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 복거일의 ‘보이지 않는 손’

동인문학상 5차독회 “사회 비추는 거울로 의미있는 지식인 소설”
10월 최종심 경합 소설 6편으로 늘어나

▲ 복거일·소설가
소설가 복거일의 장편 ‘보이지 않는 손’(문학과지성사)이 열띤 논의 끝에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에 올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지난 7일 2006년도 제 5차 독회를 갖고, “복거일의 장편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 사회를 비추어보는 거울로서 의미있는 지식인 소설”이란 평가를 내렸다. 이로써 오는 10월 최종심에서 경합을 벌일 후보작은 ‘그 여자의 자서전’(김인숙) ‘페스트’(최수철) ‘왈릴리 고양이 나무’(조용호) ‘신기생뎐’(이현수) ‘달려라, 아비’(김애란) 등 모두 6권으로 늘어났다.

올해 회갑을 맞은 복거일의 이번 장편은 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자유주의 논객으로서 작가의 정신적 자화상을 보여준다. 반(反)자본주의 논리가 성행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대해 작가는 ‘자유주의를 기본 원리로 삼은 사회에서 자유주의자가 망명객이 된 것’이라고 개탄한다.

“복거일 소설은 우리 문학의 중요한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소설의 형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미학적 구조의 헛점이 있더라도 소설이란 형식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 숨결(발언)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이청준)

그러나 반론이 제기됐다. “복거일은 글을 잘 쓴다. 그는 소설 형태를 빌려 무지몽매한 우리를 일깨운다. 그러나 소설가는 경제와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형상화해서 문제를 던지는 사람이다. 독자에게 정답까지 쥐어줄 필요가 없다. 이 소설을 읽을 바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전문서를 읽고 싶다.”(김화영)

정과리 위원은 다른 독법을 제시했다. “복거일은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지식과 야만(맹신)의 대립을 그리려고 했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를 끌고 가는 민족주의적 정서, 감정적 분노와 싸운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소설이 대립 보다 독백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다만 작가로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체념이 겹쳐진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격론이 벌어지자 유종호 위원은 “한 인물이 혼자서 사고하니까 답답한 점도 있다”면서도 “독자들에게 한번 권할 만한 지식인 소설이란 점에서 최종심에 올리자”고 제안,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정철훈의 장편 ‘인간의 악보’에 대해 “소재 선택과 취재·구성이 뛰어난 고전적 소설의 미덕을 갖췄다”고 평가했고, 김중혁 소설집 ‘펭귄뉴스’는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 책”이란 호평까지 들었다. 두 작품은 내달 독회에서 함정임 소설집 ‘네 마음의 푸른 눈’, 조선희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 김탁환 소설집 ‘진해 벚꽃’과 함께 더 면밀히 검토키로 했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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