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삶의 무늬를 바꾸는 ‘유치한’ 습

>> 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
>> 청개구리 두뇌습관

여성은 셋으로 분류됩니다. ‘착한 여자’, ‘나쁜 여자’ 그리고 ‘권태로운 여자’입니다. 착한 여자는 평생 남을 배려하며 삽니다. 왜,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의 젓가락을 따라 찬을 옮겨 주느라 제 입에는 아무 것도 넣지 못하는 분들 있잖습니까. 나쁜 여자는 출세 야망을 가진 쪽입니다. 철저한 관리, 승진, 성형 미모가 특징이지만 어쩐지 언해피 엔딩을 신탁 받았을 것만 같은 분들이지요. 셋째는 일찌감치 성공적인 결혼에 골인, 돈 잘 벌고 말 잘 듣고 배 안 나온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 둘 낳고 고급 빌리지에서 벤츠 굴리며 삽니다. 그러나 ‘신이 보낸 권태라는 괴물’에 시달리며 프로작을 삼키는 부류입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작가 메리언 키스(Marian Keyes·33)가 2000년에 발표했고, 최근 번역된 소설 ‘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Sushi for Beginners)을 권해드립니다. 우선 무쟈게 재밌습니다. 보증서 끊어 드립니다. 메리언 자신도 “구두와 핸드백과 더블 모카라테는 좋아하지만 요리는 싫어하며 심각한 초콜릿 중독에 빠져 산다”고 털어놓는데요, 경험상 초콜릿을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은 결코 실망을 주지 않거든요.

이 소설에는 짐작하신 대로 세 부류의 대표여성인 애슐링, 리사, 그리고 클로다가 나옵니다.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애슐링은 한 여성잡지의 부편집장인데요, ‘평범 외모’, ‘소박 꿈’ 그리고 ‘착한 심성’이 트레이드마큽니다. 가정과 동생들을 돌본다는 스테레오타입은 뭐 “안 봐도 비디오”지요. 근데 그녀의 상관이자 편집장으로 부임하는 여성이 둘째 부류인 리사입니다. 일·승진·야망을 위해서라면 버리지 못할 것이 없는 ~홀릭입니다. 클로다는 처녀 적부터 빼어난 S라인을 무기 삼아 애슐링의 남자를 빼앗고 가장 빨리 ‘인생의 샤토’를 구축했지만 권태라는 덫에 걸려 허우적댑니다.

메리언은 ‘현대 여성 소설의 여왕’ 혹은 ‘이 시대 로맨틱 소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작가입니다. 법학을 전공한 후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빠졌다가 자살기도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결국 코미디와 멜랑콜리의 5대5 짬뽕이라는 것을 입증하기에 딱이지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조만간 영화로도 만들어질 것’…, 아직도 이런 말에 현혹되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적어도 이번 주말부터는 요따위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책 사시기 전에 아랫도리에 두르고 있는 광고 띠지에도 못 본 척 하십시요. ‘과포’(과대포장)일 때가 많거든요. 좋은 책은 화장을 별로 안 합니다.

메리언의 소설을 읽으시는 짬짬이 요네야마 기미히로의 ‘청개구리 두뇌습관’이란 책도 강추! 합니다. 나이가 ‘~흔 때’ ‘쉰 때’를 넘어 60 가까이 되도 인간 뇌는 새롭게 좋아질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 하에 쓴 책인데요, 마치 청개구리처럼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낯선 TV 프로 시청하기, 퇴근길 낯선 슈퍼에서 장보기, 이동할 때 목적지를 빙빙돌기, 점심을 다양한 곳에서 먹기, 주머니 속 동전 알아맞히기, 귀 막고 계단 오르내리기, 코 막고 차 마시기, 일 관련 아이템을 100개쯤 생각해보기…. 유치 황당 사기 같다구요? 그러나 삶의 무늬는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할지도 모릅니다.

요네야마 역시 메리언처럼 간식은 땅콩 초콜릿이 최고라고 추천하네요. 자, 하루에 ‘작은 성공’을 3개만 성취해보십시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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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5-0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들이 특이하네요. 왠지 잼있을 듯...

stella.K 2006-05-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