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아이의 피부를 공격한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나 부모를 모두 패닉 상태에 몰아넣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동이
전체 아동의 25%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왔으니 말이다.
아토피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역시나 주거 환경이 큰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아이를 아토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리빙 전략을 세워보자.

이유도 없이 수시로 피부를 긁고, 몸 여기저기에 붉은 발진이 일어나는 아이.
겨우겨우 참아보지만 잠결에 딱지를 긁어 침대 시트에 피를 묻히고 마는 아이.
직접 증상을 겪는 아이와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까지 오른다고 한다.

“얼마나 기가 막힌 줄 아세요? 처음에는 일시적인 알레르기 증상이겠지 하고 달랬어요.
그런데 목과 얼굴, 팔꿈치 등에 검붉은 딱지가 생길 정도로 긁어대더군요.
손을 못 대게 하면 안 보이는 장소에 가서 긁고, 병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도망가고….
골목대장이던 애가 요즘은 친구들과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아요.
이런 괴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병준이 엄마.
그녀처럼 깊은 한숨을 쉬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엄마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아토피 피부염.
네 집 걸러 하나, 25%의 아동들이 이런 증세를 보인다는 통계가 나와 있고
점점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니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토피’(atopy)는 ‘atophos’, 즉 ‘비정상적인’,‘경우가 틀린’ 등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말.
그 어원만 봐도 심상치 않다.
아기 때 나타나는 태열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는 데 반해
아토피 피부염은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뒤엉켜 오래 지속되는 ‘병’으로 악화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후천적 태열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아토피는 유전적 소인과 면역계의 이상 반응,
환경적인 유발 인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생한다.
처음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말이 나온 1920년대에는
유전적 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 질환만 아토피로 분류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대기와 먹을 거리가 오염되고
주거 형태와 생활 양식이 변하면서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일종의 ‘환경병’으로 떠오른 셈.

아토피 피부염은 최근 전 국민적 관심 사항이 된 ‘새집증후군’이 불러온 대표적인 피해다.
화학 물질이 방출되는 새집에 이사한 후 증세가 더 심각해졌거나
없던 피부 질환이 생긴 경우는 이제 흔한 사례.

집의 ‘피부’인 벽지와 바닥재, 집의 ‘장기’인 가구와 침구,
그 외 집의 ‘혈액’이 되는 많은 요소들이 유해 화학 물질로 인해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실크 벽지나 마룻바닥재는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이를 부착한 화학 접착제에는 공기 오염의 주범인 포름알데히드와
, 톨루엔, 자일렌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가득 들어 있다.
가구에 사용한 페인트나 왁스, 나무 느낌을 주기 위해
MDF 위에 붙인 필름지 등에도 이런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거실과 방뿐인가, 웰빙의 공간이라는 욕실도 조심해야 한다.
트리할로메탄(THM) 같은 유해 물질이 가득한, 염소가 정수되지 않은
수돗물이 콸콸 쏟아진다.
세정이 잘된다고, 향이 좋다고 고른 비누나 클렌저에는
합성 향료와 타르 계열 추출물, 계면 활성제, 인공 색소가 가득하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아토피 피부염이 치유될 수 있을까?

실내 공기의 질을 좌우하는 또 하나는 집안 관리다.
환기와 온도 및 습도 조절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음식이나 물건 냄새, 담배 연기,
건축 자재나 가구 등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을 바깥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기가 필요하다.

또한 온도와 습도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줘야 한다.
지나친 난방은 아토피염의 주범 중 하나인
집먼지 진드기와 박테리아 등의 증식을 부추기며,
낮은 습도는 피부의 건성화를 가속화시킨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는 자연친화적인 전통 가옥에 살았다.
한옥의 재료인 기와, 풀, 목재, 흙, 한지 등은 ‘숨을 쉬는’ 자연 소재들이다.
공간 구성 역시 언제 어디서든 바람이 통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하지만 생활 환경이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우리는 이런 생태학적인 건축을 잊고 살아왔다.
서양에서는 같은 형태의 주택이나 아파트라 해도 애초에 환기 통로를 크게 만들거나
전기로 펌프를 가동해 항상 환기가 되도록 건물을 짓는다.
결국 우리는 서구 주택의 겉모양만 본뜨고 기본 작용 원리는 본뜨지 않아
이런 환경의 침공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장 한옥촌으로 이사하거나 귀농하여 전원 주택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이렇듯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가정도 많지만,
대다수의 도시인들은 하루아침에 무작정 삶의 터전을 떠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최선의 방법은 우리집을 최대한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레노베이션하고
모든 생활 습관을 새롭게 점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토피 피부염의 요인을 밝히는 12가지 체크 포인트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 요인보다 주생활, 식생활, 의생활 등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환경병’이다.

아래 사항을 체크해봤을 때 ‘YES’라고 답한 부분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당장 개선이 필요하다.

1 최근 새집으로 옮겼거나 내부 수리를 했는가?
2 벽지와 바닥재, 가구 등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가?
3 침구나 커튼 등의 청소를 게을리 하는가?
4 정수하지 않은 뜨거운 물로 오랜 시간 동안 목욕하는 습관이 있는가?
5 아이가 쓰는 비누나 클렌저, 로션 등에 화학 성분이나
   동물성 원료 등이 들어가 있는가?
6 하루에 한 번도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지 않는가?
7 지나친 난방이 생활화되었는가?
8 전기 제품의 코드를 꼽은 채 취침하는가?
9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곧장 옷장에 넣어두는가?
10 아이가 패브릭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놀잇감을 자주 갖고 노는가?
    쿠션을 안고 빠는 경우가 있는가?
11 육류, 백미, 인스턴트 식품 중심의 식사를 하는가? 화학 조미료를 상용하는가?
12 조기 교육, 외모 등을 이유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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