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드 노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사와지리 에리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이야기가 작위적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모처럼 순수함에 푹 빠져 본 영화다. 

생각해 보면 요즘 영화는 이야기 자체의 순수함 보다는 얼만큼 세련되었는가에 더 촛점이 맞혀져 있지 않는지? 그래서 어찌보면 순수함은 촌스럽다는 것과 동의어처럼 되어버린지도 오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저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남긴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주인공의 공간(집)이 참 마음에 든다. 창문을 열면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이시토비가 오르내렸던 돌계단도 마음에 든다. 꼭 이탈리아 풍이다. 영화 분위기도 깔끔하고.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영화가 조금 길다는 정도?! 그렇게까지 길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일본엔 만년필 전문점이 있는가 보다.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그 보다 아직도 일기를 만년필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이 생뚱맞기도 하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은 컴퓨터로 쓰지 않나? 하긴, 영화는 2007년도 작으로, 지금이야 아날로그 방송도 종료된 마당이지만 이때만해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했던 시기다. 물론 그래봐야 디지털에 밀려 아날로그는 거의 있으나마나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날로그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유효할 것이다. 

 

또 특이한 건(?) 요즘에도 영화에서처럼 이렇게 순수한 선생님이 계셨나 싶은 것이다. 저 클로즈드 노트의 주인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다. 물론 이제 막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으니 첫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각별할까? 보고 있으면 나의 초등학교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영화는 36명이 한 반으로 되는데, 글쎄 그렇게 30명 정도면 선생님의 관심 반경에 다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이 되는 건가? 내가 초등학교 때만해도 한 반은 70명에서 80명 선이었다. 원래 그런가 보다 해서 많은 줄도 몰랐다. 선생님이 그 많은 아이들을 다 신경 써 줄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선생님이 편애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물론 나는 거의 그 편애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 본 적이 없지만.  그런데 저 클로즈드 노트의 주인인 마노 이부키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해 그 아이들에게 맞춤식 상을 수여해 종업했을 때 상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없게 만들었다. 과연 요즘도 그런 선생님이 계실까?

 

보고 있으려니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장충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내가 입학하고 1년인가, 2년 있다가 학생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제도를 폐지 했었다. 공립학교 중 시설은 제일 좋으면서 왜 그런 어의없는 일을 단행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난 3학년 1학기만 다니고 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전학을 가야했는데, 모르긴 해도 그 학교는 그렇게 하는 동안 학생들의 사기가 저하됐을 것이다. 공부를 잘 해도, 선행을 해도 칭찬을 받을 수 없고, 치하를 받을 수 없으니 학생들이 무슨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겠는가? 모르긴 해도 언젠가 학생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제도를 다시 부활했을 것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이부키 선생은 학생 사랑이 좀 과한 편인 것 같긴 한데, 선생님이 아무리 편애를 해도(그들도 인간 아닌가?) 지나놓고나면 아무리 그렇더라도 선생님은 학생에게 좋은 걸 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건 작던. 나도 그렇게 선생님들께 크게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아주 제외지는 않았다) 그래도 몇몇 선생님은 '참 좋은 선생님이었지' 하는 선생님들도 계셨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사람들 저마다 일생에 한 번은 그런 선생님이 계시지 않을까? 엔딩 부분에서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난 선생님(그것도 하필 종업식 날?!)을 기리며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부분은 작위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뭉클하기는 하다. 이런 사제지간의 정이 남아 있다면 그 선생님께 배운 제자는 이담에 나이 먹어서도 절대로 엇나가지 않을 것이고, 좋은 심성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부키 선생의 애인이자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이시토비 류는 일러스트레이터겸 화가다. 특이하게도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그런데 그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나중에 개인전도 열더만. 정말 그런 그림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미술에 대해선 거의 문외한이다) 그만한 필치면 주목을 받을만 하겠다 싶다. 물론 따로 대역은 있겠지?

 

이 영화 정말 가슴 따뜻한 영화다. 훗에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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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3-02-04 15:34   좋아요 0 | URL
이것, 첫 추천은 저였어요. ^^

2013-02-04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