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모두들 나한테 반했구나~

세련된 뉴요커처럼
쫄깃, 담백한 맛에 끌리다
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20세기 말 한국 사회에 나타나 21세기 초 전성기를 누리는 빵이다. 뉴욕이 배경인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본다면 익숙할 빵이다. 뉴욕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되어버린 빵, 베이글(bagel)이다.

베이글은 본래 중부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이 먹던 빵이다. 유대인들은 이 빵을 ‘바이겔’(beygel)이라 불렀다. 바이겔이란 이름의 유래는 확실치 않다. 반지, 고리, 팔찌를 의미하는 독일어 ‘보이겔’(beugel)에서 비롯됐단 설이 가장 믿을 만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원한다. 오스트리아 빈 탄생설이 가장 널리 퍼진 건 그래서일 것. 1683년 오스만제국(오늘날 터키)의 공격으로 함락 위기에 처한 빈을 이웃 폴란드 왕 얀 소비에스키가 기마부대를 이끌고 나타나 구했고, 빈에 살던 유대인 제빵사가 감사의 표시로 말을 탈 때 발을 거는 등자 모양으로 빵을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등자는 독일어로 ‘보이갈’(beugal)이고, 여기서 바이겔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베이글이란 국제적 혹은 미국식 이름을 얻은 건 20세기 초. 유대인이 북미대륙으로 대거 이주하면서다. 베이글은 특히 뉴욕에서 유대인은 물론 다양한 종교와 인종의 시민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사랑을 받은 이유는 베이글의 독특한 맛 때문. 베이글은 크기가 어른 남자 손바닥만하고, 모양은 동그란데, 가운데가 뻥 뚫렸다. 딱 도넛처럼 보인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사후 경직 상태의 도넛’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물론 맛은 도넛과 전혀 다르다. 우선 달지 않다. 노르스름한 껍질은 약간 바삭하다. 속살은 촉촉하다. 다른 빵보다 밀도가 높아 촘촘하다. 구운 가래떡처럼 쫄깃하다. 첫 맛은 심심하지만, 씹을수록 구수하고 담백하다. 여기 고소하고 짭짤한 크림치즈를 발라 먹으면 찰떡궁합. 빵 자체가 워낙 담담해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샌드위치 빵으로도 즐겨 사용된다.

이러한 베이글 맛은 독특한 제빵과정에서 비롯된다. 동그랗게 모양 낸 베이글 반죽을 먼저 물에 데쳐낸 다음 오븐에 굽는다. 다른 빵처럼 부풀어오르지 않기 때문에 밀도가 높아져 쫄깃하다. 또 버터나 우유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다른 빵에 비해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베이글의 인기가 뉴욕 등 동부 대도시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퍼진 건 건강에 좋다는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베이글이 처음 한국에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지금은 없어진 ‘엠파이어 베이글’에서 내놓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베이글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건 1990년 말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이 확산되면서다.

커피와 베이글을 즐기는 이른바 ‘세련된 뉴요커’에 대한 동경이 베이글 인기에 기여했다. 떡처럼 쫄깃한 맛을 유난히 즐기는 한국인의 미각(味覺)에 베이글이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 여기에 웰빙 열풍이 불면서 ‘버터와 우유를 넣지 않는 건강빵’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베이글의 인기는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주르’와 같은 대형 베이커리 체인에서도 쉽게 베이글을 맛볼 수 있게 됐고, ‘베이글 스트리트 카페’, ‘리안스 베이글’과 같은 베이글 전문 빵집도 생겼다.

베이글은 지방이 없고 포만감이 커서 이른바 ‘다이어트용 식사’에 적합한 편이다. 하지만 탄수화물 덩어리인 만큼, 칼로리는 낮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베이글(110g) 한 개 열량이 348㎉로, 도미노피자 페퍼로니피자 라지 사이즈 한 쪽(366㎉·136.3g)과 비슷하다.

※ 제품협조=리안스 베이글(Leean’s Bagel)

 

베이글, 어디가 맛있을까?

입력 : 2006.05.17 13:50 23'


 

대형 베이커리체인점과 베이글 전문점, 커피전문점, 대형할인점에서 판매하는 베이글을 맛봤다. 겉은 약간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고 찔깃한, 베이글 고유의 맛은 코스트코가 가장 근접했다. 3만5000원 연회비를 내고 가입한 회원만 구매할 수 있는 건 아쉽다. 베이글 전문점 리안스 베이글, 미국 유명 ‘아인슈타인 베이글’로부터 반죽을 사용하는 스타벅스 베이글은 속이 약간 푸석해 아쉽다. 나머지 제빵업체들은 베이글이 어떤 맛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 코스트코(www.costco.co.kr)

종류: 플레인, 어니언, 시나몬 레이즌

가격: 400원(최하 구매단위: 6개 들이 2봉지=4800원)

● 리안스 베이글(www.gourmetbagel.co.kr)

종류: 플레인, 통밀, 갈릭, 어니언, 시나몬, 호밀 등 13가지(인터넷 주문 가능)

가격: 1300원~1600원

● 스타벅스(www.istarbucks.co.kr)

종류: 플레인, 건포도, 양파, 블루베리

가격: 1700원

● 베이글 스트리트 카페(www.bagelkorea.co.kr)

종류: 플레인, 어니언, 블루베리, 갈릭, 멀티그레인, 초콜릿 칩, 세서미 등 10여 가지(매장 진열된 제품 기준)

가격: 1000원~1300원

● 뚜레주르(www.tlj.co.kr)

종류: 플레인, 어니언 등

가격: 900원

● 파리바게뜨(www.paris.co.kr)

종류: 플레인, 어니언, 고구마

가격: 800원(고구마 900원)

● 던킨도너츠(www.dunkindonuts.co.kr)

종류: 플레인, 어니언, 시나몬 레이즌, 참깨, 스트루즐, 에브리씽

가격: 1000원

● 커피빈(www.coffeebeankorea.com)

종류: 플레인, 호밀, 야채, 계피건포도

가격: 2500원(크림치즈 포함)

● 파리크라상(www.paris.co.kr)

종류: 플레인, 고구마, 전립분, 감자치즈

가격: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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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베이글 좋아하는데..커피 한잔하고 베이글 두개는 먹어야 든든한데..베이글은 비싼거하고 싼거하고맛이 차이가 크던데.

stella.K 2006-05-1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이글 좋아해요. 정말 두개는 먹어야죠.^^

정민 2009-07-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베이글은 아인슈타인 베이글이 최고에요..카스코도 아인슈타인 베이글을 파는데,,,실제 매장이 더 맛있죠...근데 베이글 살 엄청 찌는데..식빵5개 압축이라 들었던 기억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