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을 가져라 - 지식경영시대의 책쓰기 특강
송숙희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팽개쳐 둔 책

 

글 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치고 그 분야의 책 한 권쯤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분명 나도 대여섯 권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손 재주 없는 사람이 연장 탓하고, 공부 못하는 사람이 참고서 탓한다고, 글 못 쓰는 사람이 쓰라는 글은 안 쓰도 글 쓰기에 관한 책만 열심히 본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글 쓰기에 관한 책을 얼마만에 한 번씩 읽어주면 묘하게도 활력을 얻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글 쓰기에 관한 책은 글 쓰는 사람들에겐 비타민 같은 거란 생각이 든다. 모름지기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관한 책은 희비가 엇갈리고, 성패가 확실히 좌우 되지만 그 분야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즉 노하우에 관한 책은 못해도 기본은 한다. 그러니까 요즘 글 좀 써 봤다는 사람들이 글 쓰기 노하우에 관한 책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몇년 전 아는 지인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가져 온 책이다. 나도 글 잘 쓰길 몸살나게 바라는 위인이니 이런 책을 발견하면 그냥을 못 넘어가는 건 당연했다. 마침 그 지인도 흔쾌히 내 준 터라 가져 왔지만 나는 몇 장 읽다가 방 한구석에 방치해 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글 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하지만 나는 주로 소설 쓰기에 관해 관심이 많은데 뭔가 자기계발류의 책처럼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막상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안 읽었으면 큰일 날뻔한 책 

 

그런데 최근 책정리를 하다 문득 이 책을 발견하고 한 번 마음 잡고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 책 안 읽었으면 큰 일 날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자가 이토록이나 독자로 하여금 자기 책을 가지라고 열정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인지, 그 설득에 감동하고 나도 정말 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읽으려다 포기했던 건 자기계발류인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나에 관해 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에 대해 뭘 써야할지 정말 막연했다.

 

하지만 정말로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머리가 터져나가리만큼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이것을 도무지 글로 풀어낼 수 없어 끙끙거렸던 날이 어디 한 두 해인가? 그런 사람을 '그라포마니아'라고 한단다. 즉, 뭔가를 책으로 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욕구. 

 

그렇게 나는 오래도록 이 욕구를 풀어내지 못했다. 게으르기도 하거니와 과연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이 과연 책으로 나올 것이며, 읽어 줄 사람이 있기나 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 책에서 저자는 롱펠로의의 시를 인용한다.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네.

화살이 떨어진 곳이 어딘지 몰랐네(중략)

먼 훗날 뒷동산 참나무에서

나는 아직도 부러지지 않고 박혀있는 그 화살을 찾았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 얘기가 뭐가 도움이 되겠어란 생각은 미리부터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안톤 체호프도 한마디 거든다.

"짚신도 짝이 있듯이 아무리 형편없는 작품도 읽는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두려워 말라"

 이 말은 확실히 나에겐 용기가 되는 말이다. 솔직히 글 쓰기에 관한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 이렇게 말해주는 저자는 아직까지 못 만난 것 같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하게 돼 있다는 말도 있는데, 내 글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하는 이 오래되고 케케묵은 생각은 저 말 앞게 어찌보면 글을 쓰지 않기 위한 구실처럼도 느껴진다.

 

 

또한 이런 모든 생각을 뒤로하고 일단 써 보자고 독하게 마음 먹고 달려들지만, 왜 그리도 본론을 말하기 위해 서론이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인지, 클라이막스는 저만치 있는데 전개는 왜 그리도 장황한 것인지 결국 쓰다가 지레 지쳐 손을 놓은 적도 여러 번이다.  

 

이것에 대해 저자는 꼭 처음부터 단계를 밟으며 쓰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도 그의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다. 어디든 자기가 쓰고 싶은 부분부터 원고지를 채워 나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부터 해라. 결국 중요한 것까지 다 하게 된다."(182p)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글 쓰기 작업을 최대한 편하고 자유롭게 하라는 말일 것이다. 

 

나에겐 위로가 되어 준 책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실제적인 조언과 지침을 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나에겐 위로가 되어준 책이기도 한다. 특히 저자의 <미루기를 조장하는 절대미신 5가지>는 정말 음미해 볼만 하다. 그중 "쓰다가 안 쓰면 아니 쓴 만 못하다."란 생각 때문에 아예 시작 조차도 못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설혹 어떻게든 쓰기 시작은 했지만 중간에 길을 잃어버리고 헤메다 결국 손을 놓아버린 글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고나면, 난 역시 안 돼하며 자괴감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완강하게 말한다. 

천만에! (쓰면)쓴 만큼 이익이다. 한계효용이라는 경제학이론도 있다. 쓰다 말다 하더라도 일단 써라. (182p)      

그런데도 쓰다가 안 쓰면 아니 쓴만 못하다는 말은 남들도 흔히 하는 말이다. 안 그래도 스스로도 자괴감에 빠져 있는데 남들 조차 그런 말을 해서 2차로 상처를 더 조장한다. 그럴 땐 저자의 저 말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것도 못하겠으면 경제학 이론 "한계효용"만이라도 기억하자.    

  

그런데 이 분야에 관한 책이 하나 같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 하나가 있다. 그것은 그냥 써라!다. 이 책도 그것을 그냥 비껴가지 않는다. 이제 이 말은 하도 많이 들은 말이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하지만 이 말이 정말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라고 정말 느껴진다면 그 사람은 정말 책을 써 낼 사람은 아닐까? 아닌 사람은 귀에 딱지도 안 앉을 테니까. 그리고 이 말처럼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말이 또 있을까?

 

글은 왜 쓰냐고 묻는다면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겐 위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쓰는 것을 통해서만이 진실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더불어 누군가 내게 작가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최근 이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도 있지만), 나는 그야말로 아주 단순하게 말할 것이다. (책이 될)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엔 많은 차이가 있다. 이제 하고 싶어 하지만 말고 그냥 해라! 이 세상 어딘가 누군가는 당신의 얘기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어라.

 

출판 관계자 여러분께...    

 

요즘엔 출판 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다. 예전엔 정말 저명한 작가, 학자, 번역가들처럼 검증된 사람만 글을 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책을 내 본 경험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렇게 된 것엔 인터넷, 특별히 카페나 블로그 활동이 주효했다고 보는데 그렇더라도 역시 한 개인이 책을 내는 건 녹녹치는 않다. 꼭 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책도 알고보면 처음엔 얼마나 많이 퇴짜를 맞았는지는 심심치 않게 듣는 바다.

 

그런 걸 보면 책을 출판한다는 건 정말 복불복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쪽에선 책을 쓰라고 하면서 정작 이 의지를 꺾는 건 출판사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좋은 책 내길 바라는 출판사가 이렇게나 안목이 없다니? 하며 혀를 끌끌차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출판 에이전시가 없는 우리나라로선 작가지망생들이 죽어라고 신춘문예나 무슨무슨 문학상에 목숨을 거는 거 아니겠는가? 난 정말 예전엔 작가가 되려면 꼭 이 관문을 거쳐야 작가가 되는 줄 알았다. 

 

자비 출판이란 것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것에 관한 편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돈 있는 사람의 허영처럼도 느껴지고, 출판사의 정식 절차가 오죽 자신이 없으면 자비 출판을 하는가 하는 생각도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책을 쓰고자 원하는 평범한 사람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꺼진 불도 다시 보랬다고, 아무리 퇴짜 맞은 원고라도 다시 한 번 더 봐 주었으면 한다. 또한 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꼭 승률이 있는 원고만 목 빼고 있지말고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해 줬으면 한다. 출판 관계자들도 자신들의 안목을 100%로 신뢰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전문가의 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글을 쓸 환경을 만들 것인가?         

 

사실 책은 세 가지가 충족이 되어야 한다. 우선 작가가 좋은 책을 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출판사가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줘야 하고, 독자 역시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읽지 말고 여러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특별히 이제 막 책을 낸 사람들의 책을 읽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언제 책을 내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다니! 책을 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생각 보다 크다. 그러니 아무리 블로그나 SNS가 편하게 자신의 신변잡기를 자유롭게 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만 운영하지 말고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관심있는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있는 글을 정기적으로 올려 보라. 그 어떤 것이어도 좋다. 누구는 코 파기 가지고도 글을 썼다니 않는가?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책을 내자고 연락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걸 혼자하고 있으려니 진척도 느리고 힘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글을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 조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또 이미 검증된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나름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혼자하지 말고 그룹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물론 글쓰기가 혼자하는 작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글 쓸 주제가 있고 습작이 아닌 출판을 목적으로 글을 쓰는데 초보 작가들은 혼자 하기가 어렵고 진척이 더딜 것이다. 그럴 땐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끼리 그룹으로 작업을 해 보면 어떨까? 모임을 인도하는 출판 전문인 하나 있으면 좋고, 없을 경우엔 이런 책 하나 메뉴얼로 삼고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나는 요즘 글 쓰는 작업에 있어서는 무궁화란 생각이 든다. 무궁화는 낮에는 활짝 피지만 밤이되면 봉오리를 오무리고 있는 꽃이 아닌가? 그렇게 내일이 있기에 오늘 희망으로 잠을 자지만 다음 날이 되면 여전히 꽃처럼 살지만 그 자리를 맴돌고 있거나 믿을 수 없을만큼 조금 글을 쓰고 하루를 마감한다. 그걸 반복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하는 말이다.  

 

언니처럼, 누나처럼...             

 

책이 어느 장 하나 허투로 쓰여진 부분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말 프로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용 부분이 인상에 남는데, 이걸 어떻게 다 정리해서 이렇게 적재적시에 써먹는 걸까? 부럽기도 하고, 셈이 나기도 한다. 

 

읽으면서 책을 내려면 정말 적극적이고 용이주도한 사람이 되야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비근한 예로, 나는 쓰고자 원하는 내용만 충실히 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것은 출판사에서 해 주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까지도 사실은 저자가 해야하는 것임을 세심하고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마치 깐깐하면서도 인정많은 언니 같고, 누나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저자는 친절하게도 자신이 현재 운영중인 카페 주소를 알려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라고 권한다. 

 

이 책은 현재 인터넷 서점에선 품절로 나오고 있다. 이런 좋은 책이 품절이란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책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리처드 J 라이더와 데이비드 A 샤패로는 <새로운 선택을 위한 선택>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라면 당신 꿈의 본질, 평생 과업인 게 분명하다고 속개한다.
배운 기억은 없지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일
별로 노력하지 않고도 탁월하게 잘 하는 일
당신이 남들의 솜씨를 지켜보기보다 다른 사람이 주로 당신의 솜씨를 지켜보는 일
빨리 배우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지는 일 31P

'제대로 사는 인간'이란 정말 중요한 것에 힘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대충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에디슨은 평균 스무 시간씩 일했는데 그는 그것을 일이라 여기지 않고 공부라 불렀다.(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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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5-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수십 권 읽지 않았을까 싶어요. 세어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제 독서목록을 보면 그럴 것 같아요. 처음 글을 쓰려고 했던 초창기엔 이런 책을 많이 봤거든요.
제가 독서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남보다 못한 어떤 열등감 때문에 그런 것도 같아요.

요즘은 이런 책을 사 볼 땐 그저 복습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으려 해요. 님의 말씀처럼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주기도 하고요. 어쨌든 여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제대로 사는 인간'이란 정말 중요한 것에 힘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대충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 이 문장에 꽂혔어요. 제게 필요한 말 같아서요. 일상이 복잡하여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없는 현실이에요. 그래서 이 문장에 위안을 받습니다.

stella.K 2014-05-25 13:56   좋아요 0 | URL
요즘엔 글쓰기도 글쓰기지만 작가들의 삶을 다룬 책에 관심이 더 많이
가더군요.
그런데 이 책 정말 열심히 썼는데 공감이 많이 없네요.
글 속에서 저자의 열정이 느껴졌는데 말예요.ㅠ
정말 프로더라구요.

밑줄긋기 통합하니까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한 페이퍼에 다 넣으면 너무 길어 지잖아요.
페이지 넣기도 없어졌어요. 투덜투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