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틀려? 너와 나는 달라!
한국어용법 핸드북
남영신 지음|모멘토|671쪽|만9000원
입력 : 2005.11.04 17:49 54' / 수정 : 2005.11.04 21:31 05'
말은 글과 다르다. 말로 할 때에는 아무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표현도 막상 글로 써 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것이 “나는 너와 생각이 틀려” “이건 약속과 틀리잖아” “이 옷은 어제 입었던 옷과 틀리네” 등에 쓰인 ‘틀리다’이다. 이 예문들에서는 모두 ‘다르다’라고 써야 한다. ‘같다’의 상대어로 사용한 경우들이기 때문이다.
‘웃기다’와 ‘우습다’도 구분해야 한다. 개성있게 생긴 개그맨을 놓고 “그 사람 얼굴이 참 웃기게 생겼다”라고 흔히 말하는데 알고 보면 이도 적절치 못한 표현이다. ‘웃기다’는 ‘웃다’에서 파생된 낱말로서 ‘웃게 하다’의 뜻을 지닌 타동사다. 따라서 앞의 예문에서 실제로 그 개그맨이 웃기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그 사람을 보고 웃을 따름이므로 “그 사람 참 우습게 생겼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말로 할 때에는 발음상 구분이 안되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글로 쓰면 표기가 달라 의미를 구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그들은 벌써 도착했대”와 “그들은 벌써 도착했데”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즉 종결어미 ‘-대’와 ‘-데’는 문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그들은 벌써 도착했대”는 “그들은 벌써 도착했다더라”의 의미다. 다시말해 남의 이야기를 옮기는 형식이다. 반면 “그들은 벌써 도착했데”는 자기가 본 대로 서술하는 형식으로서 “그들은 벌써 도착했더라”의 의미다.
이 책은 틀리게 쓰거나 구별해서 써야 할 기본 단어 600여 개를 용법 중심으로 정리해 놓은 사전 형식을 띠고 있다. ‘이 경우엔 맞고 저 경우엔 틀리다’ 식으로 OX를 판정하며 일도양단하기 보다 찬찬히 설명(설득?)하려는 태도가 돋보인다. 언어란 필요 또는 수요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기존 낱말의 의미가 바뀌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다.
저자 남영신씨는 문화관광부 소속 국어심의회 순화분과 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재야 국어학자이다. 그동안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등 한국어 관련 서적들을 다수 펴냈다.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무지에서 기인한, 국어의 무의식적 오용(誤用)에 대해 저절로 경각심을 갖게 된다. 일례로 “아무개 연예인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흔히 사용하지만 유명세의 한자어는 ‘有名稅’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낱말은 최근에야 국어사전에 오를 정도로 새로운 의미를 가진 말인데,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탓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세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므로 제대로 하자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언어 능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하여 낱말 하나하나를 적절하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익한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이 책이 제시하는 기준에 억지로 얽매일 필요는 없겠다. 가령 저자는 ‘너무’라는 부사는 주로 부정적인 동사나 형용사를 꾸미기에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에서 ‘너무’ 대신 ‘매우’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다른 학자들의 의견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