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비루한 삶이라도 문학 속에서 구원받는 러시아 소설을 연상케 하는 작품집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동인문학상 후보작가로 선정된 김연경씨. /조선일보DB | |
동인 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8일 2005년 동인문학상 제5차 심사 독회를 갖고 김연경의 소설집 ‘내 아내의 모든 것’(문학과 지성사)과 이성아의 소설집 ‘절정’(이룸)을 새 후보작으로 골랐다.
이로써 은희경의 장편 소설 ‘비밀과 거짓말’, 조경란의 소설집 ‘국자 이야기’(문학동네)에 이어 현재까지 모두 4편이 최종심에 오르게 됐다.
작품 선정에 까다로운 편인 유종호 위원은 김연경 소설집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소재, 등장인물,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 실험적 미완성이 다소 거슬리지만 일상적 소재를 비통속적으로 처리하는 솜씨가 괜찮고, 작품에 격조가 있다. 작가가 문학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작가 김연경은 도스토예스키의 ‘악령’을 번역한 러시아 문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청준 위원은 “김연경의 소설은 러시아풍”이라며 “비굴하고 쫓기거나 실패한 삶이 문학에서 구원되는 것이 러시아 문학인데, 김연경 소설은 그런 분위기를 띠고 있고, 신뢰가 간다”고 칭찬했다.
이성아 소설집 ‘절정’에 대해 김화영 위원은 “이 책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란 작품은 잠에서 시작해서 잠으로 끝나는 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며 “마치 체호프 소설을 읽는 듯하지만 구닥다리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결말 처리가 좋고, 이야기의 재미를 되살린 이런 소설을 만나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정과리 위원도 이성아 소설집에 대해 “주제는 상투적이지만 군더더기가 없다”며 “전체를 밀고가는 힘이 있으면서 인생의 핵심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이성아의 소설 ‘눈꽃’에 대해 “소설쓰기와 사랑, 해탈이 하나로 엮여 있으면서 선적(禪的) 깨달음이 일상적 문제로 환원되는 가운데 애욕이란 멀리있는 것과 닿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애욕 자체가 현재 속에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다”고 분석했다.
심사위원단에서 가장 젊은 정과리 위원은 류가미의 판타지 소설 ‘아이온’(이룸)을 다음 독회에서 후보작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본격 문학과 판타지 문학을 구별짓는 것이 문단 통념이지만, 판타지도 동인문학상 후보작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우리나라 판타지가 대부분 서사 판타지인데, 이 작품은 한국 판타지로서는 처음으로 철학적 성찰을 펼친다. 운명이 비껴간다면 거기에 자기 목숨을 얼마나 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담겨있다. 한국 판타지의 중요한 도약이 아닐까.”
이청준 위원은 신예 작가 태기수의 첫 소설집 ‘누드 크로키’(이룸)를 검토 대상작으로 추천했다. “한 회사원이 일주일 휴가를 맞아 전철을 탔는데 휴가 기간 내내 내리지 못하고 결국 회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현실과 삶의 은유를 보여준다. 빠지기 쉬운 함정을 건너 우리가 용케 살고 있는데, 사실은 함정에 빠져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