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에서 인터넷, 500년의 서양文化

새벽에서 황혼까지 1500-2000(1·2권)
자크 바전 지음|이희재 옮김|민음사
873·625쪽 3만3000원·2만2000원

“인터넷은 도서관의 주옥 같은 책들에 담긴 양질의 정보이건 오류나 오보이건 무차별 유포시켰으며, 개인을 고립시켰다.” 마지막 장(章)에 등장하는 이 대목은 얼치기 문명론이 아니다. 무려 500년의 역사를 탐구하고 성찰한 끝에 나온 견해다. 1500쪽이 넘는 이 대작(大作)은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20세기 말 매스미디어 시대까지의 서양문화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올해 99세인 저자는 프랑스 출신의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로, ‘우리시대 최고의 문화재’라 불리는 역사학자다. 그는 서기 1500년 이후를 종교혁명, 군주혁명, 자유주의혁명, 사회주의혁명으로 크게 구분하고 ‘해방’ ‘개인주의’ ‘원시주의’ ‘과학만능주의’와 같은 키워드를 통해 문화 속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읽어낸다. 이런 작업의 미덕은 익숙한 자료라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 철저한 귀납법에 있다. 저자는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적이 없고, 미국 독립전쟁의 지향점은 혁명이 아니라 반동(反動)이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역사의 흐름을 보는 눈, 예컨대 우리에게 익숙한 상투적인 진화사관 같은 것이 구체적 현실과 상관없는 허구일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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