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드라마가 있다면 SBS의 월화 드라마 '패션 70s'와 MBC 수목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아마도 이 두 드라마가 1,2위를 다투며 경쟁을 피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김삼순이 '패션70S'을 누르고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솔직히 '패션70S'은 시작은 그 나름대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6.25나 1.4후퇴를 배경으로 전쟁씬이 실감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드라마가 뭘 보여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의도는 70년대 패션을 주소재로 다룰거라고 생각했는데, 70년대 패션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세련되고 요즘 패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화려하고, 무대 역시도 70년대를 고증했다기 보단 요즘거라고 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도구들이 등장한다.

일례로 빈의 방을 보면 트랜지스터 라디오나 LP판 같은 것들만 70년대의 대표적 장치물로 나올뿐, 방안의 인테리어는 너무 세련되고 멋있다. 과연 70년대 저런 가구며 인테리어가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다. 배우진들이 끌고 나오는 차도 세련됐고, 의상도 좀 그렇고. 기타 등등.

그래도 나름대로는 70년대 복고풍을 기대했는데 복고는 없고 보기에 현대적인 것만을 쫓는 것 같아 볼수록 신뢰감이 떨어진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도 70년대에 패션을 선도할만한 주인공들의 업적과 야망, 열정에 포커스가 마추어졌다기 보다는 여전히 남녀간의 애정과 아직을 표피적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지만 아마도 (의)자매간의  질투, 삼각 사각관계를 보여질 것 같아 작가가 너무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오히려 주인공으로 내세워야할 사람들은 드라마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이요원을 비롯한 3인방 보단 차라리 빈의 생모인 이혜영이었어야 하지 않을까? 빈의 아버지가 그녀를 질투해서 원치 않는 빈이를 낳았다는 설정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도 다소 느슨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왜 70년대 패션은 안 보이고 과거속에 던져진 출신배경에만 초첨이 맞추어져야 하는 걸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나는 작가가 2년 전이던가? 인기리에 종영한 <대장금> 의 전범을 따라줬으면 좋겠다. 그것은 사실 궁궁금식이란 다소는 생소하고 어려운 소재를 삼긴했지만 드라마상에서 보여지는 구도는 확실하고 어찌보면 단선적이기도 하다. 음식을 소재로한 인간의 질투와 암투를 그리긴 했지만 음식이란 당의정을 완벽히 입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패션'은 1.4후퇴라는 역사의 질곡과 패션이라고 하는 과제를 끌고 가려니 다소 힘에 부쳐보인다. 내가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지지부진한데 앞으로 좋아질지 의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어린 시절이 너무 힘들어서 그 과거의 고통을 인간의 무의식 저 밑바닥으로 던져 보렸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설득력이 그다지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란 의문만 남을 뿐. 그리고 아일랜드인지 뭐하는 드라마에서 튀였다고는 하지만 김민정은 확실히 미스 캐스팅이다.

그런데 비해 <내 이름은 김삼순>은 어찌보면 새로운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작품을 필두로 새로운 아류작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류작을 만드는 사람들은 좀 고심 해야할 것이다.

이 작품의 장점이자 특징은 직설화법에 있다. 말을 돌려치지 않고 미사여구를 쓰지 않으며 그냥 받아치는 화법의 구사. 이게 사람을 정말 웃게 만들고 어찌보면 마음을 후련하게도 만든다. 사실 김삼순을 보면 나의 모습과도 중첩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해도 나도 뒤에서 씹는 소리 잘 하니까.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고상한 척을 많이하는 반면 김삼순은 아예 대놓고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나도 대놓고 해 볼까? 어떻게 망가질까?

나는 김선아나 현빈의 연기도 볼만 하지만 정려원의 연기도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는 장면이나 현빈과의 러브씬 등이 자연스럽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보인다. 그런 연기가 정말 좋은 연기 아닌가?

인생 아무리 고상한 척 해도 끝까지 고상해 지라는 법 없고, 아무리 망가져도 끝까지 망가지란 법없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정말 유쾌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좋다.

파티셰란 직업도 관심이 가고. 오늘 아침 신문에 파티셰란 직이 나왔는데 역시 나는 힘들어서 못할 것 같고 그래도 이런 거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이참에 목에 힘 좀 줘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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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7-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아가 그 드라마 끝나고 살을 어찌 뺄까..제가 다 걱정이 됩니다. ^^;;

stella.K 2005-07-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업의식이 있어서 뺄려면 뺄겁니다. 안 빼도 될 것 같기도 한데...^^

날개 2005-07-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션~이 재밌다는 얘길 우리 언니도 하던데.. 한번도 안봤어요.. 지금은 이미 늦었죠?

해적오리 2005-07-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션~ 잼있었어요. 나름대로...
하지만 김삼순 끝내줍니다. 전 중독 수준입니다.
어젠 회사 회식 땜에 좀 늦게 들어가는데, 그거 조금이라도 더 볼려고 지하철 역부터 집까지 뛰어갔다는 거 아닙니까
전 삼순이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되어보는게 소원이랍니다.
다만 드라마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김삼순이 아무리 살을 찌워도 여전히 30대 초반 여성의 표준으로 세우기엔 넘 예쁘다는 겁니다.
그거 빼고는 넘 재밌어서 좋아요.

stella.K 2005-07-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늦진 않았어요. 누구한테 지금까지의 대강의 스토리 들으시고 보면 되죠. 근데 확실히 삼순이가 더 재밌어요.^^
날라리님/그게 드라마라 그렇지 진짜 삼순이처럼 되면 위험해 지실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