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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끄 □돌싱족 □삼일절 □부비부비 춤…

돌싱족, 디너지, 양끄, 삼일절….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신조어 오픈 사전에 등록돼 있는 아리송한 낱말들. 암호로 느껴진다면 이미 세상에 뒤처진 당신이다. 자고 나면 등장하는 신조어와 유행어들을 따라잡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할지 모른다.

지난 주말 소설가 김다은 교수(추계예대 문창과)가 최근 나타난 신조어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춰본 책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도서출판 ‘작가’)을 냈다. 피아노, 부비부비춤, 빠순이, 즐~, 지름신 등 지난 2년간 새로 등장한 500여 개의 신조어와 유행어를 수록하고, 이들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정리했다.

‘돌싱족’은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싱글로 복귀한 사람. ‘디너지’는? 줄이다(degrade)와 에너지(energy)의 합성어다. 시너지(synergy)의 반대말로 쓰이는 콩글리시인데, 두 가지 요소가 만나서 플러스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뜻이다. 청소년의 통신용어 ‘즐’은 이미 고전이 됐고, 지금은 ‘양끄’가 인기몰이 중. ‘정말, 많이, 진짜’라는 뜻으로 초등학생들이 애용하는 채팅 용어다.

김씨는 웰빙족, 명품족, 미시족 등 다양한 ‘~족(族)’에서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의 마케팅 의도를 읽고, ‘이태백’ ‘사오정’에 이어 등장한 ‘삼일절(三一絶)’에서는 ‘서른한 살이면 취업문이 닫혀 절망한다’는 청년 실업의 그늘을 본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에는 1년에 약 400~600개 정도의 새 단어가 등장한다. 이 연구원의 ‘2005년도 신어 사용 양상 분석’에 따르면, 2002년 조사된 408개의 신어 가운데 2005년에도 살아남아 용례가 발견된 신어는 45%인 184개. 대략 절반 정도가 목숨을 건진 셈이다.

김한샘 연구원은 “1995년 유행어 중에는 밤에 조깅하는 ‘검프족’이란 것도 있었는데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면 사이버 공간에서 명멸하는 신조어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김다은 교수는 “프랑스는 용어심사위원회가 있어 신조어의 옥석을 가려 사전에 싣는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건 신조어의 생산자는 역시 젊은층. 젊은이의 ‘언어 공장’인 사이버 공간에는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고물댄다. 네이버의 신조어 오픈 사전이 문을 연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수록된 신조어는 모두 2450여 건. 네이버 한 곳에서만 매달 500건 정도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부비부비춤’은 ‘피아노’의 청춘 버전. 남녀가 서로 몸을 비벼대며 추는 껄떡쇠 사교춤이다. ‘빠순이’는 ‘바(bar)’, 즉 술집에 나가는 여자, 또는 연예인을 따르는 오빠부대에 대한 모멸적 표현이다. 김교수는 지난 대선 때 모 후보가 한 여고 강연에서 친근감을 표현하려다 “여러분을 보니 명랑하고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다”라고 웃지 못할 사고를 친 사례도 공개했다.

젊은이들의 신조어 모른다고 어른이 낙담할 필요는 없다. 김 교수는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장년층,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언어 차이가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어 마치 성경의 바벨탑이 우리말 속에서 자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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