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하건데, 나는 신화를 재대로 읽어 본적이 없다. 저 유명하다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에니메이션으로 본적은 있어도 책으로는 어느 한 권도 완독을 해내지 못했다. 그것은 신화가 갖는 중요성에 비해 너무 전문적으로 씌였던가, 너무 어린 아이 취향으로 씌여 그 중간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아보였고, 신화에서 용어 자체가 일상 용어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까지 신화 읽기를 미뤄왔던 것 같다. 거기에 나의 게으름도 만만치 않은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내가 교회를 다니고 몇 번의 성경완독을 하면서도 구약의 <창세기>를 그냥 믿음의 대상으로 읽지 '신화'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신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연구하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사실 난 그 분야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나 자신을 비하 하지는 말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래도 토막적이긴 해도 거기에 대해 아주 문외한은 아니니...

이 책을 읽고나니 인간에 대한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사실 인간의 역사는 '최초'를 말하는 역사고 동시에 배반의 역사다. 이 두 가지의 동력이 인간의 역사를 또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초'를 말하지 않으면 신화를 말할 수 없고,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는 '배반'이 없다면 역사는 씌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신화없이 만들어지지 않고 후대에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늘 신의 영역을 보길 원했고, 뛰어넘길 원했으며, 필요하면 도전하고 맞서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승리를 쟁취하든 깨지든 지간에 그렇게 인간은 모험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도전과 전복의 심리를 배태하고 있는 것이다.

길가메쉬. 그는 완벽한 인간이지 않는가? 물론 내가 말하는 이 '완벽'이란 단어가 일반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완벽한 외모를 갖췄고, 신의 아들이었으며, 용맹스러웠고, 그에겐 함께 싸워줄 친구(엔키두)와 언제든지 육체적 욕망을 채워줄 권한을 부여 받았다(초야권).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그 땅의 끝에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신화와 역사를 세웠다. 그러나 그 역시 죽었다. 그래서 그는 완벽한 인간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그가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최초의 언어라고 하는 악카드어로 씌여지지 않았다면 이 '최초의 신화'라고 하는 수식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수많은 변형을 걸쳐 때론 베레쉬트로 그리스 로마 신화로 발전과 전승을 거듭해 올 수 있었겠는가?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언어가 참 무섭다. 이 언어를 통해 신과 소통할 수 있으며 또한 이것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키워갈 수 있었으며 바로 이것 때문에 신에게 무참히 보복 당하고마니 말이다. 그래도 인간은 여전히 신의 질서에 도전한다. 그것은 오늘 날까지도 계속해서 수 많은 논쟁 속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인간은 '최초'가 되길 원하고 '최고'가 되길 바란다. 어찌보면 길가메쉬의 원형은 오늘 날에도 살아있지 않은가.

나는 이 책 후반부의 <길가메쉬 서사시>에 대한 저자의 해석 부분이 참으로 많이 흥미로웠다. 초야권에 대한 해석이랄지 죽음에 대한 해석. 여자에 대한 해석을 읽을 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후계자에 대한 해석(386P)은 참 흥미롭다. 특히 신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인간을 지었다는 점은 많은 상상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기 때문에 아담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 났으며(인간이 노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 인간은 결코 지배하려고 하지 지배 당할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기 때문은 아닐까란 내 맘대로의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이다. 후후.

끝으로 나 역시도 별 다섯 개를 주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것은 저자인 김산해 선생이 무려 20년 동안이나 연구해서 우리가 그처럼 많은 도판과 함께 쉽게 볼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감사 드리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이 부디 오래 건강하셔서 앞으로 더 많은 후학들을 위해 애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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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2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도 읽으셨군요.
전 살까말까 망설이다 포기한 책입니다.
리뷰도 참 재밌게 쓰셨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니르바나 2005-02-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쓰기에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인데 먼저 일독하신 일 축하드립니다. 스텔라님

stella.K 2005-02-2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고마워요.^^
니르바나님, 사실 일독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어요. 내용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마냐 2005-02-2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간...알라딘에는 길가메쉬 서사시를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렇게 두 부류가 남을 거 같슴다. 암튼, 여자에 대한 해석, 초야권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스텔라님을 미소짓게 했는지 궁금하네요. ^^

stella.K 2005-02-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초야권이 아니라 여자에 대한 해석인데요 뭐 여자인 우리는 다 아는데 남자들은 모른다고하니 그냥 웃음이 났던 거예요. 마냐님 추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