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건 지식 재창조 능력”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
김용준·정운찬 외 47명 지음|아카넷|657쪽|1만6000원
선택의 순간은 늘 괴롭다. 대학의 전공 선택도 그 중 하나다. 울창한 학문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 줄 만한 책이 나왔다. 안내인들은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 49명.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 예술 분야를 아우른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그 분야 학문에 뛰어든 동기를 밝히고, 해당 분야의 연구 영역과 그 분야 연구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을 일러준다.
이들이 소개하는 학문의 세계는 은유적이면서 구체적이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는 “사회학을 배우면 하늘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면서 먹이를 채가는 ‘독수리의 눈’을 가질 수 있다”고 손짓하고, 김진엽 홍익대 교수는 “미학은 이성적 능력과 상상력의 자유로운 놀이터의 유쾌한 주인공”이라고 유혹한다.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는 “경제학은 제한된 조건 아래 최적의 합리적인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역설하고,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는 “생명화학공학은 화학, 식품, 의약, 전자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돼 인류의 건강과 복지, 지구 환경의 보호,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풍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학문의 바다에 빠져들기 위한 남다른 각오도 주문한다. “인문·사회과학 등 다방면에 걸친 광범위한 독서와 이를 토대로 형성된 복합적인 사고력을 가져야 한다”(김호동 서울대 교수·중앙아시아사)거나 아예 “‘입산’한다는, 즉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고 충고한다.
“자기 나름의 독자적 사고의 습관을 길러가는 것,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가는 도전 정신, 끈기를 가지고 한 분야에 정진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오세정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도전은 또 어떤가.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할 만한 충고는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이 철학자 칼 야스퍼스의 한 구절을 인용한 대목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주관적 판단으로 필요한 지식을 재창조해 내는 능력이며 사실의 핵심을 파악하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문학 분야는 이승환(철학·고려대) 이태진(한국사·서울대) 김주연(독문학·숙명여대) 배국원(종교학·침례신학대) 교수와 사회과학의 강정인(정치외교학·서강대) 양건(법학·한양대) 강명구(언론학·서울대) 문옥표(인류학·한국학중앙연구원) 이정모(심리학·성균관대) 교수 등이 나섰다. 자연과학은 최재천(생물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 학장과 왕규창 서울대 의대학장,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학장보 등이, 예술 분야는 김소영(영화학·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철(미술·홍익대) 주성혜(음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안내한다. 각 분야마다 대여섯 권씩 붙어있는 추천도서 목록은 그 분야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