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아베를 쏘다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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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2004년 한일월드컵을 양국이 함께 치르게 되었다고 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왜 이렇게 되야되는 것일까? 그전에 올림픽도 치뤄보고, 아시안게임도 치러봤는데 하물며 월드컵 하나 자국의 힘으로 치루지 못할까? 도대체 세계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떻게 보길래 이런 결정이 났을까 의아스러웠다. 

뭐 좋은 뜻으로 받아 들일려면 받아 들일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으로도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니었으니 이 기회에 우호적 관계가 돼라고 그런 건 아니겠는가?  

그런데 또 보면 꼭 그런 선한 의도만 있었을까? 그건 마치 담임 선생이 유독 싸우는 같은 반 악동 두 명에게 뭔가 둘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션 하나를 주고(그래봐야 교실청소나 주번이 다겠지만) 그러면 친해질까 아닐까를 지켜보겠다는 의도와 같은 건 아니었을까? 의심이 많은 나로선 별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솔직히 나 같으면 안 했으면 안했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월드컵이 보통 기횐가? 한 번 치르면 10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국제 경기다. 함부로 고사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나마 우리가 일본 보다 앞선 기량으로 대회를 마쳤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독도 문제며, 위안부 문제 등 마치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어 온갖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켜 놓고 해 볼 테면 해 봐. 뭐 그런 식이다. 도대체 일본과 우리나라는 무슨 마가 끼었길래 이러는 것일까? 이제 좀 청산할 거 청산하고 쿨하게 각자의 길을 가면 안 되는 걸까? 오죽하면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다고 외치며 죽어 갔던 것처럼, 누구라도 혀를 깨물며 나는 일본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죽으면 이 문제가 해결이 될까? 하긴, 그래봐야 웃음거리 밖엔 되지 않겠지.

지난 여름을 지내오면서 한 국무총리 후보가 민족 비하 발언을 했다고 결국 총리 후보를 사퇴 했다. 하지만 우리 엄마 세대만 하더라도 솔직히 맞는 말이라고 한다. 적어도 부인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전후 맥락은 동영상을 보지 않아 뭐라 말하기가 어렵지만 그도 마냥 우리나라를 비하 하자고 했던 말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언제적 동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즘 그런 말을 하면 오해의 소지는 있어 보이긴 한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앞서가는 민족인데. 더구나 남의 집 애는 흉 봐도 되지만 우리 집 애 흉 보면 기분 나쁜 것도 사실 아닌가?  

김연아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 한류 스타들 그들이 한국을 알린 건 사실이지만 정말로 애국한 건가? 그건 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냥 돈 번 거고 겸해서 나라도 알린 것 아닌가? 일부에서는 어떤 아이돌이 부른 노래가 하도 좋아 그걸 애국가로 지정해 달란다. 재밌자고 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좀 해도 너무 하지 않나 싶다. 나도 애국의 길에 대해 학교에서 따로 배운 기억은 없지만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다. 나라를 되찾겠다고 피를 토하며 쓰러져갔던 우리의 조상님이 알면 경천동지 할 일은 아닐까 싶다.

나라를 지키는 방법. 어떻게 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저 무조건 일본의 만행에 비난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그건 누군가가 나는 일본이 싫어요 했다가 오히려 웃음을 사는 것 보다 더 웃긴 일이 될 수도 있다. 요즘엔 이승복처럼 공산당이 싫어요 해서 먹힐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적어도 난 이 책의 출현이 반가웠다. 
우린 흔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를 독일과 홀로코스트의 역사에 비유하곤 하는데, 즉 독일은 자신의 역사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는데 일본은 그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출판이 영화 또는 기타 공연에서 자기네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들을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였을까?   

물론 찾아 보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물이 그다지 많아 보이진 않아 보인다. 그나마 뮤지컬에서 <명성황후>나 같은 안중근을 다룬 <영웅> 정도와 최근엔 이순신 장군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나름 문학계에서 지명도 있는 작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이 반가웠던 것이다. 그러므로써 안중근이란 역사적 인물이 다시 조명을 받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가의 말이 좀 비장하게 들린다. 작가는 그러지 않아도 그의 100주년 기념으로 어느 극단에서 대본으로 써 달라는 걸 고사했다고 한다. 나름 성인이라 할 수 있는 분의 일대기를 쓴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었나 보다. 그러나 그는 소설로 완성해 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안중근도 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책을 끝낼 수 있었다고. 

그러나 독자인 내가 읽어 본 바에 의하면 안중근은 그냥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다. 무학이었고, 무직이었지만 상당한 학식을 가지고 있었고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또 어쩌면 작가의 입김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안중근의 평전과 자서전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입김만으로는 그렇게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등을 죽일 수 있었고, 재판정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지은 죄에 대해 15가지로 말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이 책은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즉 첫 장면이 안중근이 아베를 만나는 장면과 마지막엔 그가 아베를 총으로 쏴 중태에 빠트리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선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것으로 처음에 나는 작가가 너무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냥 안중근의 전기 소설로 써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엔딩에서 저자가 왜 그런 시도를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를테면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한 지금의 일본 아베 수상에 대한 분노와 우리가 완성해야 할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역설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알겠지만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그가 옥중에 있을 때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결국 국가 원수를 죽인 혐의가 인정돼 31세의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가 죽었다고 해서 그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의 저항정신, 그의 삶은 오늘 날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동양평화론도 잊혀지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안중근이 만일 살아있다면 정말 또 살인을 저질렀을까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결코 이등박문에게 총을 겨누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의연히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안중근이 아베에게 총을 쐈다고 했을 때 작가가 안중근을 두 번 살인자로 만드는구나 했다. 이 설정을 과연 그가 살아 있다면 받아 들였을까?

그런데 과연 그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는 이등을 죽이겠다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었다. 이등을 죽임으로 인해서 자신이 체포되고 재판정에 설 때 그렇게 일본의 15가지 죄과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 일을 감행했다. 마찬가지로 아직도 깨닫지 못하거나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일본을 위해 그는 기꺼이 암살범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안중근이 우리나라에서나 영웅으로 칭송하지 아직도 일본이 자신들의 죄과를 인정하지 않으니 사건으로만 보자면 여전히 미제의 사건일 뿐이다. 해결되지 못한 미제의 사건으로 남는다는 건 일본에게 사과 받아야 할 부채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안중근은 기꺼이 또 다시 저격을 감행할 것이란 말이다. 그뿐 아니라 그가 이등을 저격하고 보여준 그의 태도나 행동들은 비장하면서도 가히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는 또 그러한 태도와 행동들을 보여 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에 해결되지 않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우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 왔기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는 것이다. 그게 단순히 오랑캐 기질이니 침략적 기질이니 하는 것으로 설명이 되는 것일까?

안중근이 죽기 전 그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아들 중근에게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내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317P)
  
세상에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어미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어미는 물 한 모금인들 편안히 마셨겠는가? 또한 어미뿐이겠는가? 그의 아내와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죽어간 사람이 수천, 수만인데 이게 단순히 오랑캐 같은 일본의 침략과 만행 때문이라고만 해도 되느냐는 말이다.
역사이래로 우리의 국왕과 지도자들은 나라를 온전히 지킬 마음이 있었을까? 그런 의문 또한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강대국의 틈바구니 어쩌구 하면서 나라의 지형의 문제로만 돌려도 되는 것인가? 과연 우리는 나라를 지킬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누구는, 일본은 우리가 우리나라를 아는 것 보다 우리나라를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무서운 말이다. 그러니까 일본이 그런 헛소리를 해도 된다고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어디가서 김연아가 애국을 하니, 어느 아이돌 노래 가지고 애국가로 삼자. 한류가 우리나라를 지켜줄 것이다 이런 철없는 소리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학교를 떠나 온지가 너무 오래되긴 됐다보다 이제까지 한국사가 필수가 아니었단다. 우리가 역사가 아니면 어디서 애국의 길을 배우겠는가? 과연 우리나라 교육은 재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이 조금 더 재밌고 흥미로웠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이왕 판타지를 구사하겠다면 말이다. 좀 허구의 인물도 넣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또 그러기엔 작가는 진실을 추구하고 싶었고, 더불어 자신의 생각도 논리적으로 세우길 바랐던 것 같다.
그래도 이만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노고가 느껴진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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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8-3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정현 저자가 '아버지'란 장편소설을 쓴 작가가 맞네요. 저자 사진을 보니..,
그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옛날, 제가 그 책을 읽고 실망했다는 거죠. 밑줄을 그을 데가 하나도 없었어요...
이 사람,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구나, 했어요.
논픽션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문학의 맛이 하나도 안 났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젠 문장이 많이 좋아졌겠죠?

어느 책에서 그러는데 문장력은 얼마든지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글 잘 쓰기 위한 사고력이야 독서로 그리고 체험으로 커버해야겠지만...
저도 '노력'이란 놈을 가져볼까 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stella.K 2014-08-31 18:15   좋아요 0 | URL
헉,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인기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지나치게 주목받고 잘 팔리는 소설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버릇이 있긴 하죠.
아무튼 아버지가 대박을 칠 때 저는 안 봤고
마침 안중근에 관심있고, 작가도 알겸 기회가 있어 보게된 거예요.
어떤 리뷰어가 언니 비슷한 지적을 하긴 했어요.
이게 소설 맞냐고. 특히 판타지.
그런데 저는 이맘도 읽기에 나쁘지는 않다고 봤어요.
물론 이 보다 더 잘 쓴 전기 소설을 읽는다면 또 다를지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작가가 대본을 쓰지 않는 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 쓰기와 대본 쓰기는 좀 다른데 작가가 자기 자신을 잘 알았던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4-09-04 17:35   좋아요 0 | URL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베스트셀러는 내용만 좋으면 되지 문장력은 상관 없지요.
중년 남성인 아버지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그린 작품이 없었거든요. '아버지'라는 소설로 대중은 아버지의 고독한 위치를 알게 된 거죠.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관심 갖게 된 거죠. 그전까진 주로 어머니, 모성... 뭐 이런 데에 주목한 소설이 많았죠.

예를 들면 명퇴, 라는 말이 처음 나올 때 누군가가 회사에서 명퇴 당한 중년 남자를 사실적으로 잘 그려 냈다면(문장력이 탁월하지 않아도) 그것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겠지요. 독자들의 공감만 얻을 수 있다면요. 대중은 탁월한 문장력을 보고 책을 사기보단 내용을 보고 사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문장력을 따지겠지만요...
결과적으로 김정현 작가가 그 시대와 딱 맞는 소재를 잘 선택한 결과 같아요.(그때 명퇴, 라는 말이 있었나 헷갈림.) 이것을 소재주의라고도 하지요. 잘 선택한 소재로 덕을 보는 거요. '88만원 세대' 같은 책이 그래요. 이 책처럼 시대와 어울리는 내용으로 얼마든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지요. 문장력은 베스트셀러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니고,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을 땐 중요한 변수겠지만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stella.K 2014-09-04 19:01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이렇게 명쾌할수가?
꼭 언니한테 과외수업 받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