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名畵 속 주인공을 진찰합니다”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 펴낸 법의학자 문국진

▲ 의학의 눈으로 그림을 읽는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의 넥타이는 클로드 모네의 명작‘수련’을 디자인 한 것이다. 문 박사는“화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려면 실물 그림을 꼭 봐야 한다”며 특히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방문을 추천했다.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다른 예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데에 그 묘미가 있습니다. 법의학을 전공한 의사로서 저는 수세기 전 명화들을 보면 화가 내지 당대의 질병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 오지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과장을 역임했으며 1970년 국내 최초로 고려대 의대에 법의학과를 설치한 문국진(81) 박사는 30여권 저서의 필자다. “20대 이후 지금까지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면 눈을 뜬다. 이후 아침 7시까지 책을 쓴다.” 문 박사의 신간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예담)에서 르네상스 이후 명화들은 그림으로 표현한 귀중한 의학서가 된다.

요즘 서구에서 활발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화가 카라바조(1573~1610)를 보자. 문 박사는 ‘병든 박코스’(1593·그림)를 화가의 자화상으로 본다. “세상을 떠돌아 다닌 고달픔을 나타내고자 한” 이 그림에서 모델은 황달기가 있는 음울하고 초췌한 얼굴로 포도 한 송이를 들고 있다. “포도송이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을 의미하며 파리한 얼굴은 포도상구균 전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다. 그리스어로 스타필로스는 바로 그림에 나타난 포도송이를 뜻한다.

이 책은 특히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놀랍게도 의학 병명의 70%가 신화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명이 8000개가 넘는데, 그 가운데 병명과 관련이 있는 70여 개의 유래를 소개했습니다.”


“의학적으로 색정증(色情症)이 있는 여자를 ‘님포’(nympho)라 하고 색을 광적으로 밝히는 여자를 색정광(狂) 혹은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 부릅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님프(Nymph)는 여신들을 보좌하는 반(半)신격의 아름다운 처녀들이지요.”

하지만 일반인이 굳이 의학 용어를 익히기 위해 이름도 복잡한 그리스·로마신화 얘기를 애써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신화를 읽음으로써 정신면역(psychological immunology)의 효과도 볼 수 있어요. 한만청 전 서울대 병원장과 고창순 전 김영삼 대통령 주치의가 모두 말기암 환자였지만 병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만으로 자연치유 됐어요. 이는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정신면역이 그만큼 중요하고 신화를 통해서도 정서적 카타르시스, 감정 이입, 신경 이완 등의 덤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문 박사는 무엇보다 ‘나의 건강법’ 같은 책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항상 머리를 쓰는 게 노화 방지 비법입니다. 몸의 관절을 풀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관절이 좋다는 건 혈액 순환이 원활하다는 것이고, 그러면 아무 음식이나 잘 먹게 되니까요.”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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