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우리도 評傳 좀 씁시다


▲ 이선민 출판팀장
매주 북스 팀에 전해지는 책을 살피다 보면 유명 인물의 삶을 다룬 전기나 평전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주만 해도 아인슈타인 전기가 두 권, 베토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기가 각각 한 권입니다. 다른 주에도 거의 빼놓지 않고 한 두 권씩은 전기류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전기나 평전은 거의 대부분이 번역물이고, 당연히 외국인이 주인공입니다.

물론 외국인 전기가 많이 출간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전기를 쓸만한 인물이 외국에 훨씬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만한 국내 인물 전기류가 너무 없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집니다.

왜 국내 인물의 전기 출간이 드물까요? 저는 그 원인이 우선 우리 근현대사가 단절의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근대화는 전통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선시대까지의 인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황·이이·정약용·이순신 보다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나폴레옹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가깝게 와 닿습니다. 또 개항 이후에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대부분 지도자들이 크고 작은 ‘흠’을 갖게 됐기 때문에 전기나 평전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김옥균·유길준·안창호·이광수·최남선 등 우리가 꼭 이해해야 할 인물들에 대해서도 신뢰할만한 평전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어지면서 ‘광해군’(한명기 지음·역사비평사) ‘완당평전’(유홍준 지음·학고재) 등 좋은 전기류가 나왔고, 또 몇 권이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국학(國學) 분야도 젊고 역량 있는 필자들이 많아진 만큼 출판계가 이쪽에 좀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선민 출판팀장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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