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극팀에 나가니 팀원 중 이번에 대학 졸업하는 여자 아이 하나가 모임을 파하고 나오는데 선물을 돌린다.

"저 있잖아요, 제가 시집을 여러분께 선물하려고 가지고 나왔는데요,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시인의 시집이에요. 다 드리기는 뭐하구요, 정말로 읽고 싶으신 분께만 드릴게요."

그 와중에 누가 나는 시집 안 좋아해서 안 읽어도 돼.라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주면 좋지. 잘 읽을 게."해서 한권씩 받아들고 좋아라 입이 헤 벌어져서 다음 모임을 약속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 아이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어제 늦게 들어와 샤워하고, 꼭 봐야하는 TV 프로가 있어 녀석의 선물을 풀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잠을 잤다. 그리고 조금 아까 비로소 조금 읽어보았더니 참 좋은 시집 같다. 시 한 편 소개해 보면,

<그리운 얼굴>

산을 지나다 들을 지나다

문득 문득 스치는 그리움

어려움 속에서도 따스한 사람

 

남이라는 이유가 멀어진 이유인가

오늘, 더 없이 그 얼굴 그리워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그도 가끔 내 생각을 할까

다정했던 사람

 

산너머 물건너 내 소식 혹여 듣거든

주저하지 마시고 나도 알게하소서

아, 소식마저 알길 없는  그리운 사람

 

얼마 전 연극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웃겨놓고  "저는 사람을 못 웃기는 사람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의 연기에서 웃는 것을 볼 때 아, 나도 웃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죠. 그게 참 놀랍고 좋았어요."했던 아이.

사람을 웃길 수 없다고 해서 꼭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난 그 아이가 남을 웃겼던 걸 본적은 없지만 심성 착한 좋은 아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녀석은 남을 웃긴다는 게 천성인 줄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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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6-0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년초부터 복이 굴러들어오시는군요. 이 추세를 계속 유지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tella.K 2006-01-0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냐님! 넘 반가워요. 안 보이셔서 궁금했어요. 잘 지내시죠?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물만두 2006-01-0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stella.K 2006-01-0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