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은 원래 무서운 얘기

세계의 동화/ 크리스치안 슈트리히 엮음/ 타트야나 하우프트만 그림/ 김재혁 옮김/ 현대문학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책 제목은 좀 과장이다. ‘유럽 동화’ 정도면 알맞겠다. 책을 펼치면, 곧바로 용감한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 거인과 용과 난쟁이와 마법사와 악령들이 살고 있는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5년 동안 이 책에 매달렸다는 삽화 작가 타트야나 하우프트만의 상상력은 이야기들의 빈 공간을 놀라운 모습으로 채색한다.

엄지동자와 장화신은 고양이, 벌거벗은 임금님과 일곱 마리 아기염소는 오랫동안 채팅으로만 사귀다가 우연한 기회에 실물을 보게 되는 친구와도 같은 모습으로 찾아온다.

독일의 디오게네스 출판사는 아예 작정하고 ‘사고’를 쳤다. 실존 여부가 의심시되는 크리스치안 슈트리히라는 작가와 함께 수천 편의 민담과 동화를 수집하고 정리한 뒤 100편을 선정하는 데 무려 10년을 쏟아 ‘동화책의 결정판’을 만들어냈다.

아이들만 읽을 게 아니라, 어디든 손 닿는 데 두고 가족 모두 어느 장면이나 펼쳐 읽어도 될 만한, ‘동화의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어린이용 그림책에선 곧잘 삭제됐던 ‘무서운’ 장면들도 모두 다 살아있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불로 달군 쇠 신발을 신고 죽임을 당하고,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는 오븐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죽는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세르비아·크로아티아 등 동구권의 민담들이 많이 포함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 타트아나 하우프트만이 그린 '신데렐라' 삽화. 신데렐라 앞에 새가 나타나 무도회에 입고 갈 금실로 수놓은 드레스를 던져주고 있다.
민담이란 오랜 세월에 걸친 민중의 삶과 애환, 풍부한 상징과 은유가 함유된 이야기의 보고(寶庫)와도 같다. 그 이야기에서 수많은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들이 영감을 얻었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질투와 욕심, 권력과 돈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들이 능청스럽게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스페인 민담 ‘세뇨라 포르투나와 세뇨르 디네로’를 보자. 멕시코 은과 페루 황금으로 만들어진 사내인 ‘돈 씨’는 일자리를 잃은 가엾은 젊은이를 도와주기 위해 동전 한 닢을 주지만 상점에서 위폐범으로 몰리거나 도둑을 만나 빼앗긴다. 때론 동화에도 신문 사회면을 보는 듯한 심각성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역자의 말처럼, 동화를 파헤치는 건 선물받은 꽃다발을 헤쳐서 꽃의 종류를 알아보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동화는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멀리 바다는 한없이 아름다운 수레국화 꽃처럼 새파랗고 눈부시게 투명한 유리처럼 맑다’로 시작되는 ‘인어공주’의 도입부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지 않은가.

상대방의 외모보다 내면세계에 점차 끌리면서 끝내는 사랑의 힘으로 행복한 결말을 보이는 ‘미녀와 야수’는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전해 주지 않는가. 섬뜩한 광기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푸른 수염’은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스릴을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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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얘기 들었어요... 무섭더군요...

stella.K 2005-04-3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무척 탐난다는...^^

물만두 2005-04-3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