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친구와 개봉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오늘 본 영화는 <강남 1970>

  

                       

 

이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좀 기대가 있었다. 오랜 세월 강남에 말뚝을 박고 살아 온 사람으로서 강남을 어떻게 그렸을까? (아직 보진 못했지만)<국제시장>에서 그 시절 향수를 그리워 하는 것처럼 나도 이 영화에서 솔직히 그런 걸 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감독이 유하라고 하니 이건 좀 다른 각도에서 기대를 갖게 했다.

 

개인적으로 유하 감독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영하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매번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내가 본 영화가 <하울링>, <결혼은 미친 짓이다>, <쌍화점>, <비열한 거리> 등이었다.  <쌍화점>은 그냥 영화적 비주얼이 좋았던 영화 같고, <하울링>이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재밌게 본 영화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장르는 한국형 액션 느와르. 고로 강남에 대한 옛 추억 같은 건 허허벌판에 이름 없는 들꽃이 난무한 정도고 그 나머지는 온통 피빛 느와르로 채웠다. 거기에 이민호의 한껏 물오른 연기만 볼만 했다고나 할까? 김래원이야 중간은 하니까 따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이민호는 그동안 잘 생긴 외모에 나이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요구 받아 왔었다(몇년 전 무슨 드라만지 손예진과 나왔는데 그녀의 실제 나이에 가깝게 이민호도 같은 설정으로 나왔던 걸 기억한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그런 연기를 하려니 애써 연기는 한다만 조금은 설익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무슨 개과천선인지 눈빛 연기가 살아있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잘 생긴 외모에 비해 구강구조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약간 말한 때 혀가 떠 보인다. 그래도 뭐 그게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을만큼 연기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누가 보아도 남자 영화라 논할 가치는 없어 보이긴 한다. 그래서 여자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또 어찌보면 여자를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다(?) 못해 불쾌한 느낌마져 들긴 한다. 하긴 영화 자체가 남자들의 수성(獸性)을 극대화 했다는 것 외에 뭘 기대할 수 있을까? 그냥 생각없이 보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내가 왜 유하의 행보를 기대하냐면,  그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자기 아들이 자라고 있는데 언젠가 지금까지 와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던가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니까 아이들도 볼 수 있는 동화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자기도 자기가 무슨 영화를 만드는지 안다는 것일게다. 근데 그 말이 뭔가 기대를 갖게 했다. 그 아들이 지금쯤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학생쯤 되서 동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유하가 만들면 또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물론 공수표일 확률이 농후하지만.

 

개콘 안 본지가 꽤 되는데 거기서 딱 하나 건질 것이 있다면  '유장프(유민상 장가 보내기 프로젝트)'다. 거기서 보면 송영길이 옆의 후배한테 그런 말을 반복해서 웃기는데, "야, 이 한심한 놈아, 그래서 (유민상이) 뭐?"다. 난 그가 그 대사를 칠 때마다 정말 웃긴다. 어제 영화 보면서 자꾸 그 말이 생각이 낫다. 딱 그거. "느와르가 뭐?"  

 

음악 선택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80년대 초반 라디오만 틀었다 하면 거의 매번 들을 수 있었던  Freddie Aguilar의 Anak이란 노래를 피 튀기는 액션 장면에 써 먹으니 그도 제법 장중하고도 뭔가 모를 헛헛한 연민이 느껴진다.  

 

별점을 매기자면 두 개 반 정도. 킬링타임용으로는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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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1-2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하는 점점 영화가 후져가는 것 같습니다. 약발 다한 감독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5-01-28 10:32   좋아요 0 | URL
이런 곰발님이 이렇게 선수를 치실 줄이야...ㅎㅎㅎ
솔직히 이 시간에 여기 잘 안 들어 오는데 어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관계로
일찍 잠에서 깨서 어제 쓴 글에 뭔가 미진한 게 있어서 쓸려고 들어왔어요.
별거 아니라 다시 읽어 달라는 말도 못하겠구......ㅠㅠㅠ

유 감독이 뭔가의 틀이 있긴 하죠. 그걸 좀 벗어나면 좋을 텐데.
이 영화가 거리 3부작 완결편이라고 하던데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가 될지
궁금하긴 해요. 적어도 느와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