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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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회고록을 쓰는 대통령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운명이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참 많이 울어면서 읽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임에도 이분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그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는 임기 중에도 잠시지만 대통령직을 중지 당해야 했던 적이 있다. 높은데서 일하시는 분들의 일이야 낮은 일개의 국민이 속속들이 알리는 없고 단지 이미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분에게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이 나라가 알고 보면 정말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고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 누군지 모르겠지만 몇 사람이 한림원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벨상 수여를 철회해 달라는 농성을 했다고 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꼭 그렇게까지 해서 한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역시 그 상의 권위에 흠집을 내야하는 건가? 웬지 같은 국민으로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해도 그분이 돌아가셨기에 망정이지 지금도 살아계셨다면 두고 두고 그 일은 회자되지 않았을까? 즉 이를테면, '김대중 대통령 노벨 평화상 받은 것이 적절한가, 아닌가?' 하며 이것 가지고 논문을 써도 몇 권은 나올 것이다.

다시 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돌아가, 아무튼 난 그 책을 읽은 덕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나름 좋았다. 물론 평소에도 이 분에 대해 난 그다지 나쁜 이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책 한 권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고 그 분의 자살이 더 가슴이 아팠는데 놀라운 것은, 그 분의 자살 소식을 듣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의 이미지 실추시켰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알려고 했다면 저렇게 못 했을텐데 하며 좀 놀랐다. 나중에 사람들의 생각은 나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격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책 한 권이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기도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 했던 것도 이와 비슷했다. 나는 처음부터 이 대통령의 지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대자도 아니다. 어찌보면 관망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건 지금이라도 이 분에 대해 아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 '좋겠다'란 말은 꼭 좋은 의미에서 좋겠다란 말은 아니다. 그냥 아무 거부감이 없이 읽어 보겠다는 뜻이다. 읽다보면 달라지거나 새롭게 알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책은 한 개인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은 역사성을 담고 있다. 이 분의 치적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어떤 식으로든 기록될 것이고, 그 이 전에 이 분이 먼저 쓰는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어차피 회고록은 개인의 역사를 기술할 뿐이다. 그것이 옳고 그른 건 차후의 문제다. 평전이라면 좀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출판 전부터 너무 말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분이 재임 기간 중 너무 호불호가 심했기에 그것은 거의 불가피 했다고 보여진다. 그래도 우리가 나름 좋은 세상에 산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린 전두환 대통령 시대까지 대통령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억압의 시대를 살아왔다. 나 어렸을 땐 박정희 대통령이 하나의 왕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에 필적할만한 다른 인물은 없었다. 그게 독재인 줄도 모르고 누가 감히 나랏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랬던 것이 언제부턴가 대통령이 풍자의 대상으로까지 그 표현이 자유로워졌다. 그렇게 되었는데 책에 대해 읽어보기도 전에 나쁜 소리를 한다고 잡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런 것처럼 이 책에 대한 안티한 독자의 마음은 알겠는데 가끔은 저건 좀 심하지 않나? 오히려 쓴 사람의 인격을 의심해 보는 글도 상당수 눈에 띈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 저런 표현은 좀 자제해 주면 좋지 않을까. 또 그런 글이 워낙 많다보니 그것의 다른 생각 즉 이 책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가진 사람이 왠지 좋게 얘기하면 돌을 맞지 않을까 겁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간주하고 그때부터 따돌림을 시키거나 적대감을 갖지 않던가.

어쨌든 그런 것을 차치하더라도 이 책은 상당히 건조하게 씌여진 것만은 사실이다. 적어도 나의 느낌은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은 뭔가 절절한 느낌이었는데 왜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은 이토록이나 건조한 것일까? 그런데 자서전과 회고록의 차이는 뭘까? 알고 싶어졌다. 자서전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네이버 사전에 보면, '[명사] <문학> 작자 자신의 일생을 소재로 스스로 짓거나, 남에게 구술하여 쓰게 한 전기.'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회고록은 어떠한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 같은 것 같아도 어딘가 다른 것 같다.

자서전은 지나간 삶을 반추하며 반성과 회한을 쓴 것이겠지만, 회고록은 그야말로 기록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의 글이 건조한 건 일견 이해가 갈 것 같다. 그런 글은 확실히 치적이 많이 들어날 수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쓰는 사람과 독자의 욕구와 입장이 좀 다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는 반성과 회한이 들어간 좀 더 자서전적인 것을 원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데 비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옳고 그름은 훗날 역사가 판단할 거라고 믿었던 건 아닐까? 그가 쓴 회고록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을 쓸리는 없을테고. 단지 자신이 한 일에 있어 잘잘못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자제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야 그 이전부터 강한 의지의 면모를 보이며 승승장구한 인물 아닌가. 그런 사람의 특징은 긍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회고록 역시 긍정적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입지전적으로 보인다. 그것이 또 보는 사람에 따라선 나쁘게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난 이 책이 그다지 감동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이란 인물을 알기에도 조금은 부족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것은 워낙에 감성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 자서전이든 회고록이든 한 권의 책 가지고는 쉽게 그 인물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바람은 있다. 우린 스스로 우리나라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점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우린 왜 우리나라에 대해 안 좋은 점들을 먼저, 더 잘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나라도 어느 때 한 번 인지도가 높은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말 객관적으로. 아무리 좋아하는 대통령이 있어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말로 그 대통령이 좋냐고 다시 물으면 거기에 주춤하기 마련이다. 그거야 뭐 내가 좋다는 거지 하며 말꼬리를 흐릴수도 있다.

옛날에 남자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통령이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열의 아홉은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알고 보면 그렇게 고귀하고 명예로운 직업은 아니다. 임기가 만료가 되면 곧바로 범법자가 돼 재판에 회부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왜 우리나라는 세종대왕 같은 대통령이 나오면 안 되는 거냐고 광화문 앞에서 시위라도 하고 싶다. 위대한 시민의 위대한 대통령. 또는 위대한 대통령이 이끄는 위대한 시민 뭐 이런 타이틀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개인이 보는 현대사의 한 단면으로서는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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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1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혼자서 잘 사용할 줄 알고, 스마트폰으로 어른의 세계를 금방 이해하니까 대통령이 안 좋은 직업이란 걸 잘 알거예요. 장래희망 일순위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지 않을 것 같아요.

stella.K 2015-04-12 18:05   좋아요 0 | URL
그렇지. 옛날엔 만인지상일인지하였잖아.
지금은 대통령 해 먹기 정말 어려운 시대야.ㅠ

2015-04-12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4-12 18: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읽히는 것 아니겠습니까?ㅋㅋ
필요한 것 같아요. 양심적이고 인간적이다는 말은 부분을 얘기
하는 거지 전체를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큰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대통령의 생애 만족도가 높다잖아요.
전 그냥 그런가 보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