에는 틀림없다. 거기에  민폐 캐릭터 꼭 있다. 이 영화에선 용석 역을 맡은 김의성이다. 좀비에 의해 좀비가 되어가는 것도 모자라 그럴수록 인간끼리 똘똘 뭉쳐야할 판에 싸움을 부추기니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화가 나게도 만든다. 지금까지의 그의 필모를 봤을 때 김의성이 그 역할을 믿는 건 거의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 사람은 어쩌면 그리도 미운 7살의 어른 버전을 그리도 잘도 소화해내는지. 

 

           

원래 배우라는 게 참 피곤한 직업이고 그러자고 배우가 되기도 하지만 여기선 흔치 않은 좀비역을 감당해야 하는 수 많은 조연들 역시 꽤 피곤했을 것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하면서 영화 내내 끊임없이 이상한 포즈로 꿈틀거리고 물어 뜯고 별 미친 포즈를 다 취해야 했으니. 

 

좀비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의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영화는 그 집단 무의식에 빠진 인간을 깨우는데 좋은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어디에 적용하면 좋을까? 파벌을 만들고 그 안에서도 분열을 일삼는 오늘 날의 정치 세력들은 아닐까?

 

마지막 엔딩은 시나리오는 공학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긴 한데 보기에 따라선 너무 의도적이란 게 느껴져 효과는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어디선가 본듯하다. 공유가 좀 더 이기적인 인물로 나와도 좋았을 텐데 감독은 이 잘 생긴 배우에게 나쁜 캐릭터를 맡기기가 차마 어려웠나 보다. 아니면 원래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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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2-26 13:2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근데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좋은 영화긴한데 조금 더 짜임새있고 스펙타클하게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도 남아요.
그래서 차마 별 네 개는 못 주겠더군요.

2016-12-26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6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12-2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6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저는 달인 못 되었어요. ㅋ

stella.K 2016-12-26 15: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같이 됐으면 좋았을 텐데...ㅠ

그래도 뭐 그렇게 기쁘진 않아요.
올해도 컵과 달력, 다이어리 준다는데
달력을 제외하곤 나머진 별로 거든요.
제가 한꺼번에 책을 뭉텅뭉텅 사서 할인혜택을 많이 받을 것도 아니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