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에 지치셨다고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서자
데라야마 슈지 지음|김성기 옮김|이마고|344쪽
“남자 가운데는 야쿠자, 여자 중에서는 터키탕 아가씨가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가장 적대시되는 존재다. 하지만 야쿠자가 항상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데 반해, 터키탕 아가씨는 언제나 고독한 존재다.”
이 두 구절에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스트리퍼와 파친코, 호스티스와 터키탕, 경마장의 말과 키 작은 스모 선수 등 사람들이 고개 돌리는 주제를 저자는 애써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도발과 연민이 공존한다.
저자는 십대에 이미 하이쿠(俳句)로 재능을 떨치고, 31세때인 1967년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다’는 기치로 텐조사지키 극단을 설립해 당대의 젊은이를 사로잡은 연극인. 18편의 독립영화와 7편의 장편영화, 200여권의 저서를 남기고 47세에 세상을 떠난 ‘전방위 예술가’이기도 하다.
저자가 1968년 무대에 올린 연극 제목이자 1971년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하기도 한 이 책은 말 그대로 거리에서 갖가지 소재를 취한 일종의 에세이집. “샐러리맨은 만원전차와 회사와 가정을 차례로 전진해가는 보병이다” 등 하이쿠의 귀재답게 번뜩이는 구절들이 군데군데 숨어있다. 단순히 내용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시선의 독창성에 주목할 것. 역자의 말처럼 ‘책읽기에 지친 사람’이 청량제나 탈출구로 읽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