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함께, 혁명
안희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또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이번엔, 난데없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치권 역시 대선 준비가 앞당겨질 모양이다. 정치의 계절을 실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언제부턴가 대선 후보들 저마다 책을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기가 우연히 그렇게 맞아 떨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책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난 안희정 씨에 대해선 듣기는 많이 들어도 그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 안다면 한때 노무현의 사람이었다는 정도? 하지만 아직도 정가에서는 그 리더십이 꽤 인정받는가 보다.

 

그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89년 김덕룡 의원실로 출근을 하면서 제도권 정치와 처음 마주했고 이듬해 3당 합당을 하는 것을 보면서 회의를 느껴 정계를 떠났다고 했다. 그런 그가 노무현을 만나면서 다시 정계로 복귀를 했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떠났다 다시 돌아왔으니 그 마음이나 각오가 어떨지 가히 짐작도 간다.

 

태곳적부터 정치인은 권력을 등에 업은 입신양명의 표상으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들은 싸움의 아이콘이고, 여론 몰이의 달인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은 늘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사람이 어느 정도 명예와 돈이 있으면 여의도 쪽을 바라본다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랄까. 저자 안희정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빗대어 두 가지 유형의 정치인이 있다고 했다. 정치를 위해서살아가는 정치인과 정치에 의해서살아가는 정치인. 그중 정치에 의해서살아가는 정치인은 많이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뭔가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정계를 떠났다 다시 돌아왔으니 그런 식별이 남다를지 몰라도 우리네 일반인들은 누가 정치에 의한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그런 사람 있으면 증권가 정보지에라도 살짝 흘려주시라). 그게 아니더라도 언론이 정치인들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으니 누가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인지, 누가 정치꾼인지 식별이 어렵다. 게다가 늘 싸우기만 하니 혐오스럽고. 오늘 날처럼 정치인들이 저평가된 시대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안희정이란 사람도 어떤 사람인지 나 같이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사람은 알 길이 없다. 그렇게 된 것엔 나의 잘못도 없진 않으나 나는 정치와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자시 쇄신의 노력이 없고, 언론은 정치적 이슈만을 쫓다보니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나는 정치인들을 실제로 만나 본적이 없는데 누구라도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긴 하다.정치는 그렇게 싸워야 하는 것인지. 싸우지 않고 정치할 수는 없는 것인지. 상생의 정치 그것의 실체는 고사하고 그림자만이라도 보여줄 수 없는 건지 묻고 싶다. 그것에 대해 저자도 모르지는 않는가 보다. 정치인들은 왜 싸우는가에 대해 그는 말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정치는 자기 지지자를 결집시켜서 51퍼센트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에 싸운다. 그러니까 51퍼센트의 확률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49퍼센트의 반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싸움. 이게 정치라는 것이다. 이 싸움을 위해 반대와 증오가 넘실거리는 언어를 구사하고 과거 식민지, 분단의 기억들을 헤집어 낸다(101~102p). 내가 알기론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원칙이 아니라 소수를 무시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49%의 반대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임에도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51퍼센트를 먼저 장악했다고 그게 과연 잘하는 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 그들은 이 51퍼센트를 위해 장외투쟁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또한 서로 싸우느라 국회 회기 동안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건수가 부지기수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해 놓고 이것을 역행했다. 이제는 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번에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 규탄 집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아름답고 단호한 집회라고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결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어딜 가도 반대파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파와도 충돌이 없다고 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100퍼센트 찬성한다면 그건 독재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린 이제 서로 틀림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저자가 이런 말을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니 욕먹더라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게 사공이 많은 배와 같다. 그 사공들이 합의해서 규칙을 정하고, 한번 정한 그 규칙에 따라 한 방향으로 노를 저을 때, 그 배는 사공이 하나인 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안정적으로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다(102p).

 국민들은 이미 그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치인들이 그것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이번 박근혜 하야를 누구보다도 반겨 맞이할 정치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은 국민들과 한마음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훗날 그들은 또 어느 때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아전인수 격으로 나올지 알 수 없다. 이제 이런 모사꾼은 좀 집에서 푹 쉬고 있어도 좋지 않을까? 우린 이미 그런 사람들은 너무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 

 

정치에 의해 살아가는 정치인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해 본다. 안희정은

신영복 교수의 <담론>을 보면 우리의 지식이라는 것은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로 가는 여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 신영복 선생은 반성적 사고를 통해 현실의 토대 위에 다시 세울 줄 아는 힘이 진정한 지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 정치인에게 지식이 발로 간다는 것은 땀 흘려 알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것을 재해석해낼 수 있는 힘, 또는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낼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여기서 미래상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내가 정치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 일이다(96~97p).

이게 안희정이 말하는 정치에 의한 정치인은 아닐까?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가운데 벌써 몇 주째 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을 보면서 속으로라도 미소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 할 일 아닌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벌써 몇 주째 황금 같은 주말을 집회에 바치고 있으니. 그들은 평일 내내 노동을 하고 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정치가 제대로 된 정치인가 묻고 싶다.

 

저자는 노무현의 사람답게 그를 회상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비록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서민을 이해하려고 했던 대통령으로 이만한 대통령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롤모델이 될 만하고 안희정를 가리켜 리틀 노무현이라고 한단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이미지 메이킹이다. 대통령이 되려고 노무현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냥 안희정은 안희정으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해나갔으면 좋겠다. 말미에 보면 그가 했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치적을 위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 새삼 드는 생각은 정치란 바로 이런 거란 생각이 들었다. 권력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고 나라 살림 잘 하는 것. 이게 정치다. 뭐 하나를 추진하려면 거치는 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제 정치는 51%의 장악이 아니라 49%를 위한 설득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정치에 의한 사람의 자세는 아닐까? 그런 점에서 안희정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프리쿠키 2016-12-20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텔라님 정치의 정짜도 모르신담서
이 책은 어찌 만나셨는지..~
여자분치곤 (여성비하아님ㅎㅎ) 꽤 다양한 책을 읽으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만.
요즘 고전문학 읽기도 시간이 빠듯한 저 기죽습니다ㅎㅎㅎ

stella.K 2016-12-20 14:21   좋아요 1 | URL
아유, 대신 저는 고전을 많이 못 읽고 있잖아요.ㅠ
좀 잡식성이긴 하죠.
제가 정치의 정자도 몰라 읽은 책인데
여전히 모르겠더군요.하하.

2016-12-2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2-20 14:25   좋아요 1 | URL
정말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나라살림 잘하는 거더군요.
광역자치단체의 빚이 3000억이라니 정말 억소리 나네요.
그러니 얼마나 방만한 살림을 해왔는지 알 것도 같고.
내 빚 아니라고 그래도 되는 건지 원...
그걸 안희정이 900억으로 줄여다면 상당한 능력자네요.
썼지만 정말 누가 누가 일 잘하나 명단공개 좀 했으면 좋겠어요.
언론에선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만 다루고 있으니...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