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제대로 맛보기

구례 ‘동원식당’에 가면 ‘미원손’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남덕(68)씨가 주방에 있다. 인공·화학조미료를 많이 쓴단 소리가 아니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맨 손으로 재료를 만지고 무치기만 해도 음식 맛이 기막히다고 붙은 별명이다. 이씨는 20여년간 자기 식당을 운영했다. 구례에서도 이름 높은 맛집이었다고 한다. 아이들 다 키우고 공부까지 시키자 힘든 식당일을 그만두었다. 

몇  해 전 동원식당 주인 김형모씨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시 식당 주방을 맡았다. 오랫동안 일했는데도 피부가 희고 곱길래 비결을 물었다. “나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지리산 나물은 약효가 좋다고 그래요. 토질이 좋아서 그러겠죠.” 이남덕씨는 어떻게 나물을 무쳐먹을까? “별 거 아니다”며 쑥스러워하는 이남덕씨를 설득해 요즘 구례에서 흔한 나물, 그리고 그 나물 무치는 비법을 들었다.


한 철 지났다는데도 여전히 맛있는 취나물
“취는 된장에 무쳐야 가장 맛나.” 산나물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취나물을 떠올린다. 그만큼 대표적인 자생 나물이다. 흔히 말하는 취나물은 참취의 어린잎. 떡취, 곰취, 단풍취, 미역취, 개미취 등 종류가 70여가지로 다양하다. 타원형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났다. 동원식당 사장은 취나물이 “한 철 지났다고 할까. 뻐세지요(질기지요)”라는데, 맛 모르는 서울사람 입에는 여전히 맛이 좋았다. 구례에서 북쪽으로 160여㎞ 떨어진 경북 김천 직지사 부근에선 요즘 취나물이 한창이다.


쑥부쟁이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어
“쑥부쟁이는 살짝 데쳐 참기름과 간장에 조물조물 무치면 영 맛있어.” 구례장에서 요즘 가장 흔한 나물 중 하나. 쑥부장이라고도 한다. 들이나 논두렁, 약간 습한 길가 구릉지나 산기슭에서 많이 난다. 녹색 줄기에 자줏빛이 돈다.



두릅은 10㎝ 이내로 통통한게 좋아
“그건 너무 피어버렸네. 이렇게 크면 ‘뽄’은 좋아도 맛은 별로 없고.” 이남덕씨는 기자가 구례장에서 사온 두릅을 보더니 이렇게 혀를 찼다. 두릅은 10㎝ 이내로 통통해야 맛이 난다. 씁쓸한 맛과 향으로 봄나물 왕좌를 차지한 두릅. 다른 나물보다 단백질도 많다. 초봄에 나온 연한 두릅은 흔히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이남덕씨는 “요즘 나오는 약간 뻣뻣한 두릅은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는다”고 했다.


도라지 쓴맛, 소금물에 담그면 빠져
“도라지는 소금물에 조물락조물락 해서 건져야 쓴 맛이 빠져. 그랬다가 양념할 때 다시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에 무치면 좋아.” 어린 잎은 튀겨 먹고, 다 자란 잎으로는 차를 끓이기도 한다.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많아 기관지염, 인후염 등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 뿌리가 희고 통통해야 좋다.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잔뿌리가 많으면 하품(下品)이다.

조선일보
구례=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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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5-0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입맛 다시며 신문 봤어요^^ 아웅 맛있겠다~

진주 2006-05-0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분에 8000원이래요. 구례에 가믄 꼭 찾아가보고 싶어요.

stella.K 2006-05-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도 천상 한국인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