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외출 준비를 하면서 짬짬히 K1 TV에서 하는 <TV 책을 보다>에 강신주 씨가 그 이름도 유명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TV, 책을 보다>는 K TV가 지난 주 가을 개편을 하면서 새롭게 선보인 프론데, 이제 2주차라 뭐라고 평할 수는 없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프로 같다(하긴 나쁠 리가 뭐 있나). 단지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40분 정도 밖엔 하지 않는데 좀 짧지 않나 싶다.
이 프로는, 어떤 명사가 어떤 책을 자기 생의 책으로 소개하고 있나가 관심 포인트 같은데, 난 그저 강신주란 그 이름이 좋아 봤을 뿐인데 역시 그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주와 달리 이 짧은 프로를 온전히 앉아 볼 수 없는 없었다. 왜냐하면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고, 음소거를 하고 오늘 같이 만나기로 한 지인과 전화 통화도 해야했으니까. 그렇게 짬짬히 보긴 했어도 강신주는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그는 이 책을 액면 그대로 시간으로만 보지 말고 '사랑'을 대입시켜 보라고 한다. 그러면 이 책을 훨씬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을 뒤돌아 보게 되는데, 이제까지의 책들이 사랑에 대해 말은 하지만 이렇게 사랑을 뒤돌아 보는 글을 쓰는데는 실패했다나?
특히 이 책은 어려운 책으로 유명한데,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소설은 몇 번의 위기를 거쳤다고 했다. 영화만 나오면 소설은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소설 보다 영화를 많이 보긴 했다. 하지만 영화는 표피적이지만 소설은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그처럼 프루스트의 이 책은 영화와 다른 소설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오만함(이건 내 표현이긴 하다)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 책이 어렵긴 하지만, 어느만큼 인내하고 읽다보면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리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강신주는 단언한다. 대신 책을 필사를 해 보란다. 다하진 말고(할 수도 없겠지만) 다섯 장 정도 필사를 해 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나도 당장 해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나는 이 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도전이 두려워 아예 사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강신주는 이 책을 알게되면 다른 소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어쨌거나 역시 책 읽는 것은 즐겁지마는 않다. 어느만큼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
같이 나온 어느 패널은 프루스트를 일컬어 천재성을 지닌 오타쿠 같다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9살 때 얻은 천식으로 말을 하면 기침으로 힘들어 했을 테니 그럴 것이라나? 과연 그럴 듯한 해석이다.
이런 책이 나온 줄도 몰랐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유럽의 문화사를 관통하고 있다. 알았으면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2013년을 두 달 남여놓고 과연 이 해가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보관함에 담아 놓았다. 언제고 읽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