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왜 남 잘되는 꼴 못보나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송호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160쪽 | 5000원

유난히 평등 지향적인 한국인 心性

잘난 사람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니계수(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나 소득 5분위 배율 등 소득 분배의 측면에서 한국이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은 물론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가 무얼까. 우리 사회 문제들을 분석한 역작들을 잇달아 출간했던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가 이 문제에 메스를 가했다.

이 책은 불평등에 관한’객관적’ 수치와 ‘주관적’ 인식이 다른 것은 한국인들의 심성이 유난히 평등 지향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인의 평등주의(egalitarianism)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형성됐고 대다수 사회성원들에게 내면화됐다. 미국 사회학자 벨라의 표현을 빌자면, ‘마음의 습관(habits of the heart)’이 된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서울대-대기업 등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차별’은 물론 ‘구별’조차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한국인들이다.

이런 한국인의 평등주의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따라잡으려는 ‘성취 열망’으로 승화됐다. 이것은 한국이 짧은 기간 동안에 비약적 성장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열망이 좌절했을 때 성공한 사람에게 불만을 폭발시키는 ‘인정(認定) 거부’현상도 나타났다.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그 동안 억눌렸던’인정 거부’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더 문제는 평등주의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부르주아층이 자유주의적 교양을 토대로 사회 통합을 주도했지만, 식민지-내전(內戰)-압축적 산업화라는 급박한 사회변화를 겪은 한국의 지배층은 그렇지 못했고, 부정부패와 연고주의 등 부정적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 결과 ‘결과의 평등’과 ‘분배적 정의’를 강조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았지만, 그들의 평등 지향적 통치 이념은 세계화 시대의 신자유주의 물결 앞에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는가? 저자는 우선 한국인들이 불평등에 대한 관용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많이 제거된 만큼 성공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협약’이다. 개별 이익보다 공동 이익을 중시하고 모두가 한발씩 물러서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저자는 우리처럼 불평등에 대한 관용 수준이 낮으면서도 주요 계급간의 타협에 의해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꾀해 온 유럽 전통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많은 주장을 작은 책에 담다 보니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눈에 띤다. 예컨대 ‘자유주의’와 ‘평등 이념’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자유주의로 견제된 평등 이념’의 실체도 불분명하다. 또 미국 철학자 마이클 왈쩌의 논의를 끌어와, 재산·지위·권력 같은 사회적 가치를 다양하게 분배하는 ‘다원적 평등’을 통해 평등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성이 의문이다. 한국인의 ‘아킬레스의 힘줄’이라고 할 평등주의를 순치하는 데 관건이 될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저자와 다른 지식인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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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3-1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호근 선생이 책이라면 추천할 만 하지요. 스텔라님 ㅎㅎ

stella.K 2006-03-1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못 읽어봤어요.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