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신(新)사학을 대표하는 역사가의 한 사람인 조르주 뒤비(1919~1996)은 1980년 이후 만년을 여성사 연구에 바쳤다. 뒤비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발표한 <12세기의 여인들>로 긴 학문적 생애를 마감함으로써 여성사 연구에 앞장선 남성 역사가라는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12세기 여자들에 대한 사료가 희귀하여 <12세기의 여인들>에서 뒤비의 연구 대상은 프랑스의 여인들 중에 사료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계층인 귀족 계층의 여인들, 즉 귀부인들에 국한된다. 그나마 이런 사료조차 주로 남성들에 의해 씌어진 글이 전부이다. 뒤비는 이런 한계를 감안하여 1권 서문에서 자신은 다만 글로 씌어진 증언에 반영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할 뿐이라고 밝힌다.
1권에서는 12세기 여인들 중 그나마 이름이 알려지고 행적이 남아 있는 6명의 여인들을 소개한다. 이 중에서 당대의 실제 인물은 단 세 명뿐이다. 프랑스의 왕비였다가 영국의 왕비가 되었고, 유명한 사자심왕 리처드의 어머니이기도 한 알리에노르 다키텐, 성서에 나오는 마리아, 아벨라르에게 사랑을 호소했던 엘로이즈가 그들. 여기에 성서에 나오는 여인 한 명, 기사도 소설에 나오는 여인 두 명이 더해진다.
2권에서는 상류 귀족 가문에서 전해져오는 가계문학을 통해 선조 여성들의 모습을 추적한다. 이러한 계보학적 작품들로부터 이 여인들이 영위했던 삶, 그들이 지닌 가치, 그리고 그녀들에게 불명성을 부여한 성직자와 작가와 기사도 작가들이 그녀들을 바라본 방식에 대한 그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3권에서는 12세기 유럽에서 여성과 교회 사이에 형성되었던 관계를 탐구한다. 원죄 개념에 어떻게 성(性)이라는 개념이 새로이 끼어들게 되었으며 어떻게 여성이 마술, 불복종, 음탕함 등과 같은 각각의 죄악들의 구현체이자 행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되었는지를 고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