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 빅보이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지음, 김민수 옮김 / 일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을 안 듣고 산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한때는 나도 음악에 미쳐 산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초등학 땐 클래식에, 청소년  땐 팝송에 그리고 20살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서서히 내 의식 속에서 음악을 밀쳐내고 있었다는 걸 그땐 잘 모르고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안 듣는다.

내가 그러고 있다고 해서 음악계가 발전을 멈춘 것도 아니고 스타가 배출이 안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때 그때마다 유명한 음악인이 누구였는지 조차 모르고 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

토마스 크바스토프. 이 사람을 내가 알리 없다. 하지만 내가 얼마 전 이 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은 이미 클래식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다시피 그는 키 작은 성악가다. 어떻게 저렇게 작은 체구에서 목소리를 뿜어낼 수 있을까? 그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그는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다. 탈리도마이드란 진정제로서 유럽에선 일부 임산부들이 심한 입덧에 먹는 약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당시 밝혀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 후유증이 보고 되면서 팔과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이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로 태어난 그가 어떻게 해서 지금의 세계 정상의 성악가가 되었는가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자서전이다. 또한 구술에 의한 작업으로 그의 형이 받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내가 봤을 때 스스로가 신화적 인물을 구축하려고 쓴 책은 아닌성 싶다. 오히려 정상적인 견지에서 글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적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학교라고 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온전치 못한 환경에서 반항아가 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장애인이기 때문에 남보다 더 열심히 끈기와 투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성적은 바닥을 치고 학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이색적(?)인건 독일이라고 하는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 못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다. 누가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보태 준 것도 없는데 정상인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는 건 부당하지 않은가?

그래도 사람 누구에게든 천부적이든 후천적으로 노력해서든 재능 하나씩은 있다고 본다. 그것을 잘 카우느냐 못 키우느냐는 본인하기 나름이겠지만.

저자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성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끊임없이 연마해 정상에 선다. 하지만 정상에 서는 과정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자신의 첫 콩쿨 대해에서 사실은 1등 감이었는데 정상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2등으로 강등이 되어야만 했고, 자신의 장애가 무조건 미화되거니 비하되는 매스컴과 사회의 냉대를 맛 보기도 하고, 요즘 흔히 팝과 클래식의 경계를 왔다 갔다하는 우리도 익히 알만한 스타 음악인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정상인 못지 않은 정상인 여성과 열애 끝에 결혼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그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누리는 동정도 특권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직접 길을 놓으며 스스로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과정이고 결과다.

특히 그는 매스컴이 장애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질타를 서슴치 않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언젠가 TV에서 장애인들을 너무 편파적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생각이 났다. 즉 TV는 장애인들을 순백의 영혼으로 감싸고 동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사회는 장애인들을 올바로 보지 않으면서 한쪽에선 무조건 순백의 영혼으로 치켜 세우다니.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선과 악을 동시에 분별할 수 있으며, 그렇게 행동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워할 수도 있다. 이 책엔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또한 음악을 보는 저자 자신의 시각도 잘 표현되어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약간은 지루했다. 내가 언젠고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음악을 한번이라도 접하고 이 책을 들었더라면 덜 지루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책을 대하는 나의 안일함이 문제였는지 아님 독일이라고 하는 정서적 거리감이 문제였는지 판단할 길은 없다.

하지만 평범치 않은 한 영혼의 진솔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들어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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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10-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모짤트로 시작해서 늙어 다시 모짤트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랍니다.
지금은 잠시의 휴식기라 여겨집니다.
스텔라님 멋진 리뷰에 추천 한 장 붙입니다.

stella.K 2005-10-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짜르트요...저도 좋아했는데! 다시 음악을 들으면 모짜르트부터 들어야겠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