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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리뷰 방식의 글쓰기에 대하여...
언제부턴가 리뷰 방식의 글쓰기가 유행이다. 프로 작가건, 아마추어건 자신이 읽은 책이나, 본 영화에 대한 감상과 생각들을 책으로 묶어내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글쓰기의 수준을 인정 받는 작가들이 쓴 책이니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 방식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남이 떠 먹여 주는, 또는 남이 해 놓은 음식이 편하기만 하고 맛있다고만 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찾아 직접해 먹는 음식이 더 유익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이 비록 정제되지 못하고, 거칠고 뭔가 맛이 없을 듯하지만 말이다. 그런 것처럼 이런 리뷰 방식의 글은 일종의 비타민제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먹으면 건강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는 우리의 영양과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 비타민을 먹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먹는 것이 필요없다면 우린 비타민만 먹었을 것이다.
분명 이런 글의 유익이 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 또는 뭔가 정리가 안 되는 것들을 잘 정리해 주고, 내가 읽지 않은 작품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게도 하며,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을 다소 완화해 주는 뭐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게다가 내가 보지 않은 작품에 대해 다이제스트로 섭렵하고, 마치 본 것처럼 말할 수 있다는 것(뭐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일 수도 있겠지만) 등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단점은 뭘까? 그렇게 다이제스트로만 섭렵을 하니 단타적 지식은 늘어놓을 수는 있어도 진짜 내 생각을 펼쳐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일정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갖췄으니 마냥 부러워만 할 수도 있겠다. "너무 글을 잘 써. 언제 나는 이렇게 쓰지...?"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부러워만 한다고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 꽤나 쓰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 유익한 독서가 됐지만, 내내 드는 생각은 작가가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리뷰 방식으로 글을 쓰면서 테마를 '사랑'으로 정했다. 사랑을 주제로 하지 않는 소설이나 영화가 몇이나 될까? 새삼 놀라운 건(생각해 보면 그리 놀랄 것도 없지만), 요즘엔 그 어느 때 보다도 기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느 평범한 사람이라면, 책으로 봤다면 영화로 보지 않던가(물론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영화로 봤다면 책으로 읽지 않던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같은 작품에 대해 영화로도 보고, 소설로도 읽는 꼼꼼함을 보였다.
우린 흔히 영화로 본 작품을 문학 작품으로는 보지 않는 우를 범한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총 10권짜리 장대한 서사시인데 이것을 어느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읽고 독후감을 내라는 것을 어느 학생이 언제 다 읽나 싶어 영화로 보고 써 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뭐 그도 이해 못할 것은 없다. 영화는 2시간 안팎이지만 책은 언제 완독할지 모르는 유장한 작업이다. 할 일 많고, 볼 것 많은 세상에서 언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랴? 오히려 그런 숙제를 내 준 그 교수가 눈총을 받을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서를 영화 보는 것에 어찌 비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에 관심을 갖기 보다, 작품의 내용 그 속에 감추어진 작가의 문체를 알려고 해야할 것이다. 문학은 작가의 문체로 말해질 수 있고, 영화는 감독의 생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그게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요즘엔 영화와 문학작품이 공생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 문학 텍스트가 보고 싶어지고, 책을 보면 영화를 보고 싶은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맞을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영혼은 아름답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주제로한 영화나 문학작품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저자 정말 다룬 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독자는 정말 내가 본 작품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네 독자들은 조족지혈로도 말할 수 없다면 뭐라 말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나는 그저 책을 읽어대기에 바쁜데, 언제 저자는 자신이 본 작품을 정리해 이런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확실히 나는 비효율적인 독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독서가 될 수 있으까는 확실히 나의 고민됐다.
사랑이나, 연애,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우린 왜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물론 사랑 한 번 잘 해서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서 패가망신에 영혼까지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다음에 사랑이 오면 또 그것에 기꺼이 자신을 바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DNA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랑을 겁내 시작도 못하는 신인류가 생겨났다. 그들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사이버 공간안에서.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 받는 것이 맞느냐고 저자는 어느 장에선가 묻고 있던데, 나는 사랑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젊을 땐 사랑에 대해 꿈꾸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으면 사랑은 허상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건 사랑할 기회가 젊었을 때 보다 없으니 그렇게도 말하겠지만,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는 사랑에 이젠 수군거리지 말고 진정으로 박수쳐 줘야하지 않을까? 픽션이던, 논픽션이든 사랑하는 영혼은 다 아름답다.
이 책은 사랑의 방식이나 방법에 관해 말해주는 책은 아니다. 읽다보면 세상에 사랑은 좋아하는 것 하나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정신의 작용이며, 마음과 인격의 확장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또한 사랑의 방정식이 정말로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문학에 여전히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